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럽집 Jul 10. 2020

세비야 여행 1

여행경로 : 점심식사 - 스페인 광장 - 메트로폴 파라솔

세비야를 여행하지 않았다면 스페인을 여행하지 않은 것.


콜럼버스가 가지고 온 황금으로 부자가 됐던 땅, 세비야. 오죽했으면 세비야 과달키비르 강 주변에 '황금의 탑'이 서있을까 싶다. 그리고 <세비야의 이발사>처럼 세비야를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가 많이 전해진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혹시 이 곳에 많은 사람들이 거쳐 갔으니 자연스럽게 사람들에게 많이 회자되었고, 이 곳의 이야기만 특별히 기억되어 전해진 게 아닐까 생각해봤다. 스페인 광장, 세비야 대성당, 알카사르, 산타 크루스 지구 등 과달키비르 강 주변을 걷다 보면 파리의 센강이 부럽지 않다. 세비야는 낭만적인 곳이었다.





세비야에 도착하자마자 숙소에 짐을 풀고 나와서 점심을 먹었다. 역시 일행 네 명과 함께였다. 나만 남자라서 숙소 침대 하나를 독차지해야 했으므로 분위기 좋은 식당에서 밥 한 끼 사는 걸로 양해를 구하게 됐다. 네 명의 식사비용이 14만 원 정도 됐으니까 금액을 생각하면 나가서 혼자 숙소를 잡는 게 차라리 나을 수도 있었겠지만, 이렇게 다 같이 밥 한 끼 하고, 기분 좋게 그리고 맛있게 좋은 자리 가졌으니까 더 나은 방법이었다고 생각한다.



세비야의 '스페인 광장' 가는 길 로터리에서


세비야에 두 번째 오는 거라서 숙소를 좋은 위치에 잡았고, 숙소 근처에서 밥 먹고 세비야 중심지까지 얼마 걸리지 않아 도착했다. '알카사르'를 들어갈까 고민하다가 우리는 세비야 대성당 앞에 있는 마차를 타고 스페인 광장을 가기로 했다. 40유로였으니까 한 사람당 1만 3천 원 정도면 마차를 타볼 수 있었기 때문에 알뜰살뜰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었던 것 같다. 난 개인적으로 '말'을 보면 맨날 햇빛에 서있어야 하는 게 너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에게 미안해서 마차를 타볼 생각 없었는데, 그룹으로 함께 있을 땐 내 취향대로만 여행할 수 없으니까 덕분에 나도 좋은 경험을 하고자 마차에 올라탔다.



스페인 광장까지 태워준 고마운 말에게, 그리고 스페인 뜨거운 태양 아래 쉼 없이 왔다 갔다 다녀야 할 그 친구에게 인사하고 광장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다양한 언어로 신나게 사진 찍는 사람들, 타일 의자에 앉아서 쉬는 사람들, 소매치기 따윈 걱정 안 하고 짐가방을 베개 삼아 누워서 자유를 만끽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속에 섞이고자 걸으며 미소 짓고 있는 나. 이때 기억은 너무나 행복하다. 

또 하나 행복한 이유가 있었다면, 일행들과 각자 흩어져서 여행을 하기로 했다는 점이었다. 단순히 이 문장만 보고서는 "사이가 안 좋았나?"라든가 "싸웠나?"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ㅎㅎㅎ 그런 건 아니었고, 스페인 광장이 그렇게 많이 넓지 않은 곳이니까 각자 자유의 시간을 갖고자 내가 먼저 제의했다. 세비야 광장은 큰 공원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딱히 위험요소가 비교적 적었으니까 우리가 마치 혼자 여행을 온 것처럼 즐기기로 한 것이다. 철학적으로 진지하게 표현하자면 "군중 속 고독" ㅎㅎㅎ 개인적으로 나는 이런 시간을 매우 즐기며 산다. 혼자 있을 때 충분히 타인에 대해 생각해야 타인과 함께할 때 스트레스받지 않고, 상대방을 배려해줄 수 있는 준비가 되는 것 같다. 



오늘 일정의 마지막 메트로폴 파라솔, 그리고 석양, 그리고, 멀리 세비야 대성당. 메트로폴 파라솔에서 사진은 메트로폴 파라솔의 와플 모양 건너로 보이는 대성당이 모든 걸 설명해주는 것 같다. 딱 1년 전쯤이다. 이때를 생각하면 너무 행복하다.


밤하늘의 달


이전 06화 코르도바, 혼자 하는 여행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