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편전쟁이 그랬다. 애초에 영국이 대중 무역적자와 공행의 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꼼수를 쓰지 않았다면 그 많은 중국인들이 아편의 노예가 되지 않았을거라고. 마약중독은 그저 나타난 현상일 뿐이다. 누군가는 그 중독 시스템을 만들고 유지시킴으로 이익을 얻는다. 그리고 그게 고착되면 결국 어느 누구도 그 중독시스템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다양한 것에 중독되어 병들어간다.
저자 강수돌과 홀거 하이데는 대한민국이 포스트 트라우마 중독사회라고 이야기 한다. 지금 대한민국에 나타난 중독현상들을 보여주고, 그 중독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들을 역사적이며 정치적 사회적인 구조 속에서 찾아내고 있다.
이 분들이 중독증상에 대해 진단한 내용에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부분을 직접 손으로 필사하기까지 했다.
요즘 유행하는 밸런스 게임에서도 드러나듯, 모 아니면 도이고 중간 지대와 여유는 절대로 용납하지 못하는 것이 이나라이다. 헬조선과 국뽕 사이. 빨갱이와 수꼴사이 대세와 아싸 사이엔 건널 수 없는 강이 있고. 이성적인 대화보다는 기세 싸움이 더 중요한 사회에서 건설적인 토론이나 새로운 상상과 대안 모색은 사라져버렸다.
특히 이 책에서 이야기 하는 '동반 중독'부분은 우리가 회사, 관공서, 학교, 심지어 취미생활을 하는 동호회나 커뮤니티만 조금 살펴봐도 충분히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통제하는 자와 통제받는 자가 있고 그 통제구조를 존속시키는 방관자와 동조자가 있다. 무엇보다 피해자가 강자의 논리에 굴복해서 결국 모두가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며 울분에 차 있는 그 상태. 나는 이게 민족적인 홧병이나 기질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은 바로 그걸 '중독'이라고 한다.
여유가 없고 계속 미친듯이 태엽을 감고 돌아가는 구조. 이 책에서는 특이하게도 '노동중독'에 대해 말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중독과 노동은 반대편에 서있는 말이기도 하다. 술에 쩔어서 일하지 않고 도박을 하거나 하루종일 게임을 하며 안나오는 사람과 어떻게든 아르바이트라도 하거나 야근을 불사하며 일하는 사람은 달라보이니까. 그러나 이 책에서는 다른 면으로 이 모든 것이 '중독' 특히 '국가적 중독'에서 비롯된다고 봤다.
해방공간을 지나 군사정권, 민주화운동과 보수반동과 촛불혁명 다시 검찰공화국에 까지 다다른 이 시점에서 왜 사람들은 이 많은 것을 겪고도 모순을 파악하지 못하고 힘들에 싸워 쟁취한 자유를 괴물에게 넘겨줄까 고민했었다.
나는 그게 개인의 '욕심'이나 편향된 '미디어'와 정치공작 그리고 권위주의 때문으로 정리를 했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더 깊이 들어간다. 바로 '두려움'때문이라고 한다. 제국주의와 전쟁, 특히 6.25전쟁을 겪으며 사람들은 가난에 대한 공포에 시달렸고, 권위주의적이며 잔인한 강자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므로 그들과 동일시 되어 약자 혹은 가난한 하층민이나 열외인간이 되지 않기위해 미친듯이 자신을 달궈야 했다. 자기를 증명할 부분은 통장에 늘어나는 돈과 사회적인 지위 학벌이 대부분이었으므로 '두려움'을 이기기 위해 자신을 '통제'하는 데 중독되었으며. 그 중독의 가장 큰 수단은 '과도한 노동'이었다. 모든 것을 전투적으로 하게 한 당시의 군사정권에도 그 혐의가 짙다.
그러나 결과는? 과로해서 죽고, 과로를 자처하는 이들이 그걸 '기득권'으로 알고 잃지 않기 위해. 스트레스를 약자나 기득권에 올라오지 못한 자들을 비웃거나 착취하며 푼다.
'억울하면 노오력을 하든가 출세를 하든가' 이 생각이 정말 정상이라고 생각하나? 그리고 난 사람들의 그 말버릇이 신기했다. '뭘 먹어야 잘 먹었다고 소문이 날까? 어딜가야 여행을 잘했다고 소문이 날까?' 매우 개인적인 결정 속에서도 '경쟁중독'은 깊이 박혀있다.
