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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한이름 Mar 24. 2023

엄마에게 자신만의 시간이 꼭 필요한 이유

하루 10분이라도 나 혼자, 나를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밤 10시 30분. 비로소 하루가 끝나는 시간이다. 이 정도면 정말 일찍 마감을 한 셈이다. 틈틈이 설거지도, 빨래도 잠시 앉을 틈 없이 움직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아이들이 모두 잠든 밤, 잘못하면 나도 금세 잠들어 버릴까 봐 정신을 바짝 차리고 이 고요함을 누리고 있다. 짧게라도 책을 읽고 딴생각을 하고,  밀린 드라마를 본다. 물론 보다가 잠이 들어서 한편을 온전히 다 보기는 어렵다.


아이를 키우고 일을 하다 보면 하루가 긴데, 짧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쉬지 않고 무언가를 하니 하루가 무척이나 긴데, 이 와중에 나를 위해 쓰는 시간은 무척 짧다는 이야기다. 거기에 체력은 또 저질이라 쉽게 지치고 더 쉽게 주저앉는다. 그래서 일과의 사이사이에 잠깐이라도 내 시간을 찾아 숨을 돌리지 않으면 안 되겠기에, 필사적으로 자투리 시간을 찾아 나선다.


가장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은 출근과 퇴근 시간이다. 약 40분 거리에 있는 직장에 다니기에 운전을 하면서 라디오와 음악을 듣는다. 그러면서 세상 돌아가는 소식도 듣고, 내가 놓치고 사는 것들도 떠올린다. 안 풀리는 회사 일도 생각하고, 또 쓸데없는 걱정도 하면서 지울 것은 지우고, 그래도 남는 것은 최소한으로 만들어 놓는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출퇴근 시간에 운전을 하는 것이 스트레스였는데 긴 요즘은 이 시간이 유일하게 숨을 쉬는 시간이 되었다.


회사에 도착해서 주차장에 머무는 3분.

어떤 날은 집에 도착해서 주차장을 두 바퀴 정도 더 돈다. 또 회사에 일찍 도착한 날은 주차를 해놓고 노래를 한 곡 더 듣고 내린다. 이때 숨을 고르며 ‘뭘 위해서 이렇게나 정신없이 사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하다가 ‘그냥 되는 대로 일단 오늘만 잘 넘겨보자’하고 차에서 내린다.


점심시간도 꽤나 알뜰하게 쓸 수 있다.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으면 밥값도, 시간도 절약이 되는데, 보통 30분 정도를 남길 수 있다. 이 시간 동안은 혼자 커피를 사러 나갔다 오거나 밀린 구몬숙제를 하기도 하고, 이렇게 쓰다만 글을 마무리하기도 한다.


팀원 중에 마음 맞는 사람이 있는 날은 회사 주변을 한 바퀴 돌며(약 10분 정도) 하루치 운동을 한다. 마음먹고 시간을 내려면 낼 수야 있지만, 솔직히 어렵다. 그래서 가급적 먼 곳에 주차를 하고, 걸어 다니려고 한다.


하루 종일 책상에만 앉아 있다가 퇴근을 하는 날에는 확실히 몸이 굳는 느낌이 든다. 전처럼 허리도 아프고 오른쪽 어깨가 결려서 키보드를 두드릴 때도, 운전을 할 때도, 아기를 안을 때도 힘겹다. 틈틈이 스트레칭을 해보지만 그때뿐이고, 팔을 들기 조차 어려운 날은 그냥 주저앉아 울기도 했다.


뭐, 이런 사소한 일 말고도 울고 싶은 순간은 수십 가지가 넘는다. 모든 사람들이 다 신경을 써주고 내 생각을 해주지만 결국 아이를 책임지고 챙겨야 할 사람은 나이기 때문이다. 잠깐 누웠다가도 아이가 칭얼거리면 먹여야 하는 사람도 나고, 똥을 싸면 얼른 씻기고 새로 기저귀를 갈아야 하는 사람도 나다. 잠시 도와주는 사람이 있지만 결국 집에 남는 사람은 나와 아이다. 이 무게가 상당하다.


엄마가 되어보니 알겠다. 새벽 4시고, 5시고 깨워달라는 대로 깨워주던 엄마도 알람시계가 필요하고, 항상 불안하고 걱정하고 흔들린다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쓰고 노력하며 버텨낸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 무게를 이기고 하루하루를 살아내기 위해서는, 나를 위한 시간이 꼭 필요하다.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대사처럼 엄마라는 사람도 하루에 설레는 몇 초를 모아 그게 5분만 되어도 살만해진다.


이렇게 모은 잠깐의 순간들이 추억이 되고, 그 추억은 언젠가는 나의 평생이 되어 나를 찾아오겠지. 시간이 지나고 아이가 훌쩍 커버렸을 때 ‘그래, 그때 참 좋았었지’ 하는 날도 올 것이다. 그날을 위해서 웃을 일이 아니어도 크게 웃고 혼자 우는 시간을 줄여 나가야 한다. 쉽지 않다. 그러니 계속 노오오오오력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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