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일까 아들일까

13주 차의 기록

by 덕순


사람은 참 간사하다.


처음엔 그저 덕순이가 건강하기만을 바랬는데,

무럭무럭 잘 자라는 덕순이를 보니 딸이었음 했던 바람이 점점 커졌다.


첫 아이라 아들 딸 상관없이 무척 예쁠 텐데,

아들이라고 덕순이를 덜 사랑하진 않겠지만

나는 이상하게 계속 딸을 바라고 있었다.


이유는 많았다.


예쁜 딸을 낳아 내가 어릴 때 받았던 사랑만큼 컸던 아쉬움을,

더 큰 사랑으로 채워주고 싶었다.




나는 아들이길 원했지만 딸로 태어난 서러운 둘째였다.


늘 나에겐 아들이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고

항상 언니가 입은 옷들을 물려 입었다.


어릴 땐 몰랐지만 다 커서 돌이켜 생각해보니,


나는 둘째 딸로서 받은 사랑보다 아들이길 바랬던 바람이 더 컸었던 것 같아 내심 서러웠다.


그래서인지 덕순이에게는 첫 아이의 사랑과 더불어

딸로서의 관심과 애정을 쏟아주고 싶었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보니 엄마에게는 역시 딸이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다.


살가운 딸은 아니었지만, 나 역시 나이를 먹을수록

엄마를 이해하게 되고 엄마를 챙기게 된다.


내 편견일 수도 있지만, 아들은 나중에 자라서

아빠를 더 이해하게 되는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덕순이가 딸로 태어나 예쁘게 커서

나와 친구처럼 같이 밥을 먹고 여행을 간다면

얼마나 좋을까란 생각을 했었다.


딸이어서 겪을 나와의 감정싸움 같은 것은 아직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어쩐지 내 욕심이 과한 것 같아 건강하게 자라만 줘도 고마운 지금의 덕순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아들이어도 좋을 거라고 아들이면 행복한 점들을 생각해보았다.


아들이면 적어도 유년기 동안은 세상에서 엄마를 제일 좋아할 것이다.


남편이 챙기기에도 딸보단 아들이 더 수월할 것이다.


같이 목욕탕을 보내도 걱정이 없고,

오빠의 말대로 주말마다 둘이 캠핑을 간다면 나에겐 꿀 같은 자유시간이 생길 수도 있겠다 싶었다.


험한 세상에 살아가는 것도 어쩌면 딸보단 덜 걱정할 것 같다.


그리고 또 하나


아들 못 낳은 서러움을 여전히 갖고 있는 우리 엄마는 지금도 내심 아들을 바라기 때문에 아들이면 엄마가 더 행복할 것 같다.



이것저것 생각해보니 역시 덕순이는 아들이어도 딸이어도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아기라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존재 자체가 엄마 아빠에겐 행복인 아이'


딸이었음 하는 바람 때문에

자꾸 잊어버리는 이 말을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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