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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딩인가HR인가 Aug 03. 2019

조직에서 개인의 감정은 과연 어디까지 수용되어야 할까?

<그래서, 인터널브랜딩 : 브랜딩스러운 조직문화 이야기>


조직에서 일을 진행하는 데 어려움을 주는 것 중 하나는

바로 '감정'이다. 


감정이 일의 진행에 영향을 발휘하는 것, 

다시 말하면

특정 구성원의 감정이 협업의 과정에서

장애와 어려움으로 작용하게 되는 상황이다. 



조직 내에서 감정이 중요한 이유는

인간은 다른 사람의 감정을 모방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감정의 전염'이다. 



심리학에서 많은 학자들이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감정의 전염이란

'다른 사람의 얼굴 표정, 말투, 목소리, 자세 등을 

자동적이고 무의식적으로 모방하고 자신과 일치시키면서 감정적으로 동화되는 경향'

을 말한다.



와튼 비즈니스 스쿨의 시갈 바르세이드(Sigal Barsade)교수는 아래와 같이 말했다.




구성원들의 감정은 섬처럼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구성원들은 '감정 유발자'로서 자신의 감정을 타인에게 끊임없이 퍼뜨리고
타인의 감정에 영향을 받는다.
특히, 그룹으로 일할 때, 
구성원들의 감정이 바이러스처럼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전염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시카고 대학의 존 카시오포(John Cacioppo)심리학과 교수는 

공포, 슬픔 등의 부정적인 감정은 

즐거움 등의 긍정적인 감정보다 

인간의 생존 본능에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감정 표출도 더 크게 나타나고, 전염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감정의 전염은 물결효과(Ripple effect)로도 비유된다.

호수에 던져진 작은 돌 하나가 잔잔한 파장을 일으키며

널리 퍼지는 현상처럼 구성원들의 감정도 팀 내에 확산되며 

그 효과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1. 집단정서 = 개인 수준의 정서적 요인 + 집단 수준의 정서적 요인 

* 개인수준의 정서적 요인 : 개인의 정서적 기질/분위기/감정/감성지능/감각

   집단수준의 정서적 요인 : 집단 고유의 규범/과거 정서적 경험들 


2. 암묵적 과정(Impicit Process)

- 감정을 전달하는 사람과 수용하는 사람이 서로 의도적인 노력이 없어도 무의식적으로 감정을 수렴하는 과정

예) 무의식적으로 다른 사람의 얼굴 표정과 목소리 등을 흉내 내는 것 


     명시적 과정(Explicit Process)

- 한 사람이 타인에게 영향을 미칠 것을 목적으로 의식적으로 하는 행동에 의해 감정이 수렴되는 과정

예) 리더가 큰소리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 




예전에 후배 직원 한 명에게 

'감정적으로 일을 다루지 말라'라고 이야기 한 적이 있다. 



이 말을 했던 나에게 

그 후배 직원은 어이없고 다소 황당하다는 어투로 

'일에 감정을 넣지 말라고요? 헐-' 이라고 언짢음을 표현하며

이후에 한참 동안 나와는  말을 하지 않았던 경험이 있다.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내게 말을 건네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아예 나를 투명 인간으로 취급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이후에 나 뿐만 아니라 팀 내 다른 동료들도 그 후배 직원과 일을 하기를 불편해하고 꺼려 했다. 

당연히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은 비효율적인 상황을 넘어서, 부재한 상황까지 이어졌고

리더 역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난감해했다. (리더십의 문제는 또 다른 더 큰 문제로 이어졌다)

결국 우리 조직의  서로 간에 부정적인 감정과 정서는

고스란히 내부 고객인 직원들에게까지 그 불편함이 전해졌다.



현재 내가 

조직 내 구성원들의 감정을 다루는 방식은

'감정은 개인적으로  공감하되, 

역할과 책임의 수행에서 감정이 지나치게 개입하지는 못하게 한다'

라고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함께 일하는 동료가 

어떤 감정을 느끼든

그 감정을 느끼는 것은 그 사람의 자유고, 

그것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 

하지만, 공감의 차원을 넘어 

그것이 조직 내에서 수용이 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인 것 같다. 

조직은 서로 간에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역할과 책임을 통해 

정해진 시간 안에 최적의 의사결정이 나와야 하는 집합체이기 때문이다.  





조직 안에서 개인의 감정은 과연 어디까지 수용되어야 할까? 


최근에 TF를 리딩 하면서

내게도 이와 같은 질문이 생겼다. 


