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_사냥철에 양들은 도망쳐요.
은별은 어린 시절 한국에서 살다가, 초등학생이 될 무렵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녀의 부모님의 갑작스러운 결정이었다.
미국에서의 모든 것은 은별에게 낯설게 느껴졌다.
길거리의 간판,
사람들의 말투,
심지어 하늘색까지도 달라 보였다.
그녀는 ‘스텔라’(Stella)로 불렸다.
스텔라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꿈을 반복해서 꿨다고 한다.
가족과 함께 공원에 가는 꿈이 대부분이었다.
미국에서의 생활은 은별에게 힘듦을 가져다주었다.
그녀는 무심코 자신의 원래 이름을 떠올릴 수 없을 만큼,
거의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간다고 고백했었다.
영어 이름을 발음할 때마다, 자신이 낯선 이방인이 된 기분을 느꼈다고.
가끔 엄마를 그리워하며 이불속에 숨어서 감정에 몸을 맡기기도 했다.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은별은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국에서는 성적이 좋은 편이었으며,
부모님의 무조건적인 기대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특히 대학에 진학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말을 듣고 살았다.
그런 말에 믿음을 가지고 어른이 됐다.
인간은 대체로 100년 정도 산다고 한다.
은별이 처음 이 사실을 접했을 때 의문이 생겼다고 한다.
20대까지의 짧은 순간으로 100년 인생이 결정된다는 걸. 의문과 함께 약간의 기대도 있었던 것 같다.
기대로 그 시기가 올 때까지 그녀는 비관 없이 기다렸다.
지금은 성공한 모델이 됐다.
화려한 런웨이를 걸으며 카메라 플래시를 받는 그녀의 모습은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삶이었다.
유명 브랜드의 광고 모델로 발탁되기도 하고, 언젠가부터 쓰기 시작한 짧은 글들은 쓰는 족족 주목받았다.
하지만 자신의 글에서 조차 은별의 이름은 없다.
아무도 은별의 이름을 모른다.
SNS 속에 화려한 삶을 살아간다. 여러 사람들이 그녀를 동경하지만,
은별의 마음 어딘가는 여전히 채워지지 않은 채로, 텅 비어있다.
밤이면 종종 옥상에 올라가 별을 본다고 한다.
사진 : Vitalii Khodzinsky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