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나에서였다. 갑자기 소나기가 퍼붓기 시작했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오래된 쿠바의 차들은 일제히 멈춰 섰다. 내 앞을 지나던 차도 멈췄다. 이리저리 기어를 바꾸던 운전자는 난처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나는 카메라를 품에 집어넣고 차 뒤쪽으로 돌아갔다. 힘껏 차를 밀었다. 하지만 미동도 하지 않는다. 그때 저 멀리, 지나가던 젊은 친구들이 뛰어왔다. 그들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차를 밀기 시작했다. 퍼붓는 비에도 그들은 웃고 있었다. 차가 움직이자 나는 재빨리 이들을 한컷 찍었다.
쿠바 사람들은 낙천적이다. 그리고 친절하다. 누군가 손길이 필요할 때 기꺼이 도울 준비가 되어 있다. 서로가 그 어려움을 잘 알기 때문이다.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