어떤 공무원이나 대기업 직원이 일하다 힘들어 자살했다는 기사 혹은 명문대 생이 죽었다는 기사에 배가 아직 불러서 그렇다는 말도 안되는 댓글을 자주 발견하게 된다.
신기하게도 그러면서도 사람들은 과노동을 혐오하며 되도록 빨리 파이어족이 되고 싶어, 중독적으로 투자라고 불리는 묻지마 투기를 해댄다. 코인판과 주식판 그리고 사람들의 정상적인 판단력을 마비시키는 부동산 문제까지. 결국 한국사람이 근본적으로 근면하고 성실해서 그렇게 일을 하는게 아니란 소리다.
현재 지구는 과잉노동-과잉생산-과잉소비 로 인한 자원착취로 병들어가고 있고. 요 몇년새 극심해진 기후변화로 지구 곳곳의 사람들이 죽고 다치고 있음에도 전혀 그 상태를 변화시킬 생각이 없다.
아무리 옳은 말을하고 같이 살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도 누군가를 소외시키고 짓밟고 심지어 자신의 정신과 신체건강까지도 담보잡히는 장시간노동과 그래서 얻는 잔업수당을 당연히 여기는 이상 이 사회는 결코 건강할 수 없다. 사실 사람들이 건강하게 노동하길 자연스럽게 바라면 자본주의가 오래 지속될텐데. 우리나라의 천박한 기업가들은 이것조차도 안하려고 한다. 뭐 자멸을 향해 간다는데 굳이 말릴 생각이 없다.
나는 한국사람이 화끈하고 뭐든 열심히 경쟁적으로 잘 한다는 말이 결코 좋게 들리지 않는다. 취미생활도 무슨 거기에 상금이라도 걸린양 제일 완벽하게 그것도 빨리 잘해내야 하는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과연 건설적인 생각이 나오겠는가 싶다. 창의성은 죽어가고 여전히 경쟁만을 받아들이는 틀에 자기를 박아넣고 서서히 죽어가는 거다. OECD 1위의 자살률, 여성과 노인 자살률이 높고 청소년도 툭하면 죽어가고 폭력중독 각종 스마트폰 기기, 약물, 마약, 도박까지 그렇게 바로 죽든 아니면 서서히 죽이든. 우리를 풍요롭게 하고 멋지게 산다고 했던 약속은 우리를 배신하고 말았다.
중독에 대한 훌륭한 통찰을 내놓은 다른 책에선 이 중독의 원인을 '단절'로 봤지만. 이 책에서는 두려움이라고 이야기 했다. 나는 이 분석이 더 맘에 든다. 두려우니 회피하기 위해서 그 두려움을 직면하지 않아도 되는 반복적인 행위나 물질에 중독되고 그 중독은 동조자와 방관자에 의해 강화되며. 결국 모두를 죽인 다는것.
그러나 이 책은 희망을 말한다 중독은 치유될 수 있다고. 새로운 대안에 대한 상상과 작은 실천. 무엇보다 서로의 말을 그저 '들어'주고 '공감'하면 조금씩 나아질 수 있다고 말이다.
나도 처음엔 너무 이상적이다 싶었지만. 생각해보면 지금의 민주주의, 양반상놈천민 없는 세상, 성별불문 대학에 갈 수 있고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것, 직선제, 삼권분립, 재택근무, 엄마아빠가 다 쓸 수 있는 육아휴직, 학생무료급식 그리고 그저 통화용도로만 사용되었던 전화기가 영상과 글을 올리며 은행결제까지 가능한 플랫폼 디바이스로 바뀐다는 것도 한 때는 너무 이상적이며 상상 밖의 일이었다.
중독적인 사회에서는 정상적인 생각을 너무 이상적으로 치부하며 치워두고 중독을 강화하려 하는게 사실이다.
나는 이 두 분이 다음 책을 내 주셨으면 좋겠다. 이 책이 나온 시점은 촛불혁명 직후다. 이 두 저자가 현재 이 상황을 어떻게 보는지 정말 궁금하다. 누구보다 중독적인 증상을 보이는 이대남, 좁히자면 남초커뮤와 음란물 중독증세가 심한 2번남이 만든 세상. 또, 나라에 계속 빚을 내 판돈을 대게 달라고 떼쓰는 부동산 갭투기꾼들이 (2번남 처럼 자기연민에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며 스스로 도박중독자라는 걸 절대 인정하지 않는) 세상에 등장시킨 이 검찰공화국 혹은 기득권공화국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