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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쓸채은 Nov 18. 2023

고등학교에서 잘할 아이가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자질

지난주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코로나19가 터지고 5년 만에 가는 숙박형 수학여행이었습니다. 우리 학교의 제주 수학여행 첫 코스는 바로 새별오름 등반(?), 산책(?)이었습니다. 새별오름은 해발 519.3m의 말 그대로 오름인데요. 오르는 길이 좀 가팔랐어요. 그래도 10~ 15분이면 정상에 오를 수 있는 오름이라 낙오되는 아이들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는데 이게 웬일, 중간에 포기하는 아이들이 속출했습니다.



숨이 차서 못 오르겠다는 아이들, 다리가 아파서 못 오르겠다는 아이들, 구토가 나올 것 같아서 못 오르겠다는 아이들... 담임교사와 여행사 직원들이 오름 곳곳에서 아이들을 달래고, 어르고, 상태를 체크하느라 새별오름의 풍경이 가물할 정도였습니다.



아이들과 오름을 오르면서 오름을 오르는 과정이 아이들의 고등학교 생활 모습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이들이 오름을 즐겁게 끝까지 오르는 자, 괴로워하며 끝까지 오르는 자, 오르다 중도에 포기하는 자, 시작도 안 하는 자 등으로 나뉘는 모습을 보며 고등학교에서의 아이들 모습을 떠오르게 했습니다. 그 가운데 가파른 오름을 즐거운 마음으로 정상까지 오르는 아이들이 바로 고등학교에서 잘하는 아이 즉, 고등학교에서의 삶을 잘 살아내는 아이의 모습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오름에서 이 생각 저 생각하다 보니 오름을 잘 오르고 못 오르는 아이들의 차이를 떠올리게 되었고 그 생각은 자연스레 고등학교 생활을 잘 해내기 위해서 아이들에게 필요한 자질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습니다.



제가 내린 고민의 결론은 "지구력"입니다.



지구력 : 오랫동안 버티며 견디는 힘.



고등학교는 우리 아이들이 유치원 3년,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이라는 10년 이상의 정규교육과정을 거쳐 마주하는 곳입니다. 이곳에 온 아이들은 학교에서 하는 유형화된 활동들, 학교에서 학습하는 수업 형태들, 학교에서 맺게 되는 여러 사회관계 등을 이미 경험하고 온 아이들이죠. 그렇다 보니 새로울 게 별로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3년의 시간을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하게 살아내야 하는 곳이 고등학교입니다.



새별오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 아이들 초등학교, 중학교 소풍 가서 등반 많이 해봤을 겁니다. 등산의 의미도 나름 알고 있습니다. 정상까지 올라도 별 거 없다는 것도 알고, 정상까지 올라가면 다시 내려와야 한다는 것도 압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름을 오르는 과정을 즐기며 정상까지 오르는 것, 반복되는 매일의 학교 생활을 즐기며 고등학교 생활을 해내는 데 필요한 자질이 지구력이라 생각했습니다.



고등학교에서 특히 중요하게 여기는 학습 능력도 번쩍이는 머리만으로는 이제 한계가 있습니다. 아무리 머리가 좋다한들 정말 한 번 보면 다 외우는 천재가 아닌 이상, 아니 설령 천재라 하더라도 이렇게 많은 양의 과제를 다 수행해 내기 위해서는 이 지난한 과정들을 묵묵하게 해내는 엉덩이 힘이 필요한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또한 초등학교, 중학교에 비해 노력한 만큼 즉각적으로 나타나지 않는 결과물을 보고도 좌절하지 않고 꾸준히 해낼 수 있는 힘 또한 필요하기에 가장 중요한 자질을 "지구력"으로 꼽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중요한 지구력, 어떻게 하면 기를 수 있을까요?



저는 지구력을 스포츠와는 별개로, 일상적인 힘으로 생각했을 때 '지덕체' 중 '덕'의 영역에 가까운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덕' 즉, 인성적 측면만 잘 다지면 아이의 지구력을 기를 수 있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이 덕의 측면을 기르기 위해서 선행되어야 할 것이 체력, 지력입니다.



