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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비야에서 '덕질' 하기

스페인 세비야 - 스페인 광장, 메트로폴 파라솔

by 유럽집
스페인 세비야 여행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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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비야의 태양 아래서 할 수 있는 것


*덕질: 어떤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여 그와 관련된 것들을 모으거나 파고드는 일. (출처: 우리말샘)


사진 찍는 게 저의 '덕질'입니다. 세비야의 태양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눈부셔서 사진 찍기에 너무 좋은 곳이었어요. 사진도 사진이지만 쏟아지는 햇빛이 건물에 닿아 부서지는 빛깔이 흩날리는 순간을 본다면 도저히 기분을 우울하게 할 수 없을 만큼 황홀하기도 했습니다.


길가다 버스킹 하는 여자를 봤습니다. 아주 예전에 홍대에서 연두색 빛나는 구두를 신고 탭댄스를 췄던 열정적인 남자와 비슷했어요. 버스킹 하는 여자와 그 옛날 탭댄스 추던 남자, 그리고 저의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돈은 되지 않지만, 아무도 시키지도 않는 내 할 일을 하고 있다는 것. 노래와 춤과 저는 사진이라는 '덕질'로요.


사진을 찍는 저로서는 스페인의 뜨거운 태양이 꼭 탈진의 대상만은 아니었습니다. 어디를 찍어도 음양이 뚜렷하고 컬러가 확실해서 제가 행복해하는 '덕질'을 한결 즐겁게 해 주었습니다. 스페인의 태양 아래서는 제가 할 일이 많았어요.


여러분의 세비야는 어떤 게 덕질이 될 수 있을까요? 갑자기 전 그게 궁금해집니다. 세비야라면 '세비야 대성당'이라는 유명한 고딕 건축이 있고요, '알카사르'라는 넓고 아름다운 이슬람 정원이 있고, 과달키비르 강을 건너면 트리아나 강변의 플라멩코 공연과, 산타-크루스 지구의 술집들도 여행을 즐겁게 해 주거든요.


먼저 저만의 덕질 코스를 안내합니다. 저는 '스페인 광장'과 세비야의 랜드마크 '메트로폴 파라솔'을 소개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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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글쟁이, 멀티 페르소나.


먼저 한 가지 질문하고 싶습니다. "저는 어떤 사람입니다"라고 쉽게 규정할 수 있습니까? 요즘 '멀티 페르소나'라는 단어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이유는 아마 누구나 마음속에 다른 캐릭터를 여럿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내면에 많은 페르소나(정체성)가 있는 거죠. 누구는 행복하게만 보이는데 슬픈 면, 누구는 진지해 보이기만 하지만 밝은 면. 그런 여러 가지 얼굴들은 이제 '이중적이다'라고 말할 수 없을 만큼 당연해졌습니다. 입장은 상황에 따라 다르고, 직업과 달리 취향은 다양할 수 있으니까요.


저는 글을 쓰는 작가가 꿈이면서도 사진을 곧잘 찍는 편입니다. 실력이 좋다는 말이 아니라 그냥... 사진 찍는 걸 좋아해요. 태양이 빼꼼 건물을 비집고 나오는 순간을 좋아합니다. 그건 글로 표현할 수도, 말로 과장할 수도 없는 아름다움이니 사진으로밖에 담을 수가 없는 것 같아서요. 그래서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지면서도 사진은 계속해서 찍을 생각입니다.


저에게 누군가 "글을 쓰는 사람이에요? 아니면 사진작가를 하려는 거예요?"라고 묻는다면 전 '사진 찍는 글쟁이'가 되고 싶습니다.라고 대답하고 싶어요. 사진과 글은 너무 상반되는 개념이 아닙니다만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의 직업과 취미를 한번 붙여서 이름을 한번 지어보는 거 어떨까요. 유튜버 공무원, 여행 전문가 회사원 같은...., 그게 자신을 규정할 수 있는 문장이 될 거예요.


