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그리움
엄마가 떠난 자리에 온도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따뜻함인지, 차가움인지,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
어릴 적, 엄마는 늘 내 방의 창문을 열어놓았다.
공기가 돌아야 네가 숨을 잘 쉬지.
하지만 나는 그게 싫었다. 바깥바람이 차가웠고, 엄마가 창문을 닫아줄 때의 따뜻한 순간이 더 좋았다.
그런데 엄마가 떠난 후, 나는 매일 창문을 연다. 엄마가 남기고 간 공기가 방 안을 한 바퀴 돌고 나서야 비로소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아서.
엄마의 빈자리는 온도로 기억된다. 따뜻했던 손길, 차가운 병실, 미지근한 눈물, 싸늘한 마지막 인사.
그리고 엄마가 사라진 자리엔, 뜨거운 그리움이 남아 있다.
엄마가 쓰던 머그잔을 만졌다. 혹시나 아직 온기가 남아 있을까 싶어서. 하지만 손끝에 닿은 건 이미 차가워진 도자기였다.
나는 컵을 두 손으로 감쌌다. 혹시 내 체온이 엄마의 체온과 닮아 있다면, 그 온기가 다시 살아날까 싶어서.
어느 겨울날, 엄마가 말했다.
너는 혼자서도 잘할 수 있어.
하지만 나는 혼자 있는 법을 배우고 싶지 않았다.
"엄마 없는 세상은 생각보다 더 추웠고,
엄마의 부재는 상상보다 더 뜨거웠다."
엄마가 있던 자리에는 온기가 남아 있다가도, 어느 순간 차갑게 식어버렸다. 마치 겨울 창가에 김이 서렸다가 이내 사라지는 것처럼.
엄마가 떠나고 나서야 깨달았다. 그녀는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 달랐다. 늘 멀찍이 서서 나를 바라보았고,
내가 먼저 찾지 않으면 손을 내밀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다가가면, 언제나 따뜻했다.
엄마의 사랑은 한겨울 창문에 내려앉은 햇살 같았다.
눈을 감으면 따뜻했지만, 손을 뻗으면 잡을 수 없는.
어느 날, 나는 엄마의 옷장에서 카디건을 꺼냈다.
엄마가 자주 입던 옷이었다.
입어보니, 이상하게도 아직 엄마 냄새가 남아 있었다.
나는 가만히 눈을 감고,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시간이 지나면 냄새도, 기억도 희미해지겠지.
하지만 엄마의 온기는, 내 안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나는 오늘도 창문을 연다. 차가운 바람이 방 안을 돌고 나면, 어디선가 따뜻한 온기가 돌아올 것만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