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가 되는 가장 빠른 길은 세계적인 CEO들의 필독서나 그들이 직접 집필한 경영서를 참고하는 것이다. CEO가운데 독보적인 성과를 도출한 인물이 1980~1990년대 인텔을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시킨 앤드류 그로브이다. 그는 OKR을 창시한 인물로도 유명하다.
OKR은 목표(Object)와 주요결과(Key Result)의 머리 글자를 딴 것이다. ‘목표를 정하고 결과를 확인한다’라는 전략을 팀별로 시스템화하는 리더십인데, 이를 적용하여 엄청난 성과를 올린 기업이 구글, 아마존, 넷플릭스 등이다. 이렇게 하면 멤버가 목표를 공유하고 업무 수행 상황을 관리하면서 팀별 성과에 몰두할 수 있다. 주목할 것은 OKR 경영방법은 쉽게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를 수립한 앤드류 그로브는 이 최초의 아이디어를 피터 드러커로부터 얻었다.
피터 드러커 Peter Druker
변환적 사고 역량 : A의 문제를 B와 C를 통해 해결한다
피터 드러커는 <BOOK1>에서 “기업은 개인이 자신의 장점과 책임감을 발휘하게 하고, 비전과 노력의 방향을 일치시켜 팀워크를 길러야 한다”고 주장하며 MBO(Management by Objective)를 제창했다. 하지만 MBO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었다. 본사가 결정한 목표가 현장의 말단사원에 전달되기까지 엄청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나아가 사원들은 리스크에 도전하지 않게 되었다. 그로브는 MBA와 같은 경영이론으로는 현장에서 도움이 되지 않음을 깨닫고 당시 새롭게 등장한 행동경제학과 인지심리학 등의 문헌들을 독서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마침내 OKR을 만들어 인텔에 실천한 것이다.
현실적으로 경영학과 행동경제학, 경영학과 인지심리학은 서로 독립적인 지식들이다. 그로브 이전까지 이들 지식은 만날 일이 없었지만 그로브는 각각의 지식을 통합하여 현장에서 제기되는 문제를 해결하는 구체적인 사유로 발전시켰다. 이 새로운 방법론은 서로 이질적인 것들을 매개하는 변환적 사고 역량이라 볼 수 있다. MBO에서 OKR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위의 표는 MBO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탄생한 OKR 전략을 대비시킨 것이다. MBO는 철저히 경영진 입장에서 설계되었다. 경영자가 결정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확실히 관리하자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그 결과 아무도 리스크에 도전하지 않게 되었다. 이러한 하향식은 상부 지시를 기다리는 사원을 양성하게 되었으며, 많은 기업이 MBO와 급여를 연동시킨 탓에 사원들은 ‘급여가 줄어들지도 몰라’라고 생각해서 실패의 리스크를 지려하지 않았다. MBO 방식으로는 치열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이길 수 없었다. 관리 과잉의 폐단을 낳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에 당면한 그로브는 기존 이론이 가진 허점을 파악했다. 그리고 행동경제학과 인지심리학의 이론을 가져와서 새로운 조직이론을 설계한다. 이른바 조직행동론이자 조직심리학을 결합한 ‘행동-심리’ 기반의 조직문화 이론이 성립된 셈이다. 그 결과 OKR은 경영진이 아니라 사원 개인이 하고 싶은 일을 생각하고 리스크에 도전하게 하는 방향으로 선회한다. OKR은 사원 개인의 잠재 능력을 이끌어내는 데 효과가 있다고 널리 알려져서 실리콘 밸리 기업들을 중심으로 확산되었다.
여기서 행동경제학을 잠시 살펴보자. 행동경제학은 주류경제학의 기본 가정을 뒤집은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손실회피(Loss aversion), 초기부존효과(Endowment effect), 현상유지편향(Status quo bias) 등의 개념을 통해 의존적 행동을 설명한다. 이들의 핵심은 사람은 이득을 얻는 것보다 손실을 피하려는 욕구가 크다는 것이다. 손실을 보거나 가지고 있던 재화를 포기하는 것을 기피하기 때문에 현상 유지의 결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타적 인간의 출현이나 협동하는 인간, 협동조합 등은 주류경제학으로는 이해할 수 없지만 행동경제학으로는 이해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행동경제학은 “인간은 이기적이지 않다”, “인간의 인식은 한계가 있다”라는 명제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행동경제학(Behavial Economics)의 가치
그로브는 이 행동경제학 이론을 가져와서 기업 조직에 접목하고, ‘사원 스스로 결정해서 행동하는 것이 경제적 효과가 크다’고 전략을 바꾸었다. 나아가 인지심리학을 가져와서 ‘사람의 마음을 얻어야 성공한다’라는 조직경영으로 전략을 바꾼 것을 OKR 방법으로 집대성한 것이다. 오늘날과 같이 복잡해진 구조에서는 현장에서 예측 불가능한 변화가 발생하기 때문에 현장과 가장 밀접한 사원들이 무엇을 해야 할지를 스스로 생각해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OKR은 팀을 최우선으로 여기면서 현장 주도로 조직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조직문화를 창조한 것이다.
<편집광만이 살아남는다>(2021년)에는 그로브가 인텔로부터 최고경영자 자리를 수락했을 때 죽음의 계곡을 헤메고 있던 인텔의 긴박했던 상황이 적나라하게 나타난다. 잘나가던 인텔에 닥친 변화를 회상하면서 그로브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사업을 재편해야 했다고 고백한다. 인텔이 메모리 사업을 접고 마이크로 프로세서 기업으로 거듭나기까지 어떤 전략을 모색하며 논쟁을 벌였는지 서술한다. 그러면서 경영자의 책임을 강조한다. “기업을 위기로부터 구해내고 새로운 질서 아래 번영을 누리는 위치로 이끄는 것, 이것은 경영자인 당신의 책임이다. 누구도 이를 대신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