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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에 집중한 바디프로필

by 김지만

[바디프로필은 20년 4월에 촬영했고 그 과정을 회고하는 글입니다.]



"BODY" profile : 계기



왜 BODY 에 큰 따옴표가 붙었냐면, BODY, 몸이라고 하는, 눈에 보이는 그 형체 가 나에게 부여하는 의미가 무척 컸기 때문이다.
'다이어트'라는 말이 싫었다. 특히 '미'가 중시되는 사회에 각종 다이어트 정보들이 쏟아져 나오는게 정말 싫었다. 하지만 웃긴건, 그러면서 나는 '다이어트' 생각이 가득했다. 휴학을 할 때에도 다이어트가 목표에 포함되어 있었고, 교환학생을 가서도 첫번째 목표가 다이어트였다.

생각해보면 자꾸만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내가 마음에 안들었다. 내가 나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으니 주변에서 말하는 각종 다이어트, 운동 정보들이 더 귀에 들어오고, 흔들리고, 나중엔 싫어하고 무시했다. 심지어 영양과 운동 같은 인간생활에 중요한 기본적인 정보들마저 "왜 다 살 빼라고 하는거야 왜!" 라고 무시했다.

사실, 바디프로필을 찍기로 마음먹은건 2018년이다. 하지만 2018년은 여러모로 나에게 힘든 해였고, 바디프로필 준비를 포함하여 다른 스트레스 요인들이 자극이 되어 급격하게 덩치가 불어났다. 바디프로필은 (당연히) 잠정적으로 취소되었다. 나는 버킷리스트에 바디프로필을 적으면서도 솔직히 나를 믿지 않게 되었고, '언젠가' 라는 그 안하무인한 태도로 자꾸만 나의 꿈을 현실로 바꾸는 걸 미루었다.

어느새 빵과 과자 같은 간식을 식사량보다 더 많이 먹고, 음식이 명치 끝까지 차오르며 '나는 게으르다.' 라는 생각이 내 몸과 마음을 잠식할 무렵, 나는 '다이어트'를 하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 생각이 들기까지 2년이 걸렸다.


2년 뒤, 2020년,
체중이 어떻게 되던 간에 어떤 몸이라도 내 몸이니까 즐겁게 찍어보자.


폴란드에 있을 때, 새벽감성의 힘을 빌어 홧김에 스튜디오에 예약금을 포함한 전 금액을 다 보냈다. 결제 당시, 확실히 나는 '비만' 상태였다. 솔직히 이렇게 하고도 취소를 여러번 고민했고, 실행에 옮기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특히 덩치 큰 사람들의 바디프로필, 자유롭게 찍은 스냅사진 등을 저장해두고 자신감을 잃지 않으려고 했다. 바디프로필 생각에 앞이 막막할 때마다 그래도 나와 한 약속은 지키자 라는 그 고집으로 취소하지 않았다.

일단 이렇게 내면을 향한 여정이 ( 막무가내로) 시작되었다.

바디프로필은 결과가 아니라 2020년 일종의 작은 이벤트 중 하나다. 그러니까 여기서 마무리하지 말고 이걸 찍었고, 내일도 나는 운동을 한다 라는 마음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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