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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쫑작 Dec 13. 2023

샌프란시스코 노숙인

샌프란시스코 길거리에서 노숙인을 만났다. 1달러 지폐를 건네려 다가서는데 그가 손을 내민다. 그리곤 아차 싶은 듯 금세 손을 거둬들인다. 아주 짧은 순간. 하지만 난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내게 악수 먼저 하려 했었고, 자신의 손이 더러울 거라 생각하고는 황급히 거둬들였다는 것을.

        

내가 다시 악수를 청했다. 시커멓지만 거칠고 단단한 손이었다. 멋쩍게 웃던 그가 내 카메라에 관심을 보인다. 그러더니 한 장 찍어줄 수 있냐고 묻는다. 그는 입가에 힘을 넣었다가 코도 찡긋, 이마의 주름도 펼쳤다 오므렸다, 익살스러운 표정을 만들어 보인다. 그리고는 자기가 어떻게 보이냐고 묻는다. 유머러스하면서 배려심 많아 보인다고 했다. 사실 그랬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난 노숙인. 사람들은 그가 궤도에서 이탈했다 생각할지 모른다. 정상적인 사회생활 경계선 밖으로 밀려난 그림자 같은 존재로 말이다. 나도 그랬다. 하지만 보이는 것과 달리 여전히 함께 움직이고 있었다. 우리와 전혀 다르지 않은 궤도 위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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