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아진 leeAjean Sep 09. 2024

[소설] 07화_사랑의 꽃은 사랑 끝에 피기 때문이다.

소설_사냥철에 양들은 도망쳐요.











9


 은별은 소설을 좋아했다.


 우리가 친해진 계기도 소설이었다.


 영화학 수업에서 ‘소설을 영화화한다면 어떤 연출을 할 것인가.’를 주제로 발표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다른 학생들은 대부분 유행하는 베스트셀러와 인플루언서들이 추천하는 소설을 가지고 왔다.


 난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와 <여명의 여울> 두 권을 가져왔다.


 은별 또한 나와 같은 책들을 가져왔다.


 교수님은 우리가 같은 책을 골랐다는 이유로, 우리가 잘 어울릴 거라며 농담했다. 아마 지루한 수업 분위기를 환기시키려고 그랬을 거다.


 교수님의 의도대로 주변에서도 웃음이 터져 나왔다. 나도 분위기에 맞추어 따라 웃었고, 은별도 쑥스러웠는지 따라 웃었다.


 웃음소리가 잠깐 강의실을 메우고, 이내 지루해졌다.







[여울의 여명]






 사실 교수님이 언급하기 전부터 우리 둘은 서로의 책을 확인하고 놀란 눈치였다.


 먼저 알아챈 건 은별이었다. 은별은 내 손에 들린 책을 보자, 눈이 크게 떠졌었다.


 그리고 자신도 같은 책을 가져온 것을 보여주기 위해 두 권을 흔들어 보였다. 그날 이후 우리는 소설에 대해 계속 얘기할 수 있었다.







 알지 못하는 이야기보다 아는 이야기일수록 기대감은 커진다.


 영화의 주인공이 고난을 겪고, 해결할 걸 알면서도, 우리는 몰입하고 영화는 설렘을 준다.


 로맨스 소설을 읽는 것도 같은 이치다. 뻔한 로맨스가 뻔한 사랑인 걸 알면서 두근거린다.


 하지만 은별은 그렇지 않았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운명적 사랑을 꿈꾸는 건, 무지개에 닿으려 노력하는 행위와 같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사랑 이후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사랑의 꽃은 사랑 끝에 피기 때문이다.


 다만 나와 은별은 자신의 이야기에 있어서, 각자의 사랑에 냉정하지 못했다.


 스스로 누군가의 무지개가 돼보기도, 누군가의 무지개를 잡으려고도 애썼다.


 바람처럼 둘 다 사랑 이후의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꽃은 시들었고 짐작한 뻔한 결말이 됐다.

















사진 1 : annie spratt

사진 2 : 문학사상사 출간 :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책표지 이미지

사진 3 : hanbin choi 



이전 06화 [소설] 06화_ Music Title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