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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uybrush Feb 19. 2021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웹소설에서 망하는 가장 쉬운 방법

돌이켜 보면 나는 시작부터 단추를 잘못 끼웠다. 웹소설에 도전했으면서 전혀 웹소설과 다른 방식으로 소설을 썼다. 그러면서 소설을 출간할 만큼 완성도도 인정받고, 또 무사히 완결까지 내자 얼마든지 웹소설을 쓸 수 있다고 착각했다.


내가 <드라켄>을 출간할 수 있었던 것은 출판사가 여전히 대여점을 이용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D 출판사는 이후에도 <드라켄> 외에도 웹소설답지 않은 정통 판타지 소설을 꾸준히 계약했다.


쓰는 동안 나 역시 종이책을 더 염두에 두었고, 당연히 유료 연재에 따른 압박과 같은, 웹소설 연재에 있어 필수적인 경험을 하지 못했다. 130회가 이어지는 동안 매일 성실하게 글을 쓰는 습관을 들였고, 100회가 넘는 장편을 마무리했다는 경험 정도가 그나마 위안이었다.


그런데 이야기를 완성했다는 것도 사실 웹소설에 맞는 문법과 인물, 스토리텔링이 아니었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었다. 오히려 진짜 웹소설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할 수 있다는 쓸데없는 자신감만 붙어서 2019년을 온통 방황 속에 보내고 말았다.


당시 나는 1년 가까이 소설 하나만 붙들고 있어서 힘들기도 했지만, 너무 지겨웠다. 소설을 쓸 때 좀 더 집중해 시간을 절약하면 웹소설을 쓰면서 다른 일도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루에 4~6시간 정도는 웹소설을 쓰고, 나머지 시간에는 다른 일을 해보면 어떨까 싶었다.


얼마나 얼토당토않은 자신감이었는지. 정말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르겠다. 본업으로 삼겠다는 웹소설조차 제대로 성공하지 못한 상태였으면서.


그렇게 2019년 초, 딴짓을 시작했다가 몇 달도 유지하지 못하고 접었다. 사이드잡이 생각만큼 잘 되지도 않았고, 내가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한다는 게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제 나는 직장을 다니면서 밤새 책을 읽고, 글을 쓸 수 있었던 에너지 넘치는 30대가 더이상 아니었다.


나는 다음 작품 구상에 들어갔다. 장르는 계속해서 판타지를 쓸 생각이었다. 중세 판타지는 한 번 썼으니, 이번에는 현대 한국에 어울리는 판타지를 써보기로 했다.





<대기업 때려치우고 웹소설>이 출간되었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책에서 확인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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