최근에 현업의 한 팀장이

우리 TF의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 의지를 보여주었었는데, 

본부장의 의사결정, 본부 및 다른 프로젝트의 일정 등으로 인해 

그가 원하는 타이밍에 프로그램 지원을 하지 못하고 

일정이 딜레이 된 적이 있었다. 


그로 인해 

중간에서 커뮤니케이션 하던 우리 TF멤버가 

그 팀장의 기분이 상했다고 내게 이야기하며

자신의 입장이 난처해졌으니 

내게 전화 통화를 통해 상황을 해결해달라고 요청을 하였다. 


일단 전화 통화를 통해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그 팀장에게 양해를 구한 후에, 

며칠이 지나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했던

TF 멤버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당시의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나는 

'그분이 그렇게 느끼든지 말든지,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라며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일정을 조율하고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할지를 이야기 나누려고 했는데, 


그 멤버는 그 순간 바로, 

나에게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


'차장님,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되죠. 

그건 아니에요. 

그분이 적극적으로 우리 프로그램에 동참해주시려고 한 건데, 

당연히 섭섭함을 느낄 수 있잖아요.,

거기에 공감을 해 주셔야죠!

그 팀장님은 지금 단단히 삐쳐있단 말이에요"


그 말에 여러 가지 이야기를 덧붙이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고, 추가적인 몇 가지만 나누고 대화를 마쳤다. 



동조하지 않는다고 해서

공감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이 현재 삐쳐있고, 토라져있다고 해서 

그 감정에 따라 그 사람을 대하고 반응하는 것이

오히려 그 사람을 성숙한 사람으로 여기지 않는 것이 아닐까.


성숙한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들여다볼 줄 알고

함께 살아가는 주변 사람들을 위해 

그 감정을 제대로 조절할 줄 아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가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고민하고 성찰하며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여 다시 그가 조직에서 해야 할 역할과 책임을 

제대로 수행할 줄 알게 될 것이라는 믿음이 내게는 있다. 


누군가는 궁색한 변명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으나,  

진실로 나에게는 사람에 대한 위와 같은 믿음이 있기 때문에

조직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를 어린아이로 여기고 싶지 않다. 


만일 어떤 이가 

자신의 감정에 따라 행동하고 

그로 인해 주변 사람들이 불편해지고 

함께 해야 할 일과 역할에 까지 그 영향을 미친다면, 

우리는 그의 감정에 동조할 것이 아니라,  

역할과 책임, 그리고 이슈에 대해서

진솔한 피드백을 주고,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신의 감정에 공감해요, 

이 문제 상황에 대해 우리 진솔하게 논의하고 

향후에 함께 더 잘해보기로 해요"


위와 같은 태도가 

그의 감정에 공감하면서도 

그가 조직에서 가지고 있는 역할과 책임에 대한 존중이 아닐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조직 내에서 개인의 감정이

어디까지 수용되어야 하는지.


조직 안에서는,  

기대했던 일이 되지 않는다거나

다 만들어놓은 일이 없던 일로 되어버린다거나 

처음에 이야기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틀어져 버리는 일이

생각보다 매우 많다. 


이런 상황이 되면 사람들마다 대응의 방식이 다른데, 

아쉽게도, 

상황을 정면으로 맞닥뜨려서 문제를 수면 위로 올리고

발전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각자의 역할을 고민하는 논의로 이어지는 일은

생각보다 적은 것 같다. 


특히 어려운 일일수록, 

관찰하고, 대화하고, 토론하고, 주도하기 보다는 

분노하고, 부정하고, 회피하고, 밀어내기가 

훨씬 쉬운 일일지도 모른다. 


물론 전자가 아니라, 후자처럼 행동하게 되면

조직 내의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고 

구성원들의 감정의 골은 깊어지고 

조직문화는 저해되고 만다. 


우리가 진정으로 조직 안에서

누군가의 감정에 공감하고

그의 역할과 책임을 존중한다면, 

우리는 끊임없이 대화하고 토론하며 논의해야 한다.


처음엔 불편하며, 다소 시간이 오래 걸리고

어쩔 때는 '이게 과연 해결이 될 수 있는 문제인가'라는 생각이 들 수 있겠지만, 


그러한 시간을 갖지 않을 때 오는 더 큰 문제는

개인의 부정적인 감정이

조직 전체로 옮겨가는 것이다. 


아직은 잘 모르겠다.

조직 내에서 개인의 감정이

어디까지 수용되어야 하는지는. 


하지만 이것 하나는 알 것 같다. 

함께 일하는 사람 사이에서

서로를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는. 


그도, 그리고 나도 

우리는 모두 성숙한 사람이다. 

아니 적어도, 

성숙을 향해 오늘 하루도 치열하게 고민하는 어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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