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쯤 기다림에 익숙해질까

14주 차의 기록

by 덕순

여행 날짜를 세워서 비행기표를 미리 예매하고 나면

그날까지 시간이 정말 느리게 흘렀다.


그런가 하면 일 년에 한두 번 있을까 말까 한 황금연휴는 시작했다 하면 벌써 끝이 나 있었다.


시간은 항상 내 행복과 비례한 속도로 흘렀다.




덕순이를 보러 가는 정기검진 날은 여행처럼 유쾌하지만은 않다.


물론 아기의 건강한 모습을 직접 보고 나면 안심이 되곤 한다.


하지만 병원 검진은 나에게 덕순이를 보러 가는 날보다, 무척 어려운 퀘스트를 수행하러 가는 날처럼 느껴졌다.




매 검진마다 나는 불확실성과 싸워야 했다.


5주 차 때는 아기집이 잘 자랐나 불안했고,

7주 차 때는 아기의 심장이 잘 뛰고 있나 불안했고,

9주 차 때는 팔다리가 잘 자라고 있나 불안했고,

12주 차 때는 목 투명대가 두껍진 않은지

혹시라도 다운증후군의 가능성이 보이진 않는지


매 검진마다 피 말리는 불안함을 안고 병원을 방문했다.


설상가상으로 그다음 검진은 4주나 뒤에 있다.


이 힘든 퀘스트를 손꼽아 기다리는 것은

절대로 검진받는 게 좋아서가 아니라,

얼른 덕순이가 건강하다는 확신을 갖고 싶어서이다.


아주 나중에 의료기술이 발달해서 아기가 건강하다는 것을 아무 때나 하루 만에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현실은 내 아이가 건강하다는 말을 듣기 위한 여정이 아이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계속 이어진다.


20주에 접어들면 기본적인 기형아 검사가 끝나고

태동도 느껴지기 때문에 어느 정도 안심할 수 있지만,


그 전까진 뱃속의 아이의 존재를 느낄 수 없어 불안하고 기형아 검사 결과가 고위험군으로 나올까 봐 불안하다.


임신을 안 순간부터 20주까지가 가장 큰 고비인 셈이다.




세상 모든 엄마들이 겪는 고비인데,

나는 왜 이렇게 이 과정이 어렵고 불안할까.


아니,

모두들 나처럼 이렇게 마음 졸이며 겪는 걸까.


나도 일 년 후에는 울고 있는 덕순이를 돌보며, 이 걱정 많은 시절을 올챙이 시절 보듯이 회상할 수 있을까.


예비 엄마들의 대부분은 언제 걱정을 했냐는 듯 건강한 아이를 낳아 예쁘게 기른다.


대다수의 엄마들이 누리는

행운을,

행복을,

부디 나도 누릴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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