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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lphin knows Mar 03. 2023

안녕, 복맑은 탕은 고마웠어요.

10곡의 노래와 10개의 이야기

110곡의 노래와 10개의 이야기

So long, so long, so long, so long, so long
So long, so long and thanks For all the fish


https://youtu.be/N_dUmDBfp6k?t=110

더글러스 애덤스 원작, 가스 제닝스가 감독한 이 영화를 나는 한국에 공식 개봉한 2005년
종로의 모 극장에서 봤다. 영화도 영화지만 원작 소설의 모든 글자 하나 하나를 사랑한다.
가슴설레며 봤고, 그 이후 몇 번을 더 봤는지 모른다.
첫 장면부터 이 돌고래의 합창이 나오는데, 응 그래 고마웠어 빠이... 이 말을 외치고 사라지는 돌고래가 부러웠다. 내가 그러고 싶었거든. 이 노래는 아마 내가 죽을때까지 귀에 맴돌듯하다.


가끔 독서감상문을 쓰고 좋아하는 음악을 올리며 대부분 헛소리 잔뜩 지껄이는 한마디로 난민촌 텐트같은 블로그를 운영중이다.

광인이 혼자 떠드는 폐가를 상상하면 딱이다. 정말 먹을 것 없고 애드포스트도 신청 했다.

신기하게도 이렇게나 품없는 블로그에 안부를 전해주시는 분들이 있다. 마음 맞고 뜻 통하는 소수의 사람들은 내가 먼저 서로이웃 신청하거나 고맙게도 신청해주시면 최대한 공손하게 감사를 표하는 편이다. K장녀 답게.

그렇게 조금씩 조회수가 쌓이니 무슨 광고하겠답시고 부동산중개인, 인테리어, 닥트수리, 등등 각종 사업체, 그놈의 <경제적 자유> 외치는 온갖 재테크 블로거들과 가끔은 강연팔이 피플들이 서로이웃 신청한다. 어차피 서로이웃인 사람에게만 오픈한 글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뭐 <그림자정부>나 <일루미나티> 소속은 아니어서요. 일단은 받아드립니다.


뭐 항상 그런 식이었는데, 엊그제 이 쓰러져 가는 초가삼간 블로그에 무슨 이혼 불륜,

상속 관련 법무법인이 서로이웃 신청했다.

일단 상속받을 재산 제로라 우리 삼남매는 겁나 화목하다.

네비 잘못 찍으신듯 한데 어쩌면 좋을까?


지옥에서 온 가성비충을 아시오? 난 유쾌하오.

응답하라 시리즈 중 어떤 것에도 공감못할만큼, 나는 운동선수, 남자아이돌, 그 당시 대단했던 배우들의 팬질을 해본적이 없다. 돈이며 시간이며 너무너무 아까웠거든. 그 아깝다는 생각이 화려한 조명처럼 영혼을 감싸면 지갑과 나만 남는다. 어차피 쓸 돈이라면 그거 생판 모르는 남한테 쓰느니 내가 맘대로 쓰고 싶었거든. 그 돈이면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맘껏 사먹고, 음반에 책도 사고, 짱짱하고 편한 트레이닝복 사고, 돌고래 스티커도 사는 거지 뭐. 그거 다 누리고도 돈이 남아 생면부지 인간들에게 선물주고 시간쓰며 덕질할만큼 돈이 썩어도는 재벌집 막내딸이 아니니까.

그냥 이미 죽어서 저작권 사라져 맘껏 들을 수 있는 죽은 음악가 할배들과

꾸준히 늙어가지만 그만큼 음악 잘 만드시는 아재나 할배, 가끔은 언니(!) 재즈연주자들 음악듣고 살았다.

음반만 가끔 사면 되거든. 그것도 뭐 MP3나 스트리밍 상용화 된 뒤엔 정말 가고 싶은 내한공연 고르고 골라 가는정도. 예술인은 예술인으로 남겨둡니다. 저는 피로를 자주 느끼는 저질체력이라서요. 뭐 그쪽도 힘들고 나도 공연보느라 힘들었는데 굳이 통성명 할 필요를 못느껴요. 일단 커피좀 마시고 정신 차린 뒤 집에가서 씻고 한숨 사야지.


이런 놈이니 결혼할 돈은 물론 연애할 차비 밥값 그외 비용과 시간 아까워 한 푼+일 분도 안쓴다.

예를 들면 만두 10개짜리 한 판을 시킨다 치자. 50:50내라? 뭐 불만 없다. 그럴 수 있다.

