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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 Nov 03. 2019

2018년 4월 9일 , 양성

당신의 자궁은 안녕하십니까? 



 퇴사를 했다. 인도 비자 인터뷰를 예약하고 있는데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자궁경부암 세포 이상으로 다시 한 검사에서 5가지 세포가 양성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병원에서 먼저 전화가 온 것도 처음이고 이렇게 검사 결과에 대해서 빠르게, 친절하게 연락을 받아 본적이 없다. 이 병원 참 좋은 곳이구나. 생각하다가 이렇게 바로 전화를 주었다는 건 심각한 건가 싶었다. 


인생은 예상할 수 없다지만 너무 예상하지 못한 결과로 이어졌다. 양성 이라니. 갑자기 기분이 안좋아졌다. 불과 몇일 전의 자신감은 어디가고 지금까지 살아온 것이 허무했다. 건강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는 사실에 눈물이 났다. 그 동안 꿈꿨던 인도에 가야하는데, 꿈같은 날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 무슨일이란 말인가. 


 인터넷 초록 창에 자궁경부암을 쳤다. 어떻게 원인이 어떻게 되는 건지 궁금했다. 내가 왜 이런 걱정을 해야하는지 궁금했다. 분명 지난 두 번의  검사에서는 정상 이었는데. 


 자궁경부암은 자궁의 입구에 생기는 암이라고 한다. 질과 자궁이 만나는 곳이기도 하다. 원인은 성생활,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장기간 경구 피임약의 사용 등이나 바이러스 감염 등 여러가지 원인이 있다고 한다. 특히, 본인 또는 배우자의 성 상대자 수가 많을 수록 감염의 위험에 높아진다고 한다. 


 찾아본 말들을 토대로 병원에 가서 의사선생님께 물었다. “그럼 남자를 통해 바이러스가 들어오는 건가요?” 선생님은 그렇기는 하나, 딱히 그렇게만 볼 수 없다고 했다. 


 사람유두종바이러스 감염이 자궁경부암의 주요 원인이 되지만, 이 바이러스가 반드시 암을 유발하는 건 아니라고 한다. 성생활을 시작하면 대부분 평생 한 번 이상 감염되지만 대부분 80%정도는 자연 소멸이 된다고 한다. 의사 선생님은 꼭 남자때문은 아니라고, 문란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고, 면역력의 문제 또는 흡연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고 했다. 


 인터넷 상에서는 문란한 여자 혹은 문란한 남자와 잠자리를 갖은 사람이라는 인식이 많았다. 의사선생님의 말이 맞는 걸까, 인터넷에 떠돌아 다니는 말들이 맞는 걸까. 원인을 찾아보려 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 


 혹, 어떤 남자였을까, 누가 나에게 이런 바이러스를 옮긴걸까, 설마... 지금 만나고 있는 남자 인가? 원망이 들었다. 눈물이 났다. 


 ‘내가 문란한 거야?’ 생각을 하다보면 20대의 여자가 이정도 남자는 만나볼 수 있는 것 아닌가 싶어 억울했다.


 이전에는 괜찮았다가 이번에 나타는 거라면 누군가를 통해서 옮겨 왔을텐데 시발. 그럼 그 남자는 또 어떤 여자로부터 온걸까. 그럼 만나는 사람마다 “사람유두종 바이러스 감염 확인했어요? 안했어요?” 물어볼 수도 없고. 어쩌란 말인가. 내가 잘 못 산 건가. 남자가 이런 감염을 확인 했을 리도 없고. 


  담배를 펴본 적도 없고 돈으로 성을 사서 관계를 한 적도 없는데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생겼을까 싶었다. 만나고 있던 남자친구에게 불똥이 튀었다. “너야?!!! 너가 그런거야?!!!!” 물었는데 남자친구는 20살이 되던 해 자궁경부암 주사를 맞았다고 했다.


아, 의심해서 미안해. 


"남자가 자궁경부암 주사를 맞는다고?" 물었다. 속으론 무슨 소리야. 남자가 자궁경부암을 맞는다니 싶었다.  

“응. 입대할 때 예방접종했어. 자궁경부암 그거 맞아.” 


 내 남자친구는 미국 사람이었고 그는 예방 접종을 했다고 했다. 그리고 나서 찾아보니 외국에서는 남자들이 맞는 예방 접종이라고 한다. 여자가 스스로 걸릴 일은 없는 병이니까. 다시 생각해보면 이상하다. 요즘 우리나라는 12세 여자 아이들은 무료로 예방 접종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바이러스는 남자가 옮기는 경우가 많으니 여자보다는 남자가. 예방접종을 해야한다면 모두 해야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외국인이라고 해서 모두가 의무적으로 맞는 건 아니지만 이런 인식이 있는 것도 이제야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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