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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딩인가HR인가 Oct 25. 2019

같은 회사 사람들이랑 이야기하기가 싫다면

우리 회사 사람들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착각에 대해 


조직 안에서 학습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조직 안에서 왜 자발적인 학습 모임이 지속되기가 어려울까?


오늘 참여한 세미나에서는 이런 질문을 가지고 참가자들과 토론을 했다.


이유와 원인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나왔지만 많은 이들이 공감한 것은 정말 안타까우면서도 단순한 명제였다.



'같은 회사 사람들이랑 이야기하기가 싫다.'



예를 들어, 

독서 토론을 한다고 했을 때 밖에 나가서 다른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 나누고 싶지, 그걸 굳이 회사 사람들이랑 하고 싶지 않다는 거다. 함께 일하는 사람이 나에 대해 편견을 가지거나 오해하게 되는 것이 싫어서 회사에서 내 이야기를 오픈하는 게 부담스럽다는 말이었다.



(꼭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많은 조직에서)

생각해보면 같은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는 주제는 그리 넓은 편이 아니다. 제한된 범위 내에서 한정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어떤 사람들과는 제한된 범위의 이야기조차 나누지 않는다.






평소 우리는 내 주위의 동료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따져보면 그를 제대로 알고 있다고 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가 평소 메일이나 보고서를 쓸 때 자주 사용하는 단어들, 회의할 때 종종 보이는 습관이나 행동들을 알고 있을 뿐, 최근에 그의 관심사는 뭐고, 인생 영화는 무엇이었으며, 남편 혹은 아내와는 어떻게 만났고, 인생에서 가장 기뻤던 일이나 슬펐던 일은 무엇이었는지 등을 알고 있는 경우는 별로 없다.  


회사 안에서 보여지는 상대방의 단편적인 부분만을 보고 그를 잘 알고 있다고 오해하고 있는 것이지, 실은 우리는 그에 대해 십분의 일, 아니 어쩌면 백분의 일 조차 아는 것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회사 사람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기를 어려워한다.


동네에 종종 마주치는 옆집 사는 아저씨와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지언정 (심지어 그 아저씨가 어느 회사 임원이건 말건 그건 전혀 상관없다) 회사에 내 옆에 있는 아저씨랑은 이야기하기 싫은 거다. 



신뢰로운 사람들과의 특징은 스스럼없이 업무에서 벗어난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나눈다는 것이다.


다이슨 청소기를 써봤더니 성능이 어떻고, 이번에 우리 애가 어떤 학원에 들어갔는데 선생님이 어쩌구 저쩌구.. 이런 것들 말이다. 상대방에게 나에 대한 어떤 이야기를 해도 수용이 되고 나에 대해 괜한 편견과 선입견을 갖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꺼내어 낼 수 있다.


관계에 있어서 열린 마음은 상대방에게 어떤 말을 해도 나의 존재감이 안전하게 지켜줄 수 있다는 믿음에서 비롯된다.


즉. 개방성은 상대방에 대한 나의 심리적 안전감에 기인한다. 



크고 작은 일상을 소재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려면 심리적 안전감이 있어야 한다.


상대방에게 나의 부족한 점이나 취약점을 드러내도 그게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는 믿음, 그 믿음이 우리의 마음을 열고 관계에서 누군가를 수다쟁이로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회사 안에서 사람들과의 대화의 주제가 더 이상 확장이 되지 않고 좀 더 일상적이고 사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이 낯설거나 어렵고 불편하다면 어쩌면 이런 심리적 안전감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닐까?


회사에서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학습이 일어나려면, 조직 안에서 구성원 각자의 자기다움이 수용되고 받아들여지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먼저일지 모른다.조직 전체 차원에서 어렵다면 함께 특정한 활동이나 학습을 함께하는 커뮤니티 안에서만이라도 각자의 취향이나 기호, 생각과 경험이 존중되어야 한다.


대부분 배움의 본질은 실패와 시행착오다. 

실패와 실수가 받아들여지고 누군가의 시행착오가 또 다른 누군가의 배움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믿음. 


이 믿음 속에서 사람은 더욱 자기다워질 수 있고 함께 성장할 수 있다. 



오늘 세미나에 함께 참여한 다른 교육담당자분의 엽서, 누군 신지는 모르겠으나 이 엽서를 받고 정말 힘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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