그런데 내가 문제다. 그 만두 한 판을 같이 먹는동안 상대방이 5개 넘겨서 먹는지 안 먹는지, 단무지를 지가 다 먹는지 안먹는지 카운팅하고 신경쓰느라 스트레스 받을 거 같음. 물론 더 먹으면 짤없이 돈 나눠서 덜낼거고, 혹은 그만큼 네 돈으로 추가 시키라고 할거다. 그리고 이동거리와 교통비 등등, 어느 게 나에게 사실상 유익이 되는지 따질 거 같다. '한정된 자원'을 한국식 나이에 따른 퀘스트나 미디어가 물건팔기위해 만든 가짜 욕구를 위해 쓸만큼 머리 속에 꽃길이 깔린 적이 없다.

그들과 비슷해지면 통장 잔고가
느는 것도 아니니
남 인생에 오지랖이나 피고
개인의 안전과 생존은 나몰라라하는
몰개성 비교중독자들의
스테레오타입 강요는
깔끔하게 무시하고 살아왔다.


굳이 밥 사주고 시간 빼가며 만나고 싶은 사람은 내게 인색하지 않은 마음을 행동으로 보여줬던 <소수>에 불과한 것도 있다. 구체적 계획 없는 부도어음 같은 말 따위를 믿기엔 나이를 먹어버려서. 수돗물 호스를 누르면 물줄기가 강하게 나온다. 내가 가지고 있는 재화와 시간을 맘껏 쓰고 싶은 사람에게 집중하는 편이 여러모로 효율적이다. 진심은 말이 아니라 시간과 행동 노력 지갑에서 나온다고 배웠다. 그 덕에 내가 지금까지 생존한거고. 어릴적부터 내 기저귀를 갈고 먹이고 키워준 엄마 아빠, 같이 자라며 투닥거리고 서로 위해주기도 한 형제들과 올케, 조카들 그리고 나를 진심으로 위했던 친구들 정도?

 어떤 사건이 일어나도 대체적으로 사람은 안변하거든. 그 성향은 유전적인 것도 있고 오래 보고 겪어온 직간접 경험이 만드는 거니까.

그리고 체력문제, 난 내 핏줄이 먼저고 친구도 고르고 골라 일부에게만 집중할 수밖에 없는 쓰레기 몸이거든.


결혼이란 첫 판을 클리어 해야 다음 이혼 판으로 넘어갈 수 있잖아. 그리고 불륜? 일단 내가 지금 아무랑도 법적 육체/감정적 경제적으로도 안엮여서 불륜충 땜에 스트레스받을 일이 없다.

와 생각해보니 정말 이게 참 나쁘지 않구만.


님 네비 고장남. 여기 고객 안살아요.
그냥 하루살이가 쓰러져가는
초가삼간에서 버티고 있습니다.

저기 이웃신청하신 그 법인 홍보 블로거님. 아쉽게도 우리 집안에 철딱서니 없는 남자들은 넘쳐날지언정 탈탈탈 털어도 불륜충이나 성매충은 없고요. n년지기 절친들은 다 인성과 성실성이 뛰어나며 상호존중하는 부모님 슬하에서 자라 그런지 자존감 튼튼하고 사리분별이 뛰어나요. 평강공주병이나 애정결핍 그런거 앓아본 적도 없으니 인성 및 정조관념 리스에 무능한 쓰레긴 잘 알아보고 가차없이 손절하는 스킬 갖췄습니다.

이러니 뭐 고객도 못 물어다 드리네요.

아 물론 결혼도 이혼도 다 정상이고 문제 1도 없는 개인 선택입니다. 사업 번창하시길 빕니다.





근데 생각해보니 고맙네. 결혼 비용도 어마무시하고 (이런 일로 시간 빼며 와준 사람들에게 밥값가지고 치사하게 굴기 싫기도 하고) 결혼에 따른 기회비용이 발생한다.
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유지비용은 물론
결혼청산 비용도 그만큼 나가는 걸 알려준거잖아?
알고 보니 귀인이셨다. 큰 절 받으세요!


불륜관련 법무가 많은 건 그만큼 수요가 발생해서고... 낭비되는 돈과 시간 멘탈이 잘 보인다.

이걸 기꺼이 감당할 정도로 누군가가 겁나 아쉬운 상태이거나 돈과 시간 여유가 있는 금수저가 아닌 이상은 감당하기 힘들겠네.


좋아. 난 이대로 간다.


감사합니다. 님의 서로이웃 신청이 아주 중요한 걸 깨닫게 해줬어요. 이미 돈 많이 아낀거네.

히힛! 큰 맘먹고 복국집 가서 4만 원 짜리 <복맑은 탕> 사먹어야지.

안녕, 복국 사먹을 돈 정돈 충분히 쓸 수 있단 걸 깨닫게 해줘서 고마웠어요.

출처 : tvN 수요미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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