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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크 소확행 여행

영국 요크 - 밥 한 끼, 차 한 잔, 미드 여행

by 유럽집
영국 요크 여행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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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제가 좋아하는 시인, 이병률의 여행 산문집 제목입니다. 4년에 걸쳐 몇 번씩 읽었던 것 같아요.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바람'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누구나 느낄 수 있고, 또 쉽게 접할 수 있는 '바람'을 의미 있게 생각한 적 있으신가요?


요크는 바람이 많이 부는 곳입니다. 여름에 더운 바람과 겨울의 추운 바람 말곤, 땀을 흘리지 않고는 그 미세한 감각에 집중할 수 없도록 한국의 일상은 빨리빨리 지나간 것 같았습니다. 생각해보면 '밥'도 그랬어요. 밥상 위에 있는 음식들의 맛을 일일이 음미하기보단 '한 끼 때운'경우가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바람을 느끼기 시작했다면 점점 시간을 음미하는 중이겠지요.


많은 분들이 유럽여행할 때 '런던'을 맨 처음이나 맨 뒤로 배치합니다. 런던이 섬나라라서 한 번만 건너기 위함이에요. 그리고 런던을 여행하면 보통 근교 도시 중 옥스퍼드, 캠브리지 같은 대학도시를 비롯해 배스, 브라이튼을 다녀오는 것 같습니다만 저는 독특하게 '요크'를 선택했습니다. 특별한 여행을 하고 싶었어요.


미드 <왕좌의 게임> 아시나요? 저는 너무 재밌게 봤는데요(끝이 좀 허무하긴 했지만) 시나리오 작가가 인터뷰한 내용이 흥미로웠어요. 영국의 중세시대 '장미전쟁'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거기서 북부의 왕, 스타크 가문이 바로 여기 '요크'가문에서 모티프를 받았다고 추측됩니다.


이번 요크 소확행 여행은 미드 <왕좌의 게임><바이킹스>, 이병률 책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청춘 유리 책 <오늘은 이 바람만 느껴줘>, 세계 10대 소설에 뽑힌 <폭풍의 언덕>을 쓴 에밀리 브론테'에서 영감을 받아 여행했고, 그걸 소개하려 합니다. 대단한 건 아니지만 소소하게 이 작품들과 컬래버에서 여행 이야기 이어갈게요.




Episode. 요크 소확행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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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여기를 안 가면 안 될 것 같아"


언젠가 영국 여행이 하고 싶어서 영국 역사, 문학, 문화에 대해서 1년 정도 꾸준히 공부했었습니다. 그러다 영국 작가 '에밀리 브론테'를 알게 됐어요.


에밀리 브론테는 <폭풍의 언덕>을 쓴 작가이고, 이 작품은 세계 10대 소설에 선정될 만큼 유명한 작품입니다. 에밀리 브론테의 언니는 '샬롯 브론테'이며 <제인 에어>라는 작품을 썼지요. 두 작품 다 영화로 만들어졌습니다. 그중에 <폭풍의 언덕> 영화를 보고 이상한 감정이 들었어요. 배경지는 다른 곳이지만 이때부터 요크에 대한 갈증을 갖게 되었습니다. 때론 이렇게 자신이 동기를 가지고 의미 있게 여행하는 것도 꽤 낭만적인 일인 것 같아요.


에밀리 브론테는 가엾게도 서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게 됐는데, 죽음을 기다리는 삶을 살면서 여기 요크셔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고 살았을지 궁금했습니다. 첫 째는 위로를 하고 싶었고 두 번째는 얼마나 우울한 곳인지 직접 대면해 보고 싶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죽어가는 사람의 희망처럼 힘내서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 여기를 안 가면 안 될 것 같아"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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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한 끼, 그리고 차 한 잔.


사실 저는 유럽여행을 하면서 입맛에 맞으면서도 적절한 가격대의 음식을 찾기가 어려운 편이었어요. 그래서 만약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이 여행을 가신다면 그 나라의 보편적인 음식을 그 나라의 언어로 메모하거나 사진이라도 저장해서 주문할 때 보여주는 걸 추천하고 싶어요.


적당한 메뉴가 없으면 탄산음료나 한 병 마시고 돌아다니 일쑤였는데, 요크 여행하는 날은 운 좋게도 금방 아침 메뉴를 찾았습니다. '브랙퍼스트'라고 불리는 영국식 아침인데요, 여기에는 달걀 프라이, 감자튀김, 소시지, 버섯, 빵, 콩, 토마토 등이 들어있습니다. 요크에서 먹었던 건 엄연히 따지면 스코틀랜드식 브랙퍼스트였어요.


