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 게임

12주 차의 기록

by 덕순


만약에 과학 기술이 발달해서 비행기를 타기 전,

비행기의 연식과 경로 상의 날씨를 계산해서

이 비행기가 추락할 확률을 미리 계산을 해준다면 어떻게 될까?


그런데 만약에,

그 확률조차 완벽하지 않다면 어떻게 될까?


예를 들어 인천발 LA행 비행기 보잉 777의 연식은 10년,

그리고 경로 상의 풍속, 난기류를 만날 확률.. 등을 종합해 약 0.01%로 추락할 확률이 있다고 하자.

그런데 이 0.01%에는 또 0.5%의 오차가 있다.


즉 계산된 확률 중 95.5%의 결과는 대부분 신뢰할 수 있지만 나머지 0.5%의 결과는 신뢰할 수가 없다.




내 생각엔, 사람들은 99.99%로 안전하게 비행기를 탈 수 있다는 믿음보다,

0.01%로 어쩌면 죽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더 앞설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99.99%로 안전하다 해도,

이 결과가 과연 맞는 것인지 의심할 것이다.


결국 사람들은 애초에 이런 건 모르는 게 낫다며,

왜 미리 알게 해서 불안하게 만드냐며,

이제껏 없이도 잘 살아오지 않았냐며,

화를 낼 것 같다.




말도 안 되는 이런 상상을 하게 된 건


앞으로 나와 덕순이가 넘어야 할 큰 산인 기형아 검사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임신 9주 차에 귀여운 젤리 곰 덕순이를 만나서

기뻤던 것도 잠시,


12주 차에 받는 1차 기형아 검사 때문에 병원을 가기까지 3주간 얼마나 마음 졸였는지 모른다.


유튜브에서 기형아 검사란 검사는 모두 찾아보고,

고위험군이 떠서 우는 엄마들의 영상을 보고 덜컥 겁을 먹기도 했다.

그러다가 산부인과 전문의의 영상을 보고 안심하기도 했다.


가입자가 300만 명이 넘는 맘 카페에선 가입자 수만큼 다양한 사건들이 있었다.


물론 그중 안 좋은 사건들을 겪는 엄마들이 글을 올리겠다만, 대부분 고위험군 판정을 받고 매일매일을 지옥같이 보내는 사람들이었다.


기형아 검사에서 고위험군 판정을 받으면, 그 확률을 1:100, 1:200 등으로 알려준다.

간단하게 백 명 중 한 명일 확률이다.


그리고 그 계산된 확률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받는 인테그레이디티드 검사의 경우)

93%의 정확도를 가진다.

다시 말해, 7%의 오차를 가진다.


만약 내 아이가 1:100의 확률로 다운증후군 고위험군 판정을 받았다면?


93%의 정확도로 내 아이는 1%의 확률로 다운증후군일 수 있다.

아니면 7%의 오차로 내 아이는 정상일 수 있다.


아무도 100%의 답을 내려주지 못한다.




결국 선택은 엄마와 아빠의 몫인데,

대부분 더 비싼 돈을 내고 추가 검사를 받는다.


이 추가 검사는 약 2~3주를 꼬박 기다려야 결과를 받을 수 있다.


이런 피 말리는 과정을 굳이 돈을 내가며 겪는 이유는

'마침내 내 아이가 정상이라는 말을 듣고 안심하고 싶어서'가 제일 클 것이다.


사실 기형아 검사에서 확진이 되는 경우는 무척 드물다.

대부분의 아기들이 건강하게 자라서 나온다.


그럼에도, 약 1%의 가능성이라도 내 아이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 엄마들은

내 아이가 정상이라는 말을 들을 때까지 이런 지옥 같은 시간을 감수한다.




더 아비규환 같이 느끼지는 사실이 하나 더 있다.


추가 검사 중 대부분의 사람들이 선택하는

니프티 검사는 99%의 정확도,

그러니까 1%의 오차를 갖는다는 것이다.


가장 정확하다고 알려진 검사는 양수검사인데 99.99% 의 정확도,

그러니까 0.01%의 오차를 갖는다.


그런데 양수검사는 긴 바늘을 배에 꽂아 양수를 채취하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희박한 확률로 아이를 유산할 수 있다.


덜 정확한 검사를 하면, 1%의 오차 때문에 불안하고 더 정확한 검사를 하면, 아이가 위험할 수 있다.




임신이란 게, 아이를 품고 그저 9달을 평화롭게 지내면 되는 줄만 알았던 나에게 기형아 검사란 넘기 힘든 너무나 큰 산이였다.


가뜩이나 걱정 많은 성격에, 처음이라 아무것도 모르는데


병원은 나에게 알고 싶지 않은 너무 많은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물론 필수로 진행하는 1차 검사를 지나면,

2차 검사부터 선택은 산모의 몫이었다.


하지만 나 역시 덕순이가 건강하다는 말을 듣고 싶은 간절함에 인터그레이티드 검사를 진행하였다.


부디 한 달 뒤, 저 위험군 판정을 받길 기도하며 말이다.


달 뒤 저 위험군 판정을 받으면 남은 임신 기간 동안 그나마 안심을 하고 살겠지만


고위험군 판정을 받으면, 나 역시 저 지옥 같은 과정을 보내야 할 것이다.


상상하기도 싫었다.




그렇게 마음 졸이며

덕순이는 지난주에 1차 검사를 무사히 통과했다.



두개골 안에 뇌가 잘 자리 잡고 크는 것도 보았고,

척추가 자라 움직이는 것도 보았다.


그리고 모두가 두려워하는 목 투명대 검사도 1.45mm로 무사히 통과했다.


목 투명대 검사는 3mm가 넘으면 고위험군 판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너무 다행스러웠고, 잘 자라준 덕순이에게 너무 고마웠다.


만약 2.9mm라는 애매한 수치로 통과했다면?

아마 나는 엄청난 절망과 걱정의 늪에 빠졌을 것이다.


2차 검사는 아마, 위험을 무릅쓰고 제일 정확도가 높다는 양수 검사를 했을지도 모른다.


사실 덕순이에게는 미안하지만, 맘 카페에서 1mm도 안 되는 수치로 통과한 아기들을 보며

정말 덕순이는 괜찮은 건지 또 걱정을 사서 하기도 했다.




그저 잘 자라준 덕순이를 보고 사랑과 관심만을 주어야 하는 이 소중한 시간에

나는 너무 많은 걱정을 하고 있었다.


목 투명대의 두께를 보고, 발육 상태를 체크하는 것은 엄마가 아닌 의사의 몫인데


나는 엄마의 몫을 내버려 두고 의사의 몫을 자처하고 있었다.


이 시기 진짜 엄마의 몫은

그저 기다려주고 믿어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내 아이는 건강할 거라고 믿어주고 좋은 생각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말이 쉽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나는 또 바보같이 2차 기형아 검사 결과를 기다리며 걱정과 걱정을 연이어할 것이다.


하지만,

쉽지 않겠지만,

노력할 것이다.


온갖 복잡한 확률 게임보다,

내가 보았던 덕순이의 활발한 몸동작을 떠올리며

덕순이는 무척 건강할 것이라고 믿을 것이다.


믿기 위해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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