하나. 체력 : 강인한 체력 기르기


오름을 오르는 아이들을 보면서 지구력은 지구력만 기른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구력이 아무리 뛰어난 들 우선 체력이 받쳐줘야 합니다. 몸이 건강해야 아픈 다리도, 가쁜 숨도 참고 인내하며 산을 오를 수 있습니다.


학교도 마찬가지입니다. 학교에는 체력이 약한 친구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몸이 아프면 무엇을 하려고 해도 쉽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린 시절부터 체력을 기르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초등학교 준비라고 하면 다들 영어 학원, 수학 학원 알아보기에 바쁩니다. 이제 학교에 들어가니 학업적 능력을 길러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하지만 저는 많은 신체 활동으로 몸을 건강하게 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걷기, 등산, 태권도, 축구, 줄넘기 등 다양한 운동을 통해 아이의 체력부터 길러주어야 합니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은 그냥 나온 게 아니라는 걸 고등학교 현장에서 매일 느낍니다.  



둘. 지력 : 메타인지 기르기



메타인지 : 자신의 인지 과정에 대하여 한 차원 높은 시각에서 관찰ㆍ발견ㆍ통제하는 정신 작용.



오름을 오르는 아이들 중에 처음부터 100m 달리기를 하듯 오름을 오르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천천히 가라고 해도 있는 체력을 초반에 다 소진해 버립니다. 그리고는 중반쯤 가서는 못 가겠다고 왜 이런 곳을 왔냐고 불평을 늘어놓습니다.


오름을 오르는 데도 전략이 필요합니다. 자신의 체력과 컨디션을 인지하고 정상까지 오르기 위해 자신의 힘을 어떻게 배분해야 할지 전략을 세울 수 있는 '지'의 영역인 머리가 필요한 셈입니다. 이런 머리를 메타 인지라고 하지요.


아이의 초등학교 시절 이런 메타인지를 활용하는 능력을 길러줘야 합니다. 초등학교 시절 받아쓰기 잘하고, 암산 잘하고 하는 능력보다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메타인지를 사용하며 자신의 뇌를 최대한으로 활용하는 능력을 길러주어야 합니다. 고등학교에서는 메타인지를 쓸 겨를도 없이 주어지는 과제가 너무 많으니까요.


단거리 달리기가 아닌 장거리 마라톤과 비슷한 고등학교 3년을 자신의 능력치와 목표, 현재 상태들을 두루 살피며 어떻게 살아낼지를 계획하고 전략을 짜는 머리가 필요합니다. 그 계획과 전략을 바탕으로 자신이 목표한 곳으로 꾸준히 한 발짝씩 나아갈 수 있어야 합니다.  



셋. 덕력 : 체력과 지력이 바탕이 된 지구력 기르기


건강한 몸과 마음의 체력, 메타인지를 활용할 줄 아는 지력이 단단한 기둥이 되어 아이의 덕력을 키웁니다. 그리고 그 덕력 속에 고등학교에서 잘 해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자질인 지구력이 있습니다.


결국 고등학교에서 잘할 아이로 키우기 위해서는 '지덕체'를 고루 길러줘야 한다는 이야기인데요. 너무도 식상하지 않냐고 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13년간 아이들을 살핀 결과 이 지덕체가 사람의 전부고, 이 지덕체가 잘 갖추어진 사람으로 성장해 나가는 과정이 아이들이 험한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단단한 어른이 되는 과정입니다.




초등학교. 우리 아이가 지덕체를 기르는 진짜 시작의 지점에 서 있는 시기입니다. 어디에 우선순위를 두느냐에 따라 아이가 고등학교 생활 나아가 어른으로 성장하는 길이 순탄할 수도, 험난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새별오름을 즐거운 마음으로 오르며 그 과정을 즐기는 아이로 성장하기를 진심으로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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