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로텐부르크는 동화책

독일 로텐부르크 - 크리스마스 소도시

by 유럽집
독일 로텐부르크 여행사진
2018_IMG_4524.jpg
IMG_4434_1200.JPG
IMG_3898_1200.JPG
IMG_4202_1200.JPG
IMG_4223_1200.JPG
IMG_4782_1200.JPG
IMG_4370_1200.JPG
IMG_4504_1200.JPG
IMG_4033_1200.JPG
IMG_4040_1200.JPG
IMG_4012_1200.JPG
IMG_3583_1200.JPG
IMG_3876_1200.JPG
IMG_3866_1200.JPG
IMG_3865_1200.JPG
크기조절_IMG_4599.JPG
크기조절_IMG_4292.JPG
크기조절_IMG_4611.JPG




가장 아름다운 크리스마스를 기억하며-


로텐부르크는 1년 내내 크리스마스만 기다리는 작은 도시입니다.라고 소개하면 좋을 것 같아요. 딱 적절한 비유인 것 같아서요. 빨갛고 세모난 지붕들로 된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곳, 집집마다 창가에 트리를 꾸며놓아 아주 큰 트리를 만들어놓은 곳, 길가 구석구석 캐럴을 틀어놓는 곳.


로텐부르크는 '장난감'으로도 유명한 곳입니다. 독일 중부 지역에 속하는 로텐부르크와 뉘른베르크에서 예전에 수공예 장난감을 많이 만들었데요. 조금 우울하게 생겼지만 아련한 분위기를 뿜는 작은 장난감들. 그래서 로텐부르크에는 장난감 기념품들이 많이 있습니다. 저 역시 '케테 볼파르트'라는 크리스마스 용품점에서 장난감 자동차와 산타가 그려진 귀여운 향초 컵을 사 가지고 왔어요.


중세에 요새로 쓰였던 성벽에 둘러져 있는 로텐부르크. 정식 명칭은 타우버 강가에 있는 로텐부르크라는 의미로 로텐부르크 오브 데어 타우버. 독일 안에 동명의 다른 로텐부르크가 있으니 여행을 가시려 한다면 꼭 '타우버 강가에 있는 로텐부르크'로 지정해 주셔야 해요.


로텐부르크는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한 동화책 같은 곳입니다. 한없이 평화로워 보이지만 종교전쟁과 세계대전을 꿋꿋이 극복하면서 '우아하게 나이 먹은 곳'이기도 한 로텐부르크. 그럼 지금부터 로텐부르크 이야기를 해볼까요. (웃음)




Episode. 로텐부르크는 동화책


IMG_4572_1200.JPG
IMG_4238_1200.JPG
IMG_4773_1200.JPG
IMG_4768_1200.JPG
image_1845174841512306824752.jpg


12월의 동화책 속을 거닐다.


생애 한 번은 반드시 가야 할 곳이 있습니다. 여기예요, 로텐부르크. 12월 크리스마스 시즌에 가면 이렇게 아름다운 장면들을 볼 수 있어요! 꼭 가보셨으면 좋겠어요. 이 동화책을 저 혼자만 보기엔 너무 아까워서요.


혹시 '크리스마스 마켓'이라고 들어보셨나요?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에도 '플리마켓'이란 게 많이 생겼죠? 유럽에서도 그런 마켓들이 있는데, 크리스마스에 되면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변신하거든요? 그런데 로텐부르크는 평소엔 비어있다가, 크리스마스 시즌에만 마켓이 열리는 곳이에요.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는 '마르크트 광장'에 대해 재밌는 점이 있어요. 이 광장을 독일어로 하면 '마르크트 플라츠(Marktplatz)'라고 하는데요, 영어로는 '마켓'과 '플라자'의 합성어입니다. '마켓이 열리는 광장'을 뜻하는 '마르크트 플라츠'라는 대명사가 광장의 이름이 된 거죠.


어릴 적 동화책을 읽어본 적 있으신가요? 혹시 거기서 빨간색 지붕으로 된 집을 보신 적 있으세요? 로텐부르크를 거닐다 보면 어렴풋한 동화책의 삽화 같은 장면들이 눈앞에 실물로 펼쳐질 거예요. 그 익살스러움에 반해버릴 거고요. 저도 동화책의 주인공이 되어 걷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웃음)




IMG_3031_1200.JPG
IMG_4530_1200.JPG
IMG_3032_1200.JPG
IMG_3853_1200.JPG
IMG_3581_1200.JPG


12월의 동화책 속에서 잠들다.


