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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품었던 시간의 기록 1
09화
딸일까 아들일까
13주 차의 기록
by
덕순
Jan 30. 2022
사람은 참 간사하다.
처음엔 그저 덕순이가 건강하기만을 바랬는데,
무럭무럭 잘 자라는 덕순이를 보니
딸이었음 했던 바람이 점점 커졌다.
첫 아이라 아들 딸 상관없이
무척 예쁠 텐데,
아들이라고 덕순이를 덜 사랑하진 않겠지만
나는 이상하게 계속 딸을 바라고 있었다.
이유는 많았다.
예쁜 딸을 낳아 내가 어릴 때 받았던 사랑만큼 컸던 아쉬움을,
더 큰 사랑으로 채워주고 싶었다.
나는 아들이길 원했지만
딸로 태어난
서러운 둘째였다.
늘 나에겐
아들이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고
항상 언니가 입은 옷들을 물려 입었다.
어릴 땐 몰랐지만
다 커서 돌이켜 생각해보니,
나는
둘째 딸로서 받은 사랑보다
아들이길 바랬던
바람이 더 컸었던 것 같아
내심 서러웠다.
그래서인지 덕순이에게는
첫 아이의 사랑과 더불어
딸로서의 관심과 애정을 쏟아주고 싶었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보니
엄마에게는 역시 딸이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다.
살가운 딸은
아니었지만, 나 역시
나이를 먹을수록
엄마를 이해하게 되고
엄마를 챙기게 된다.
내 편견일 수도 있지만,
아들은 나중에 자라서
아빠를 더 이해하게 되는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덕순이가 딸로 태어나
예쁘게 커서
나와 친구처럼
같이 밥을 먹고 여행을 간다면
얼마나 좋을까란 생각을 했었다.
딸이어서
겪을 나와의 감정싸움 같은 것은
아직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어쩐지 내 욕심이
과한 것 같아 건강하게 자라만 줘도 고마운 지금의 덕순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
었다.
그래서
아들이어도 좋을 거라고 아들이면 행복한 점들을 생각해보았다.
아들이면 적어도 유년기 동안은
세상에서 엄마를 제일 좋아할 것이다.
남편이 챙기기에도
딸보단 아들이 더 수월할 것이다.
같이 목욕탕을 보내도
걱정이 없고,
오빠의 말대로 주말마다 둘이 캠핑을 간다면
나에겐
꿀 같은 자유시간이 생길 수도 있겠다
싶었다.
험한 세상에 살아가는 것도
어쩌면 딸보단 덜 걱정할 것 같다.
그리고 또 하나
아들 못 낳은 서러움을
여전히
갖고 있는 우리 엄마는 지금도 내심 아들을 바라기 때문에 아들이면
엄마가 더 행복할 것 같다.
이것저것 생각해보니
역시 덕순이는 아들이어도 딸이어도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아기라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존재 자체가 엄마 아빠에겐 행복인 아이'
딸이었음 하는 바람 때문에
자꾸 잊어버리는
이 말을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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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일까 아들일까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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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 개발자로 근무하며 결혼을 하고 아이까지 낳은 평범한 엄마입니다. 백일이 갓 지난 아기를 등에 업고 아기가 낮잠을 자는 동안 최선을 다해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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