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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두 Mar 09. 2021

가슴속에 한 줄은 달고 있어야지.

육아가힘들 때막상 이게 힘이 되더라.

항상 똑같은 패턴을 반복하다 보면 활기차게 생활해야 할 일들도 무료해지고 매너리즘에 빠지게 된다. 서비스직에서 가장 빨리 지치고 그 일에 질리는 사람은 가장 친절한 사람이요, 가장 고객의 말을 귀 기울여 듣는 사람이라고 누군가 그랬다. 맞는 말이다. 


육아는 더욱 무료하다. 처음 육아 휴직하고 한 두 달 살아보면 처음엔 내 아이라서 어화둥둥 내 사랑 돌보기 행복하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밥은 잘 안 먹고 어지르는 장난감은 산더미에 그림책은 도무지 같이 안 읽고 왜 항상 주의를 주는데 행동을 반복하는지 모르겠어서 스트레스는 나도 모르게 쌓여만 간다. '낮버밤반'이라고 아시는지. '낮에는 버럭하고 밤에는 반성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나는 이럴 때 육아서적을 보면 마음이 차분해진다는 것을 최근에 느꼈다. 육아하느라 힘든 엄마 아빠를 다독여주는 에세이도 있을 것이고, 어린아이들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에세이도 있을 것이다. 또 아이의 발달만을 이야기하는 정보도서도 큰 판형으로 많이 나온다. 어떤 책이건 한 권 꺼내서 한 챕터만 읽어도 왠지 마음이 맑아지는 느낌을 받는다. 


나와 상관없는 것 같은데, 아직은 이른 내용인 것 같은데, 혹은 이미 지난 발달 상식인데도 왜 나는 이것들을 읽고 있을까 생각해봤다. 그 느낌은 일종에 대리만족이랄까. 또는 추억이 담긴 사진앨범을 보는 느낌이다. '내 아이도 저런 적이 있었지.', '내 아이도 나중에 저렇게 기특할까.' 하며, 과거에 있었던 내 아이와의 행복한 일상과 추후에 있을 아이의 엉뚱할 행동을 상상하자니 마음이 밝아지는 것이겠다.


또 이런 책들을 읽다가 마음에 콕 와 닿는 한마디가 있으면 한동안 되뇌며 보름을 산다. 이를테면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야.' 같은 엄마의 서툴음을 인정하는 문장부터, '어른과 어린이는 시간이 걸리는 것만 다를 뿐 모두 같다.'는 포용적인 문장 말이다. 


혹시 하루에 한 번씩 아이에게 화를 내고 있진 않으신지. 놀이터에서 아이의 엉덩이를 팡야팡야 때리던 부모를 보며 혀를 끌끌차며 '결코 저런 부모는 되지 말아야겠다.' 생각했는데 어느샌가 내가 그러고 있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려 화들짝 놀랐을 때 반성하는 것도 좋지만. 도서관이나 서점에 갈 필요 없이 자신이 사두었던 육아서적을 살짝 꺼내서 몇 문단만 읽어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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