음식이 나오자마자 사진을 찍고 한 입 베어 물려고 하는 순간 잠깐 이런 생각이 났습니다. "겨우 밥 한 끼에 행복감을 느껴본 적 있었나?"라는 생각. 한국이었다면 별 걱정도 없는 반면, 별 감흥도 없이 식사를 했겠지만 유럽을 여행하면서는 워낙 못 먹으니까 그런 생각이 들었던 거예요. 생각을 마친 후 입에 음식을 넣고 오물오물 씹으며 혼잣말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 그래서 <삼시 세 끼>라는 프로그램이 인기가 많은 거구나"


여행이 좋은 이유는 새로운 미지의 세계에 발을 디딜 수 있다는 점이 크겠지만, 지금처럼 이렇게 소소하고 미약한 것에도 감사할 수 있는 태도를 가질 수 있다는 게 아주 큰 장점인 것 같아요. 고생하면 철드는 것처럼 여행하면 일상에 대한 감사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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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로 부했던 영국 역사와 영국 여행


미국 드라마로 영국 역사를 공부하고 영국 여행을 했다니, 약간 익살스럽기도 하죠? 그런데 정말 사실입니다. 이렇게 여행하기 전에 그 나라의 역사나 도시를 배경으로 한 외국 드라마를 보고 가는 것도 여행을 소소하게 즐길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것 같아요.


제가 봤던 미드는 <왕좌의 게임>과 <바이킹스>였는데, 하나는 영국 내전을 모티프로 하고 있고 하나는 북유럽 바이킹들이 영국을 침략한 7세기 말-8세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특히 <바이킹스>라는 드라마는 선정적이고 폭력적임에도 영국과 캐나다 '히스토리'채널에서 방영했을 만큼 실제 역사의 고증을 훌륭하게 담았다고 평가받는 작품입니다.


런던을 가셨다가 요크를 가신다면 직접 경험하시겠지만, 확실히 런던과 요크는 분위기가 많이 다른데요 이는 북유럽 '데인 족(현 덴마크인)'의 문화가 많이 남았기 때문입니다. 바이킹이 제일 먼저 영국 본토를 침략했던 지역이 바로 여기 요크라서 그런지 데인 족의 언어로 불렸던 명칭 그대로가 남아있기도 해요.


그런 것들을 하나하나씩 찾으면서 여행하면 한 결 흥미로워지는 것 같아요. '나만의 여행'이 완성되가는 기분이 드니까 한 번 해보시길 추천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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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라서 여행.


여행을 할 때도, 인생을 살아가면서도 길을 잃고 '방황'을 하는 적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거침없이 진진으로 완벽하게 하루하루 성공만 하고 계신가요?


"행복하세요?"라고 물어봤을 때 "네 행복합니다"라고 대답하는 분들이 많지도 않지만 있다 해도 자신을 사랑하는 감정에서 비롯됐다고 유명한 미술심리치료 교수님이 말씀하시더라고요. 이분법적인 질문이나 대답보다는 "오늘 행복하길 위해서 무엇을 하고 계신가요?"라는 질문이 더 좋겠다면서.


목적지 방향을 몰라서 길을 잃기도 하지만 때론 목적지가 많아서 머뭇거리고 방황하는 적도 있는 것 같습니다. 겪어보지 않은 일들을 할 땐 기대가 되면서도 한편 두렵기도 하잖아요. 요크를 여행할 때 '에밀리 브론테'의 죽음을 하도 생각해서 그런지 심오한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고 요크 여기저기에 묻어두고 왔기 때문인지 아직도 요크만 생각하면 복잡해지는데요, 아무튼. "여행이라서 그렇습니다"


처음 가니까 길을 잃는 게 정상인데 전 왜 그걸 무서워하고 두려워했는지 모르겠어요. 인생도 마찬가지 아닐까 싶습니다. 겪어보지 않은 경험들을 하고, 그 시간은 다시는 오지 않으니까요 저희 지금부터 작은 일부터. 밥을 먹거나 차를 한 잔 하는 것으로부터 소소한 행복을 느끼기로 해요. 결론은 이런 뉘앙스의 말을 하고 싶었는데 미드 얘기부터 한참 돌아서 왔네요.


확실히 여행은 무언가에 대해 깨달을 때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될 줄 몰랐는데. 요크를 가기 전과 갔다 온 후 삶의 태도가 미묘하게 바뀌었습니다. 여러분도 한번 한국에서 갖고 있던 복잡한 고민을 끌어다가 여행지로 가지고 가서 소소한 것들로 풀어내고, 거기 묻어두고 일상으로 돌아와 보세요. 한결 홀가분해질 거예요. (그곳의 사진을 보면 불현듯 다시 떠오를 수도 있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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