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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품었던 시간의 기록 1
07화
직접 겪는 임신 이야기
11주 차의 기록
by
덕순
Jan 25. 2022
내가 직접 겪은 임신 과정은
학교에서 알려주는 임신의 과정과
확연히 달랐다.
비유를 하자면
학교에서는 영화의 몇몇 장면만 짧게 이어 붙인 예고편을 알려준 셈이고,
내가 지금까지 겪은 과정은 그 영화 전편의
초반부라 할 수 있었다.
그중
가장 나에게 큰 충격이었던 것은
역시나 입덧이었다.
입덧이란 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이 임신 사실을 알아차릴 때나 잠깐 하는 리액션 정도로 생각했었다.
실제로 겪은 입덧은
숙취의 느낌이 계속 지속되는,
끝이 안 보여서 더 고통스러운 증상이었다.
입덧의
기간 동안 그나마 구역질이 덜 나오는 음식을 찾아 먹었는데 주로 인스턴트였다.
그것도 그나마
죽지 않고 살려고 먹는 것이었고
건강한 음식으로 하루 3끼 차려먹는 사치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내 힘듦보다
아기를 먼저 걱정하는
주위 사람들의 충고를 들을 땐,
사실 그 서운함과 서러움이
입덧만큼 힘들었었다.
입덧 말고
도 이유를 알 수 없는 내 몸의 변화 또한
받아들이기 힘들었었다.
제일 먼저
먹는 양은 크게 늘지 않았는데
배와 옆구리에 살이 눈에 띄게 불어났다.
내가 어떻게 빼놓은 살인데...
스튜디오에서 찍은 잘록한 허리는 온데간데없었다.
배꼽 밑에는 세로로
거뭇거뭇한 선이 생기고 있었다.
임신선이었다.
앞으로 점점 더 진해진다는데
아프거나 불편한 것은 없지만
내심 안 생겼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두피는 예전보다 더
예민해진 건지, 쓰는 샴푸는 그대로인데
정수리 부분이 눈에 띄게 떡이 졌다.
머리를 감고 난 직후에도
누가 보면 일주일은 안 감은 머리 상태가 되어있었다.
부랴부랴 지성용 샴푸를 따로 구비해서
많이 나아졌지만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었다.
그저
맘 카페에 관련 글들을 검색해보면서
'나만 겪는 증상이 아니구나'...
하고
위로를 받는 것 밖엔 없었다.
그리고
배는 아직 나올 때가 아닌데
허리 통증이 잦아졌다.
자궁이 커지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통증이라는데,
통증은 통증이기 때문에 불편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밖에도
소화 능력이 떨어져서 가스가 차는
생리적인 (지극히 개인적이고 지저분한) 현상이 잦아졌고
평소보다 쉽게 지치곤 했다.
이런 모든 증상들은
엄마가 되기 위한
과정이겠지만
예쁘고 어렸던 내 모습을 점점
잃어가는 과정이기도 했다.
우울한 일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견뎌내는 스스로를 보면
엄마란 대단한 거구 나를 느낀다.
내가 나를 희생해서
덕순이를 품듯이,
우리 엄마도 그랬고,
우리 할머니도 그랬을 것이다.
그 사랑과 희생으로
내가 만들어졌고
나 또한 사랑과 희생으로
덕순이를 낳을 것이다.
왠지 여자는
세상이 바라보는 편견보다
훨씬 더 강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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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 개발자로 근무하며 결혼을 하고 아이까지 낳은 평범한 엄마입니다. 백일이 갓 지난 아기를 등에 업고 아기가 낮잠을 자는 동안 최선을 다해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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