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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떠나보내던 날

삶과 죽음의 빈 공간

by Miracle Park



"삶이란 결국 이별로 채워지는 여행인가, 아니면 다시 만남을 꿈꾸는 약속일까?"



그날 아침은 유난히 맑았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은 엄마가 남긴 마지막 미소처럼 투명하고 따뜻했지만, 내 마음은 거센 폭풍이 지나간 바다처럼 잔잔한 척하면서도 깊게 흔들리고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순간이 이렇게 조용히 다가올 줄은 정말 몰랐다.



장례식장이 가까워질수록 엄마와의 기억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어릴 적 따뜻한 손길, 학교 앞에서 기다리던 모습, 그리고 어느 날 밤, 내가 힘들어할 때 조용히 내 등을 쓸어주시던 그 손길. 엄마는 언제나 말없이 사랑을 보여주는 분이었다. 나는 그 사랑을 당연하게 여겼고, 이제야 그것이 얼마나 귀중했는지 깨닫고 있었다.



관 앞에 서서 마지막으로 엄마의 얼굴을 보았다. 고요히 잠든 모습이었다. “이제야 쉬시네요, 엄마...” 속으로 속삭이며 손을 꼭 잡았다. 그 손은 더 이상 나를 일으켜 세워주거나, 내 눈물을 닦아줄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손길이 남긴 기억은 내 평생을 떠받칠 힘이 되어줄 거란 걸 알았다.



삶과 죽음, 그 사이의 빈 공간

사람들은 죽음을 끝이라고 말하지만, 엄마의 죽음은 오히려 내 삶에 새로운 물음을 던졌다. 삶이란 무엇인가? 죽음 뒤에 남는 사랑은 어디로 가는가? 엄마의 부재 속에서 나는 이 질문과 마주해야만 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우리가 놓치고 살았던 것들을 다시 보게 만드는 거울이라는 것을.



엄마는 늘 말씀하셨다.




삶은
잠시 멈추어
사랑을 느끼는 시간이다.




나는 그 말을 자주 흘려들었지만, 이제야 그 깊은 의미를 알 것 같았다. 엄마가 주신 사랑은 내 안에서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비록 엄마는 떠나셨지만, 그 사랑은 여전히 나를 감싸며 삶의 길을 밝히고 있었다.



이별과 만남, 그리고 약속

눈물을 닦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엄마, 이별은 끝이 아니네요.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 당신이 가르쳐준 사랑으로 삶을 채우며 살아갈게요.”



삶은 결국 만남과 이별이 끊임없이 교차하는 선물이었다. 이별은 아프지만, 그 안에 담긴 사랑은 다음 만남을 약속하며 우리를 떠밀어 간다. 엄마가 가르쳐주신 마지막 가르침은 바로 그것이었다.

그날, 나는 엄마를 떠나보냈지만, 엄마의 사랑은 나를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그 사랑을 가슴 깊이 새기며 다시 한 발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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