저는 글을 쓰지만, 사진 찍기를 좋아하고 사진을 잘 찍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사람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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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여행사진 1만 7천 장... "덕질 추천해요"


네 번의 유럽여행 중 2019년 여행만 1만 7천 장. 인스타그램에 하루에 사진을 10장씩 올리면 4년 반이 넘는 시간을 업로드할 수 있는 양이예요. 사진 많이 찍었죠? 이게 저의 이상적인 모습이자 자연스러운 모습인데 다른 사람은 어떻게 느낄지 모르겠어요. 저처럼 각자 자기 삶에서 중요한 덕질을 하나씩은 갖고 계시겠죠? (저만 이상한 게 아니라고 해주세요) 웃음.


글을 쓰기 위해 세비야 사진을 꺼내봤습니다. 사랑스럽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했던 말 사진을 한 장 봤고요, 타일에 누워있는 사람을 보면서 뜨거운 태양 아래 닿으면 차가운 촉감도 기억났습니다. 지금은 겨울이 다가오는 11월인데 스페인 광장 사진을 보니, 갑자기 탈진할 정도의 강렬한 태양의 온도도 기억나네요. 그때 생각했던 것들과 몸상태, 날씨, 습도까지 모든 게 떠오릅니다. 그래서 전 사진 찍는 걸 좋아해요. 한순간이라도 행복했던 순간에 다시 머무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에요.


눈물이 날 만큼 좋고, 그래서 누리면 행복한 것들. 저는 그게 사진이고 여행이 된 것 같아요. 각자 하나씩 이런 취미를 갖게 된다면 순간, 나아가서 일상, 더 나아가서 삶이 행복해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덕질'을 하나 만드시라고 추천하겠습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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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비야의 랜드마크 촬영, 메트로폴 파라솔


랜드마크라 한다면 어떤 게 떠오르세요? 우리나라의 경우엔 경복궁이나 광화문 광장이 떠오를 수도 있고, 제가 사는 수원은 정조의 '화성' 정도가 먼저 떠오릅니다. 제가 얼마 전 고속도로 공공 디자인 개선에 참여하게 되면서 '랜드마크'에 대한 개념을 다시 알게 되었습니다. 랜드마크는 쉽게 말해 '특이한 것'이라고 합니다. 대표적인 것 말고, 그곳에만 있는 특별한 것.


세비야는 '세비야 대성당'을 비롯해서 오랜 역사가 담긴 도시입니다. 도시 크기와 인구의 규모도 스페인 전체 도시에서 3위 안에 드는 곳이지요. 그런데 이렇게 전통을 보존하고 있는 도시에 엉뚱하게 '메트로폴 파라솔'이라는 현대 건축물이 들어서 있습니다. 세비야의 랜드마크가 되었지요. 이곳에서 노을이 지는 모습, 사람들의 모습, 도시의 전망을 촬영했습니다.


하얀색 집들이 가득한 도시, 푸른색 낮의 하늘, 해가 지면서 완전히 낮의 컬러와 상반되는 진한 노을의 색, 여인의 실루엣. 실은 세비야에 두 번째 와서야 이런 사진들을 담을 수 있었어요. 4년 전 처음 메트로폴 파라솔에 왔을 땐 갖고 있던 카메라가 고장 나서 덕질은 많이 할 수 없었거든요.


그리고 기어코는 2019년 다시 와서 마음에 드는 사진들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제 인생의 목적지가 여기 세비야에 다시 오는 것은 아니었으나, 작은 목표 중 하나였는데 이뤄냈고 그래서 지금 생각해도 아주 기쁘고 즐거웠습니다.


여러분도 하나쯤, 덕질을 만들고 작은 목표들을 세우고 이뤄가면서 기쁨과 소박한 행복들을 누렸으면 좋겠습니다. 랜드마크처럼 누군가에겐 특별하지 않다 해도, 나 자신이 만족하면 되는 거잖아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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