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 중간고사를 코앞에 두고 저희 반 아이는 학교를 떠났습니다. 교무실 가운데 나란히 앉아 자퇴서에 서명하는 어머님과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 보다 교무실을 나서는 아이와 소리내 울었습니다. 지난 주말엔 재수를 하고 있는 졸업생이 찾아와 우울증을 진단받았다고 이야기 합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남부럽지 않게 잘하던 아이들이 고등학교에서 좌절을 경험합니다. 자퇴를 한 저희 반 아이는 초중학교에 받았던 성적과 달라진 고등학교의 성적에 방황하다 결국 검정고시를 치고 대학을 가기로 했습니다. 마음의 병으로 올해 수능도 요원해진 졸업생은 특목고 입시에 실패하고 그 좌절감을 고등학교 3년 내내 안고 힘들어 했습니다.
고등학교 진학 후 좌절하는 아이들을 학교에서는 쉽사리 만납니다. 인문계 고등학교에 있는 아이들 대부분이 좌절을 경험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중학교 시절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할 만큼 상위 그룹에 속해 있었다는 이야기이니까요.
저와 제 남편은 이런 아이들을 13년 간 만나왔습니다. 신도시 학군지에서 줄곧 근무하면서 대단히 잘하는 아이들은 아니지만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 부모님의 관심과 선생님의 인정, 사교육 선행 등으로 자라온 아이들이 고등학교 진학 후 힘들어 하는 모습을 해마다 지켜봤습니다. 저와 남편이 가르치는 교과목은 국어와 수학이라 어려운 난이도와 많은 양에 지쳐 포기하는 아이들이 부지기수입니다.
이런 아이들을 보면서 우리집 아이의 미래를 그려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많은 고등학교 교사들은 공부는 아이 본인이 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초등학교, 중학교에서 난다긴다 하는 아이들도 고등학교 진학 후 학년이 높아질수록 맥을 못추는 모습을 봐오면서 '될 놈은 된다'라는 마음으로 자신의 아이를 대하거든요. 저희 부부도 그랬습니다.
그러던 저희 부부가 최근 들어 자퇴하는 아이들,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늘어남을 느끼면서 고등학교에서 좌절하는 아이들을 좀 더 세밀하게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이 아이들은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좌절을 극복하고 건강하게 학교 생활을 하는 듯 보였지만 그 마음은 많이 상처나고 있다는 걸 알게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집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기 위해서는 '될 놈은 된다'라는 마음으로 아이를 그저 내버려 두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희 부부가 말하는 '고등학교에서 잘할 아이'라는 것은 고등학교에서 공부를 잘하는 아이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저희 부부가 말하는 '고등학교에서 잘할 아이'란 고등학교에서의 자기 삶을 잘 살아내는 아이를 의미합니다.
요즘의 고등학교라는 공간은 학교라기 보다는 사회에 버금갑니다. 조금 극단적 비유일지 몰라도 고등학생들의 학교 생활 규정은 사회의 법률에 준하고, 고등학생들의 성적은 사회의 부에 준합니다. 그러다보니 이 고등학교는 대학교보다도 더 사회같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고등학교에서 잘할 아이가 되길 바라는 마음은 수많은 갈등과 과제가 주어지고 그에 따른 결과와 책임이 요구되는 이곳에서 우리집 아이가 잘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우리집 아이가 고등학교에서 잘할 아이로 자라나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한 방향은 크게 3가지입니다.
1. 체 - 건강한 몸과 마음 신장
2. 덕 - 자신과 타인을 존중하는 인성 신장
3. 지 - 학습결손이 생기지 않을 학업 능력 신장
여러 학교들 교훈에 지덕체를 겸비한 인간이 많이 강조됩니다. 진부한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이들을 살펴보니 지덕체가 사람의 전부입니다. 순서가 조금 뒤바꼈을 뿐이죠.
우리집 아이의 방향을 설정하고 나서 이 이야기를 저희 가족 안에만 담아두지 않고 여러 부모님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앞으로 고등학교에서 만나게 될 아이들이 더 이상 좌절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요. 되도록이면 학교가 힘들어 자퇴하겠다는 아이들, 적어도 학업 스트레스 때문에 마음의 병을 얻었다는 아이들을 만나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지난 중간고사 국어 시험을 기대한 만큼 잘보지 못한 아이가 제게 찾아왔습니다. 국어 시간 다른 공부를 하면 안되겠냐고 묻습니다.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하면서도 이 아이가 조금 미리 준비됐더라면 이런 아쉬운 소리도, 조급한 마음을 드러낼 필요도 없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앞으로의 글들에서는 저희 부부가 우리집 아이를 고등학교에서 잘할 아이로 키우는 출발점이 될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 준비의 방향과 방법을 지, 덕, 체의 영역으로 나누어 이야기 드리려고 합니다. 우리집 아이를 포함한 우리 아이들이 다 같이 행복한 어른으로 자라나길 소망해 봅니다. 그 시작 저와 함께 동행하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