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나도 할 수 있을까? 알쏭달쏭 모유 수유

모유 수유, 그 험난한 여정, 첫 번째 이야기

by 덕순


덕순이는 이른바 '완모' 아기다.


완모란 '완전 모유 수유'를 일컫는 말인데

덕순이는 병원과 조리원에 있었던 잠깐의 시간을 제외하면 4개월에 진입한 지금까지 분유는 한 번도 먹지 않고 쭈욱 모유만 먹었다.




'그냥 분유 대신 모유를 주면 되는 거 아니야?'

임신했을 때만 하더라도 난 이렇게 생각했다.


사실 모유 수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를 때라,

아기를 낳고 나면 아기가 먹을 때에만 알아서 젖이 나와서 분유랑 같이 먹이면 되는 줄 알았다.

(그래서 남들 산다는 분유 포트, 젖병, 젖병 소독기를 모두 따라 사놓았었다.)


그랬던 내가 어느 날 완모를 결심하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매일매일 숱한 위기가 있었고,

나는 덕순이와 함께 그 위기를 헤쳐가며 험난한 완모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




시작은 만삭일 때 우연히

<Zoom으로 하는 비대면 출산 강의>를 들으면서부터였다.

검진을 다니던 병원에서 출산에 임박한 산모들을 위한 비대면 강의를 한다고 문자가 왔었는데,

마침 담당 의사 선생님이 강의하시는 거라 반가운 마음에 강의를 들어보았다.


무시무시한 출산 강의가 끝나자

생각지 못한 모유 수유에 대한 강의가 이어졌다.


모유 수유의 장점, 기본자세, 주의 사항 등...

얼떨결에 많은 내용을 미리 공부하게 되었는데, 나는 그제야 모유 수유에 대해 흥미가 생겼다.


'아기한테 훨씬 좋다는데, 나도 한번 해볼까?'


아무리 엄마가 힘들다지만 모유가 내 아이에게 더 좋다니까 왠지 나도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출산 예정일이 얼마 남지 않는 무더운 여름날,

뜬금없이 모유 수유에 대해 영상을 찾아보고 책을 읽어가며 공부를 시작했고

어느덧 모유 수유에 대한 이론은 남 부럽지 않은 전문가가 되었다.




그리고 첫 번째 위기가 찾아왔다.


9월 17일, 아기가 태어난 직후였다.

분명 책에서는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하루 종일 옆에 끼고 젖을 수시로 물려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직접 아기를 낳고 보니 출산을 한 몸으로 아기를 돌보는 것은 불가능했다.


온몸의 관절은 나사가 풀린 듯 삐그덕 거렸고

훗배앓이 때문에 아랫배가 쑤셔 한 걸음걸음이 무척 무거웠다.


어렵사리 화장실을 가면 지난 임신기간 동안 안 한 생리가 한꺼번에 나오는 듯

쏟아지는 오로를 처리하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이런 몸으로 아기를 돌보라니...

세상 모든 엄마가 할 수 있어도 나는 절대 못할 것 같았다.


그래도 힘든 건 나뿐만이 아니었나 보다.

내가 아기를 낳은 병원은 신생아실에서 아픈 엄마들 대신 아기를 돌보아주었고,

나는 정해진 면회시간과 모자동실 시간에만 아기를 만날 수 있었다.


'신생아실에서는 분유를 줄텐데...

그럼 젖병에 익숙해져서 엄마 젖을 안 문다고 했는데...


그렇다고 이런 몸으로 내려가서 아기를 돌볼 수도 없고...

나 혼자 유난 맞게 분유를 주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괜히 나 때문에 배고픈 아기 굶길 순 없잖아'


'이대로 젖 한번 제대로 못 물리고 모유 수유는 영영 못하게 되는 건 아닐까?'

앞서 예습했던 이론과 너무 다른 현실에 맞닥트리자, 별별 걱정이 다 들었다.




그리고 이렇게 날 괴롭혔던 걱정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쓸데없는 '기우'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육아는 단거리 질주가 아니라,

아주 아주 긴 마라톤이다.


잠깐 넘어진다고 큰일이 생기는 게 아니란 말이다.

묵묵히 달리고 또 달리다 보면 언젠가는 끝에 다다를 수 있는 마라톤처럼,

그깟 하루 이틀 젖을 못 물렸다고 큰 일 생기는 게 아니었다.




병원에서의 이튿날, 신생아실에서 아기가 내가 있는 입원실로 왔다.

잠깐 동안의 모자동실 시간이었다.


아기를 데려다 주신 간호사 선생님은 나에게 모유 수유 자세를 알려주시면서

직접 젖을 물릴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분명 이론으론 자세를 통달했던 나인데...

막상 진짜 내 아기를 안고 젖을 물리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무척 서툴렀지만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겨우 내 주먹만 한 덕순이의 얼굴을 감싸고 젖을 물렸다.


잠자고 있는 것처럼 눈을 감고 있었던 덕순이는

본능적으로 엄마의 젖 냄새를 맡은 건지, 그 작은 입을 크게 벌리고 젖꼭지를 물었다.


태어나서 처음 아기에게 젖을 물려본 그때, 나는 무척 놀랬다.

아기가 젖을 빠는 힘이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셌기 때문이다.


아직 이빨도 없을 텐데, 덕순이는 젖꼭지를 잇몸 사이로 꾹 물고

아직 아무것도 안 나올 것 같은 젖을 힘차게 빨았다.




모유 수유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아기를 낳고 가능한 빨리 젖을 물리는 것이다.

아기에게 엄마의 젖 냄새를 각인시키고, 엄마의 젖은 아기의 빠는 자극에 의해 본격적으로 차오른다고 한다.

처음에는 젖이 돌지 않아 한 방울 나올까 말까 한 양이지만, 아기가 배불리 먹는 것보다 서로에게 자극을 준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처럼 모유수유를 권장하는 병원 덕분에 나는 태어난 지 이틀 째 되는 덕순이에게 처음으로 젖을 물릴 수 있었다.


나중에 본 덕순이의 입가 주변에는 우유 같은 게 노랗게 굳어있었는데, 아주 조금씩 젖이 나왔나 보다.



'이렇게 꾸준히 물리다 보면 덕순이가 배불리 먹을 수 있을 만큼 모유가 나오겠지?

일단 덕순이가 배고프면 안 되니까 분유를 먹여주시는 게 당연해.

너무 걱정하지 말고 차근차근해보자.'


첫 수유를 했던 그날 밤, 나는 새롭게 다짐했다.


내일 퇴원하고 조리원에 가서도,

꾸준히 젖을 물려서 아기가 젖병보다 엄마의 젖에 더 익숙해질 수 있게 노력해보자고.


그렇게 나는 완모를 하겠다는 굳은 결심을 한 채 태어난 지 3일째 되는 덕순이를 안고 조리원에 입소했다.


그리고 그 조리원은 내 완모의 여정에 아주 아주 큰 영향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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