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밖을 무심히 바라보다 빨간 우산을 쓴 여자가 걸어가는 것을 보았다. 내가 좋아하는 솔 라이터 Saul Leiter의 사진이 떠올랐다. 여자는 곧 장애물 안으로 사라질 것 같았다. 나는 재빨리 책상 위에 있는 카메라를 낚아채고 다른 한 손으로는 창문을 열어젖혔다. 그리곤 숨을 고르고 2장을 찍었다.
여자가 사라지고 나서 사진을 확인했다. 한 장은 가로등에 가려버렸고 남은 한 장이 이 사진이었다. 책상 위에 6천만 화소의 고화질 카메라도 있었는데 순식간에 잡다 보니 작은 똑딱이 카메라를 잡은 게 아쉬웠다. 이 사진도 구도와 제스처가 그리 만족스럽진 않다. 그런데, 그래도 괜찮다. 그냥 그 자체로 좋은 것들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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