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의 색, 분홍
미국 모더니즘의 어머니로 불리는 조지아 오키프는 20세기의 중요한 예술가 중 한 명이다. 마치 카메라의 줌 렌즈를 한껏 당겨 근접촬영을 한 듯한 꽃의 일부만 그려진 오키프의 작품을 독자들도 한 번쯤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녀는 미국적 근대성의 상징인 뉴욕의 고층 빌딩을 그린 그림과 꽃의 본질을 급진적으로 묘사한 것으로 유명하다.
오키프는 자연 형태, 특히 꽃과 사막에서 영감을 받은 풍경을 세심하게 그린 그림으로 국제적인 인정을 받았는데, 이러한 그림은 그녀가 살았던 장소와 환경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그림 『Pink Sweet Peas(1927)』는 뛰어난 디테일, 아름다운 색, 꽃의 우아함으로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작품 안에서 콩과에 속하는 꽃식물인 스위트피는 꽃잎이 얽히며 복잡한 디테일을 창조하지만, 작가는 그것을 섬세하게 표현해냄으로써 아름다움과 존재감을 더해주는 듯하다. 특히 미묘한 핑크빛의 그라데이션은 독특한 감성을 부여하는데, 누구나 핑크색 하면 꽃을 떠올릴 수는 있으나 사실상 정직한 핑크빛이 도는 꽃은 그다지 많지 않다.
우리는 이 그림에서 공기를 가득 채우는 듯한 꽃의 향기를 상상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분홍 꽃잎은 보는 이를 부드럽게 유혹하고 무성한 꽃밭으로 옮겨 평온함과 고요함을 선물하기도 한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웅장함을 어렵지 않게 접하게 해 주는 작품이다.
두 번째 그림 『Music, Pink and Blue No. 2(1918)』는 오키프가 텍사스에서 교사로 일하다가 뉴욕으로 거처를 옮기면서 추상화를 처음 탐구하던 시기에 그린 작품이다.
사실 오키프는 경력 초기에 추상화를 그리는 것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비평가들이 오키프의 성적 취향에 대한 심리적 표현이라고 해석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추상화가 자연 세계에 대한 그녀의 감정과 미학, 무형의 매우 개인적인 표현이 되기를 원했다. 사막의 꽃과 미국 남서부의 풍경을 묘사하는 화풍으로 변하면서도 추상적 표현은 오키프의 창조적 근원이라고 볼 수 있다.
칸딘스키도 그러했듯 20세기 초 선구적 예술가들에게 음악은 비언어적 감정 상태와 감각을 표현하는 모델을 제공했는데 조지아 오키프 역시 음악이 시각적으로 무언가로 번역될 수 있다는 생각에 매료되었다. 이 그림의 제목에서 음악에 대한 언급은 시각 예술이 음악과 마찬가지로 표현적 주제와 무관하게 강력한 감정을 전달할 수 있다는 그녀의 믿음에서 비롯되었다. Music—Pink and Blue II에서 부풀어 오르고 물결치는 형태는 시각과 청각 사이의 연결을 암시하는 동시에 오키프가 자연에서 감지한 리듬과 하모니를 전달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