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애는 누가 봐요?
어제는 하루에 두 번이나 울었다. 아기는 6개월을 향해 달려가는데 나는 슬슬 회사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육아휴직이라는 좋은 제도를 잘 활용하고 있지만 나는 계약직이라 기간이 만료되는 3월 전에 계약연장을 위해 회사로 돌아가야 했다.
마흔셋 적지 않은 나이에 섣불리 일을 그만두었다가 다시 일을 구한다는 것도 어렵고 이직도 쉽지 않아 일단 돌아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달리 대안이 없었다.
문제는 ‘아이’였다. 복직 신청과 동시에 나를 보는 사람마다 토씨하나 안 틀리고 묻는 질문은 바로 “그래서 애는 누가 봐요?”였다.
그래, 그러니까 도대체 누가 봐야 할까. 어린이집에 보내기는 할 텐데 말귀는 조금 알아듣는 돌까지는 집에서 돌보자는 욕심을 부린 뒤였다. 일단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남편은 육아휴직을 그나마 쉽게 낼 수 있었지만 마음이 쉽지는 않았던 것 같다. 12월 중순부터 인사시즌을 앞두고 남편은 “내가 써야 하나? 일단 얘기는 꺼내놨어.” 그 말만 반복했다. 심플하게 “내가 쓸게”하고 바로 행동했으면 될 일인데 결정을 나에게 해달라고 미뤘다.
나 역시 결정을 못 했던 이유가 따로 있다. K-효자인 남편은 아침, 저녁으로 시댁에 들러 홀로 계신 편찮으신 아버지의 식사를 챙기고 있는데 육아휴직을 하게 되면 아기와 아버지 사이에서 어느 누구도 제대로 돌볼 수 없을 것 같았다. 정말 정말 정말 다른 대안이 없으면 육휴를 쓰는 걸로 하고 보류했다.
업체에 전화를 했다. 당연히 사람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 실수였다. 업체에서는 1년째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어서 대기를 한다 해도 언제가 될지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던 차에 산후도우미를 해주셨던 매니저님께서 사람을 알아봐 주시겠다고 연락이 왔다. 잠시 기대를 했지만 그분도 이미 다른 아이를 돌보고 있었고, 무엇보다 비용이 생각했던 것보다 높았다. 그 금액이라면 내가 전업으로 아이를 돌보는 편이 나을 것 같아 선뜻 결정하기 어려웠다.
최후의 방법이 남아있다. 그건 가족 중 누군가에게 부탁을 해보는 것이었다. 아이를 낳기 전부터 돌봐주시겠다던 우리 엄마. 하지만 엄마는 아기가 100일 되던 날에 무릎 수술을 하셨고 어렵게 고친 무릎을 내 아이를 위해 쓰게 할 수는 없었다.
언니와 상의를 했더니 마침 일을 쉬고 있는 올케언니에게 이야기를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했다. 새언니는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다른 도시에 살고 있고, 가족이라도 부탁하기가 실은 더 어려워 몇 번을 망설였다. 고민고민하다가 정말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더니 언니도 고민을 해보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결국 3교대를 하는 남편이 평일 쉬는 날 중 하루를 돌보고 나머지 4일을 새언니에게 맡기기로 했다. 물론 비용도 넘치지는 않지만 모자라지도 않게 드리기로 하고 최대한 서로 배려하면서 아기가 돌이 될 때까지 같이 돌보기로 결정을 했다. 가족이 함께 돌보기로 하니 다른 온갖 걱정보다도 안심이 되었다.
그렇게 결정을 하고는 한의원에 갔는데 여자 한의사 선생님이 맥을 짚어주시다가 또 물었다. 그래서 애는 누가 보냐고. 이만저만해서 그렇게 됐다고 했더니 상냥하게 “한 여자가 일을 하려면 또 한 여자가 필요하네요.” 하셨다. 그 한 마디가 치료 때 맞은 침 한 방보다 더 강렬하게 다가왔다.
아이를 돌보는 동안 답답하고 벗어나고 싶은 마음도 솔직히 있었는데 막상 일하러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정말 싱숭생숭했다. 이제 뒤집기를 하려고 엉덩이를 들썩거리는 아이를 두고 회사에 가서 과연 일이 될지, 그렇다고 일을 하지 않고 전업이 될 자신도 없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나가지 말까? 나갈까’를 반복하다 보니 내가 집도 아니고 회사도 아닌 그 중간 어디에 서 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일까. 출산 직후보다 더 울적하고 툭 건드리기만 해도 눈물이 쏟아졌다.
임신기간 동안은 낳기만 하면 끝일 거라 생각하고 버텼다. 무거운 몸도 달라진 내 마음도 모두 홀가분해질 거라고 그렇게 믿고 싶었다. 허나 출산은 육아대장정의 시작이었고, 첫째 때도 둘째 때도 매번 큰 미션 하나를 해결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었다.
하나 알게 된 것은 아이를 낳고 키우는 동안 늘 최고의 상황은 없다는 사실이다. 하나가 괜찮다 싶으면 다른 하나가 안 맞고, 이게 좋으면 저건 좀 삐걱거린다. 그나마 괜찮은 선택지를 두고 그게 최선이 되도록 노력해 나가야 만 눈물을 줄일 수 있다. 품고, 낳고 돌보는 동안 흘렸던 눈물은 연습게임이었고 이제 진짜 눈물이 줄줄 나는 본게임이 시작되니까 눈물은 최대한 아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