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 샤를 드 골 공항
프랑스 파리 공항 여행사진
디자이너의 시선에서 본 '파리 공항' 정체성
파리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정식 명칭은 '샤를 드 골' 공항, 파리 사람들인 '루아시 공항'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프랑스 중심 공항이에요. 프랑스 '샤를 드골' 전 대통령의 이름이 그대로 명칭이 되었습니다. 이번엔 파리 샤를 드 골 공항(이하 '파리 공항')에 대해서 이야기하려 해요.
공항에 대한 이야기가 뭐가 있을까 싶겠지만, 사실 공항은 국가의 첫인상이기 때문에 국가적으로도 신경을 많이 쓰는 곳입니다. 파리 공항의 경우도 프랑스의 '정체성(Identity)'을 여기저기 표시해 두었어요. 파리 공항에 4번째 가보고서야 그런 것들을 하나씩 보게 되었는데, 그에 대한 이야기도 재밌습니다.
정체성이라는 말을 사전에서 검색해보니까 대표적인 2가지 뜻이 있었습니다. '나아가지 못한다'는 답답한 의미의 정체성, 그리고 '본래의 모양'을 뜻하는 정체성. 두 단어는 같은 글자를 사용하면서도 절묘하게 다른 의미로 해석돼요. '공항'은 어떤 정체성과 가깝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파리 공항에 늘 사람이 많고, 모든 절차가 오래 걸려서 답답한 의미의 '정체성'이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에는 파리 공항에서 경유를 하는데 지연까지 돼서 5시간이나 정체되어 있었죠. 심심해서 '파리 공항'을 돌아다녀보기로 했습니다. 그러다 파리 공항 곳곳에 있는 '정체성(Identity)'을 하나씩 발견하게 됐어요.
파리 공항의 로고 디자인부터 에어프랑스 항공사 까지. 지금부터 프랑스의 정체성을 반영한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해드릴게요. 특별히 공항만 따로 이렇게 이야기를 꾸려도 될 정도로 가치 있는 경험이었어요.
Episode. 파리 공항의 정체성
프랑스의 정체성을 담은 파랑, 하양, 빨강.
프랑스 국기는 삼색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삼색은 자유, 평등, 우애를 상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파리 공항 곳곳에는 그 삼색으로 디자인된 서체, 심벌, 표지판이 있었어요. 한마디로 파리 공항에 프랑스의 정체성을 담아낸 것이죠. 엄청나지 않나요? 저는 매번 소홀히 지났다가 이번에 "아차" 싶었어요.
파리 공항만큼이나 우리나라의 '인천 공항'도 훌륭하지만, 대표적인 색을 뽑으라 한다면 어떤 게 있는지 고민해보다가 이내 찾지 못하고 포기하게 되는데, 그에 비해 파리는 3가지로 상징이 되는 거죠. 게다가 그 3가지 색은 자국의 삼색기를 따왔으며, 정체성까지 담고 있습니다.
공항은 아니지만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우리들의 '고속도로 휴게소'를 한번 상상해볼까요? 너무 많은 색이 있죠. 정보가 많아서 혼란스러울 정도예요. 그에 비해 파리 공항은 단조로우면서도 깔끔 및 세련된 디자인, 삼색만을 사용해서 모든 심벌과 표지판을 디자인을 한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에어프랑스의 '패키지 디자인'
패키지 디자인이라 한다면 간단히 말해서 '깔맞춤'이라고 해석해도 될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백화점에 가면 백화점 건축물, 인테리어, 쇼핑백까지 '일괄적으로 일관성 있게 디자인된 것'이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 같아요. 어떤 브랜드의 상징을 많은 부류에 적용시키는 것을 '패키지 디자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에어프랑스는 아주 잘 개발됐고, 유지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프랑스와 파리 공항, 에어프랑스 항공사는 '삼색'을 통일감 있게 사용하고 있어요. 국가와 공항, 브랜드까지 이렇게 '깔맞춤'하기가 사실 쉬운 일은 아니죠. 이는 '에어프랑스'가 프랑스의 국책 항공사였기 때문이에요. 완전히 국가가 운영한 공기업이었다가, 지금도 국가가 절반 이상 지분을 갖고 있기 때문에 기업이 국가를 상징하는 디자인을 차용한 거죠. 한마디로 프랑스와 파리 공항, 그리고 에어프랑스 항공사는 한 세트입니다. (웃음)
우리 한국에서 너무 많은 정보와 색 때문에 혼란스럽지 않았나요? 그리고 혹시 그것 때문에 여행을 떠나온 것 아닐까요. 디자인 때문인진 모르겠지만 파리 공항을 돌아다니면서 이것저것 구경하면서 첫 째, 눈이 편안하다는 분이 들었어요. 디자인 때문에 '편안함'을 경험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공항이라는 공간이 주는 공감
여행은 분명 여유를 느끼려고 떠나는 것입니다. 일상의 템포가 하도 빨라서 누군가에겐 피신해온 도피처 일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잠시 명상을 하는 것처럼 자신에게 한 걸음 다가가는 여정일지도 모르죠. 하지만 우리는 여행을 어떻게 대하고 있나요. 혹시 여행마저도 혹사시키고 있지 않은가요?
타이트한 일정, 촉박한 코스. 그걸 생각하면 공항에서 앉아서 대기하는 시간이 지옥 같아집니다. 그런데 공항에서 머무르는 시간조차 '여행'이라고 생각한다면 어떨까요. 저의 파리 공항처럼 어디를 가시든 그 공항을 둘러보는 거예요. 행여 그러다 연착이 되더라도 반가워하는 겁니다. 그렇게 여행을 즐기는 겁니다.
공항은 지루하게 머무르는 경유지가 될 수도 있고, 설레는 여정의 첫 시작이 될 수도 있고, 두 번째나 세 번째 시작이 될 수도 있습니다. 기대했던 곳의 도착이 될 수도 있고요. 가만히 생각해보면 공항이라는 공간은 매우 설레는 곳이에요.
공항을 거치게 된다면, 아침에 너무너무 바빠 이리저리 치이며 본능적으로 직진하는 출근 지하철역이 아닌 기대하고 고대했던 장소에 도착하는 것처럼 그 장소를 즐겨보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