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27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난 언제 철이 들까?

by 가치지기 Mar 22. 2025

얼마 전 출장에서 돌아오는 길, 고속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기사님이 빈 좌석 하나를 발견했다. 좌석 위에는 가방이 올려져 있었고, 아마도 승객이 잠시 자리를 비운 것 같았다. 문제는 버스가 이미 출발한 뒤였고, 해당 승객은 터미널에 남겨졌다는 사실이었다.


기사님은 한참 고민하더니 결국 버스를 멈추고 직접 터미널로 돌아가 승객을 데려왔다. 그로 인해 출발은 40분이나 지연되었고, 버스 안의 공기는 어색한 정적으로 가득 찼다.


속으로 불만이 쌓였다. 기사님의 실수도 문제였지만, 그 과정에서 다른 승객들에게 충분한 설명이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점이 불쾌했다. 순간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스쳤지만, 내 앞에 앉은 노부부는 무언가 급한 일정이 있는 듯 조용히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뒷좌석 승객들도 수군거리며 각자의 불편함을 감추고 있었다. 그리고 나 역시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버스는 예상보다 빠르게 목적지에 도착했다. 기사님은 운전에 집중하며 최대한 시간을 만회했고, 승객들도 별다른 불평 없이 조용히 있었다. 내릴 때 보니 몇몇 승객이 기사님의 어깨를 토닥이며 “고생하셨습니다”라고 인사했고, 기사님도 늦게 탄 승객에게 미안함을 전하며 “다음엔 꼭 기사에게 미리 알려주세요”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 순간, 문득 깨달았다. 때로는 불만을 삼키는 것이 최선일 때가 있다는 것을.


만약 내가 화를 내며 항의했다면, 기사님은 불편한 마음으로 운전했을 것이고, 다른 승객들 역시 소란 속에서 피곤한 여정을 견뎌야 했을 것이다. 옳은 말을 한다고 해서 꼭 옳은 행동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금 느꼈다.


철이 든다는 건 무엇일까.

남의 실수를 가르치고 지적하기보다는, 때로는 그럴 수도 있다고 이해하고 넘어가는 것 아닐까. 실수는 누구나 한다. 그리고 나 역시, 언제든 그런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


결국 철이 든다는 건, 단지 나이를 먹고 경험이 쌓이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해 보고, 불완전한 나 자신을 인정하는 겸손함을 갖는 것이 아닐까.


이번 일을 통해 또 한 번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순간의 감정에 휩쓸려 남을 탓하기보다는, 그 이면에 있는 사정과 맥락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모든 태도의 바탕에는 ‘사랑과 신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나는 아직도 한참 모자란다. 그래서 오늘도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언제 철이 들까?


브런치 글 이미지 1


작가의 이전글 봄꽃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