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가성비였는데 생각보다 좋았다

어떤 독서의 기록 1

by Dolphin knows

가성비

가격 대비 성능을 말하는 말이고, 제품을 팔거나 리뷰할 때 강조하는 말이다.

나도 이 가성비라는 말을 매우 진지하게 생각하고

물건을 살때 꼭 이 세글자는 잊지 않으려 한다.


음악을 좋아했다. 엄마가 피아노를 잘 치셨고 회사 합창단에서 반주를 하실 정도였으니까

집엔 클래식 음반과 직접 연주하는 피아노 소리가 흘러넘쳤다. 그리고 주위에 음악을 잘 하는 사람들도 꽤 많은 편이었고 말이다. 바이엘 까진 엄마가 가르치셨고, 직장때문에 바빴던 엄마는 그 이후로 날 피아노 학원에 보냈다. 남들 다 가는 그냥 동네 피아노 학원.

그렇게 혼자서 피아노를 치고, 클래식과 재즈 연주곡을 들으며 자라났다.

어릴땐 MP3가 상용화 되지 않아서, 돈이 있으면 탈탈 털어 시험 끝나는 날

한국 라이선스도 없어 비싼 해외 앨범을 사다가 듣곤 했다. 보통 그러다가 뮤지션의 꿈을 꾸는데

K맏딸이라 그랬는지, 알아서 곱게 접어 날려버렸다.

"이건 그냥 취미로 하자"라고 정했다. 대단한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재능 이전에 돈을 곽티슈에서 뽑아쓰듯 하는 집안이 아니고는 안되는 부분이었으니까.

피아노 레슨을 중1때 그만뒀고. 지금도 그건 잘한 것같다. 이 작은 나라엔 재능 넘치고 야무진 사람들이 많다. 세계적으로도 그렇고 그들의 재능을 누리고 맘껏 칭찬만 해도 충분하다.


대신 어릴 때부터 곁에 있었던 책이 눈에 보였다.

친화력이 덜했던 성격탓에 애들과 몰려다니며 놀기 보다는 집에 가득했던 책들을 뽑아 읽으면서 지냈다.

참 좋았던게, 이 책은 나를 오해하지도 편견을 갖고 대하지도 않았고 자기를 있는 그대로 펼쳐서 보여줬다.

책이 나에게 이렇게 너그럽고 풍성했으니 나도 책에 너그럽고 풍성해지고 싶었다.

어느 순간 나도 음반에 쓰는 돈을 책을 사는 데 전환하게 됐다.

그래서 내 취미는 아주 흔한 취미인 '독서'가 됐다.

그리고 이 독서는 '가성비'가 매우 좋았다. 그리고 이렇게 읽은 다양한 책들은 콘텐츠와 각종 제안서와 보고서 마케팅용 글을 써내야 하는 내게 좋은 소스가 되어주었다. 때로는 잘못된 선택을 하고 남의 말에 우르르 휩쓸리는 걸 막아주기도 했다. 별거 아닌 하얗고 까만 종이뭉치는 내게 비싼 대가를 요구하지 않고도

나를 충분히 위로하고 교육하고 치유해 줬다.


장르 가리지 않고 책을 조금 읽었고, 이걸 한 권씩 총 9권을 정리해보려 한다.

내가 읽은 책을 남이 읽었을 수도 있고 그 감상이나 해석도 다르다고 본다. 그게 또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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