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고역이다. 매일 비둘기의 시체를 치우는 것은.
나는 비둘기 시체 청소부다. 환경 미화원과 비슷하지만 비둘기 시체만을 수거하는 특수 직종이고, 아무나 할 수 있지만 아무도 하지 않는, 모두가 꺼리는 직업이다. 비둘기 시체 청소부들은 정해진 구역을 돌며 비둘기 시체를 청소한다. 구역 내에 비둘기 시체가 있다는 신고를 받으면 그 지점으로 가서 비둘기 시체를 수거하고 시체가 있던 주변을 정리한다. 비둘기 시체를 수거하여 특수 비닐 팩에 담아 두었다가 일정 수량이 모이면 해당 구청에 제출한다. 어렵지는 않은 일이지만, '비둘기'라면 치를 떠는 사람들 덕분에 눈칫밥을 먹는 일은 왕왕 있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하지만 자만과 부패의 상징으로 알려진 비둘기를 매일 마주해야 하는 우리들은 현대판 불가촉천민이나 다름 없다. 비둘기의 시체를 치우는 일을 직업 삼을 바에야 물건을 훔치는 걸 일로 삼겟다는 사람도 있을 정도니.
내가 어쩌다 비둘기 시체 청소부가 되었는지는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다. 평생을 게으르고 오만하게 살아온 벌이라도 받는 것처럼 여기길 뿐. 실제로 그러한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미 그들 머릿속에 있는 내 이미지에 새겨진 낙인을 지우는 건 비둘기가 숭배의 대상이 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여름이 가까워지면 곳곳에서 더욱 짙은 비둘기 시체 냄새가 피어오른다. 사람들은 으레 비둘기 시체를 발견하면 꺅 소리를 내지르며 길을 멀리 돌아 지나간다. 혐오와 경멸을 저주처럼 퍼붓기도 한다. 그런 날이면 나의 할 일은 더 많아진다. 바삐 움직이지 않으면 직무유기로 구청에 신고가 들어가기 일쑤다. 흐르는 땀을 훔치며 이리저리 비둘기 시체를 수거하기 위해 움직였다.
그런 평범한 날들 중 하나였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인적이 드문 곳에 홀로 바스라져있는 비둘기 시체를 청소하기 위해 다가서던 때였다. 원래 인적이 드문 곳이었는지, 비둘기 시체가 불길한 기운을 내뿜으며 스러져있기 때문에 인적이 드물어진 것인지, 유동인구가 적을 때만 활동을 하는 나로서는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 그렇지만 유독 그곳은 지나다니는 사람이 더 적었고, 마침 잘 됐다는 생각으로 청소를 할 수 있었다. 비둘기 시체를 청소하는 등 뒤로 쏟아지는 비난의 눈총을 받아내는 건 빈말로도 유쾌한 경험이라고 할 수는 없다.
어떠한 연유로 이런 곳에서 죽음을 맞이했는지 알 수 없는, 새하얀 비둘기가 잠든 듯 누워있었다. 털 빛깔이 신기하게도 때가 덜 탄 것 같은 흰색이었지만, 오랜 고름을 짠 냄새가 바닥에 스며들고 있었다. 고약한 냄새만 빼면 사실 아직 죽은 게 아니라며 벌떡 일어나기라도 할 것처럼 멀쩡하게 생긴 것도 의아했다. 바닥에 닿은 부분은 아마 쳐다도 보기 싫을 정도로 흉측하겠지만, 짐짓 새하얀 깃털을 우아하게 뽐내기라도 하듯 누워있는 흰 비둘기의 시체는 조금 신성해 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장갑을 낀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비둘기의 시체를 들어 올렸을 때, 눈에 들어왔다. 비둘기의 발목에 접힌 채로 묶여있는 흰 천 쪼가리가.
호기심이 일었다.
일전에 들은 적이 있었다. 이름이 적힌 흰 천을 새의 발목에 묶어 주인을 표시했던 적이 있었노라고. 하지만 누구도 근처에 가기조차 꺼리는 비둘기의 발목에 대체 누가, 왜?
인적이 드문 곳이라는 것에 다시 안도를 했다. 보는 사람도 없지만 주변을 한 번 살피고 비둘기 시체의 발목에 묶여있는 흰 천을 조심스럽게 풀었다. 얼마나 오랜 기간 동안 묶여 있었던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천 조각의 끝은 많이 닳아 헤져있었고, 중심부는 검은 잉크가 진득하게 녹아 있었다. 어떤 글자가 쓰여 있었던 것 같았는데 어느 쪽으로 보든 식별은 불가능했다.
하는 수 없이 비둘기 시체는 수거함에 담고, 천 조각은 주머니에 찔러 넣은 후에 뒷정리를 마쳤다.
주인을 가진 적이 없는 비둘기의 발목에 글자가 적힌 흰 천 조각. 대체 천 조각의 정체가 무엇인지, 누가 어떤 이유로 비둘기의 발목에 천을 묶어두었는지, 풀 수 없는 의문들만이 내내 맴돌았다.
*2010년 완성한 단편소설 <비둘기 시체 청소부>를 다시 쓴 작품입니다.
*위 소설은 모두 허구이며 실제 인명, 지명, 사건과는 무관함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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