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글을 위한 연구 활동 및 블로그 공백기를 마치고, 이어지는 일련의 글에서는 백신 (Vaccine, 예방 접종)에 대해서 써보기로 하였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대부분이 백신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사람들마다 각기 다른 생각을 떠올렸을 것이다. 일반인들은 매년 찾아오는 귀찮은 독감(flu) 예방 접종이 떠올랐을 것이고 특별히 어린아이를 둔 부모라면 각종 수많은 예방 접종 계획과 기록이 가득한 예방 접종 수첩을 떠올렸을 수도 있겠다. 최신의 뉴스에 밝은 사람들은 기존의 백신의 개념을 넘어 암을 예방할 수 있다는 자궁 경부암 예방 접종을 떠올린 사람도 있을 것 같다. 더 나아가 혹시 사회의 이면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백신에 대한 음모론과 무용론이 떠오른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일상생활에 바쁜 현대인들에게 예방 접종은 시간도 따로 내야 하는데 내 돈까지 들여야 하고, 백신이 효과가 없거나 유해하다고 하는 사람들까지 있으니 생각이 복잡해지게 된다. 특별히 연약한 어린아이에게 여러 번의 예방 접종을 할 생각을 하면, 필요하니까 의무화 혹은 권장했겠지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한 번쯤은 마음이 어려워지는 것도 사실이다.
국가가 일부 백신을 권장의 수준을 넘어서 의무로 만든 데에는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반대로 이러한 의무 접종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제시하는 근거가 있을 것이다. 양쪽 모두 우리의 건강을 염려하고, 더 나은 인류와 우리 아이들의 건강을 위한 것이라는 동일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갈등은 백신의 한 가지 특성으로부터 기인하는데, 이는 바로 백신은 공동체 전체 (대다수)가 맞았을 때 개개인도 더욱 더 안전해진다 점이다 (차후에 설명할 예정인데 이를 Herd immunity 라 한다). 다시 말하면 개개인의 자유에 맡기기보다 공동체로 대응했을 때 더 효과가 있기 때문에 갈등이 시작된다는 말이다.
근거 없는 음모론도 위험하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선 국가의 정책이니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단순한 전체주의적인 사고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부는 전문가 집단의 도움을 받아 특정 백신을 의무로 할 것인지 권장하는 수준에 그칠 것인지를 정확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고, 일반 대중 역시 사실을 바탕으로 생각하고 이해할 기회가 주어져야하며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어지는 글들에서는 백신의 역사, 원리를 그 안의 과학과 함께 살펴보면서 양측 주장의 근거들을 살펴볼까 한다. 어떤 주제는 흥미로운 인류사가 되기도 하고 어떤 글은 의학 전문서 같은 글이 되기도 할 것 같다. 또 어떤 주제는 사회과학적인 논쟁 거리를 던져줄 것 같다. '면역'은 과학 분야이기도 하지만 우리의 생활과도 매우 가까이 있는데, 특별히 '백신'이란 주제는 더욱 그러하다.
먼저 다음 글에서는 백신의 역사를 간단히 훑어보면서 백신이 인류에 어떤 영향을 미쳤었고 미쳐오고 있는지 살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