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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아진 leeAjean Sep 11. 2024

[소설] 09화_
"넌 어떤 글을 써?"

소설_사냥철에 양들은 도망쳐요.





11


 은별과 친해지고 자주 술을 마셨다. 


 어느 날 저녁, 강 앞에 앉아 맥주를 마시다 적당히 취기가 돌 때 입을 뗐다. 


 주변의 소음이 멀어지는 것 같았다. 








 



 난 소설을 쓴다고 말했다. 


 은별은 내 말을 듣고 화들짝 놀라며 눈을 크게 떴다. 서로 같은 책을 가져왔을 때와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은별은 곧바로 내게 질문했다. 





 “넌 어떤 글을 써?”





 이날 이후 다른 누군가에게도 소설을 쓴다는 말을 간간이 꺼냈었다. 


 그럴 때마다 비슷한 질문을 듣게 된다. 


 ‘어떤 글을 쓰나요?’ 같은 질문 말이다. 


 난 그 질문에 늘 이렇게 답했다.




 “그냥 그날그날 사람 이야기를 써요.”





 좋은 답이다. 


 가장 평이하면서 질문자를 적당히 만족시키는, 적당한 답. 


 하지만 이렇게 담백한 답을 내놓게 된 지는 얼마 안 됐다. 


 처음 질문을 들었을 때는 모든 게 어색했기에, 


 그때의 나는 이렇게 말했었다.






 “어렴풋이 글을 쓰고 있어. 하지만 정답에 가까워지지는 못하는 것 같아.”




 정답에 가까워지지 못한다니, 지금 생각해 보면 멍청한 표현이라 생각한다. 


 만약 그때와 같은 조건으로 은별에게 동일한 질문을 듣게 된다면, 나는 어떤 답을 할지 궁금해졌다. 


 사람 이야기를 쓴다고 하려나. 


 때마침 은별이 베일리스가 담긴 잔을 돌리며 질문했다. 


 바에는 여전히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요즘 글 쓰는 건 어때?”




 “...”





 난 대답을 하려나, 잠깐 멈칫했다. 


 그 후에 침묵이 담긴 미소를 지었다. 요 근래 글을 제대로 쓴 적이 없었다. 


 내게 창피하여 눈을 아래로 내리깔고, 은별이 아무 말도 없자 다시 고개를 들었다. 


 은별과 눈이 마주쳤다. 


 우리는 동시에 웃음이 터졌다. 


 뒤에서 바의 다른 손님들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애써 무시했다. 


 둘 다 이런 상황을 즐겼다. 


 은별은 내가 글을 쓰지 않는 걸 보며 한 번도 보챈 적이 없었다. 


 아마 그러하기에 늘 그녀와 술을 마시는 걸지도 모른다.


















사진 : hanbin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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