많은 분들이 로텐부르크를 당일치기로 다녀오는데요, 저는 며칠 독일식 가정집을 경험해 보기로 했어요. 가정집이라기보다는 '펜션'이라는 여기만의 숙박 시스템인데, 예약할 때 주인에게 메일을 보내고 주인의 확정 메일을 받으면 실제로 가서 비용을 지불하고 묵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부킹닷컴이나 에어비앤비처럼 예약과 결재방식이 편하진 않지만 운 좋으면 이렇게 멋진 숙소를 경제적인 가격에 경험할 수 있어요.


세모난 지붕, 나무로 된 실내, 전구색 조명... 이런 집에서 머무르면 어떤 느낌일 것 같으세요? 사진으로 봤을 때보다 건물이 크긴 했지만 초인종을 누르러 갈 때, 작은 정원을 보고 마음이 쿵 떨릴 만큼 설레었던 기억이 납니다. 인터넷 후기도 몇 없었는데 덜컥 4박을 예약한 터라 "시설이 더러우면 어쩌지?"라는 걱정을 했었거든요. 그런데 도착해보니 너무 만족스러웠습니다.


이 곳에서 잠이 들고 창문으로 햇살이 들어오고 다락에 올라가서 조식을 먹었던 모두 행복했습니다. 정말로 동화책에 들어가 있는 것 같았다고 고백합니다. 이렇게 귀엽고 예쁜 공간에서 잠을 깨면 왠지 제 자신이 더 어려진 것 같고, 더 순수해진 것 같고, 더 착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여기는 '펜션 엘케'라는 곳입니다. 홍보하는 건 아니지만 로텐부르크를 여행하신다면 이렇게 현지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숙소에 묵는 걸 추천하고 싶어요. 너무 동화 같지 않나요? 더 많은 사진을 보고 싶은 분들은 제 인스타그램 @YOOGAMSUNG 피드에 놀러 오세요. (웃음)




2018_케테볼파르트.jpg
IMG_4282_1200.JPG
IMG_4312_1200.JPG
IMG_3713_1200.JPG
IMG_4283_1200.JPG


우아하게 나이 드는 것


계속 동화책을 이야기했다면 이번에는 '나이 드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로텐부르크에서 우연히 본 할아버지와 할머니 때문이에요.


독일의 겨울은 오후 4시면 벌써 노을이 지고 금방 밤이 되는데요, 주로 당일치기 여행객이 많은 소도시이기 때문에 밤 10시쯤 되면 인적이 드물어지거든요? 근데 그게 꼭 무섭지만은 않아요. 일단 거리의 조명이 환하게 빛나고 있기 때문이고, 그걸 다 소유한 듯 길거리에 주인이 되는 기분을 느낄 수도 있어서예요. 특히 로텐부르크의 밤은, 그 어떤 아름다운 낮보다 아름다운 도시 이기도 합니다.


로텐부르크에 도착한 당일 저녁은 너무 피곤해서 일찍 잠을 청하려고 누웠는데, 숙소 오는 길에 본 풍경들이 아른거려서 결국 다시 카메라를 들고나갔습니다. 그 풍경들을 두고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나가서 원 없이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러다 어떤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보게 됐어요. 두 분이 손을 꼭 잡고 가고 계시더라고요. 온기를 나누고 계셨습니다. 분명히 사랑하는 사이였어요. 그 모습 왠지 모르게 우아하게 보였습니다. 이 로텐부르크라는 도시가 담은 우아함과 노부부의 모습이 비슷하게 느껴졌던 기억이 나요. 장소는 '중세의 우아함'을 담고 있고 두 분은 '사랑의 우아함'을 담고 있었습니다.


상상했던 '동화책'의 모습과 정말 너무나 흡사했던 로텐부르크. 동화책 같이 익살스러우면서도 중세의 중후함을 담고 있는 우아하게 나이 먹은 곳. 이렇게 나이들 수 있다면, 지난 젊을 만을 그리워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았어요. 있는 그대로 우아한 '지금' 그 자체로 만족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장난감부터 조명이 멋진 늦은 밤까지. 로텐부르크는, 떠날 때 한편에 동화에 속했다 현실로 나오는 기분이 들 정도로 '작고 행복한 세상'이었습니다. 마치 동화책처럼요.

keyword
이전 01화여행고픔증 프롤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