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 아빠 생활 2달차
아내와 아이들은 캐나다 벤쿠버에 위치한 공립학교에서 공부를 하며, 대자연을 경험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고, 나는 가족들이 필요한 돈을 보내면서 홀로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사실 제 생활은 크게 바뀐 것은 없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있을 수 없다는 사실 외에는 말이죠.
캐나다는 미국처럼 사립학교보다는 공립학교 위주로 학교 시스템이 이루어져 있고, 공교육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학생 개개인의 개성을 존중하기 때문에 주입식 교육보다는 토론 위주의 수업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수학 시간에 한 문제를 두고 여러 명의 학생이 각자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다른 친구들의 의견을 듣고 그것을 반영하면서 서로 협력하며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식입니다. 이러한 학습 방법 덕분에 많은 학부모님들께서 자녀분들을 캐나다로 유학 보내시는 것 같습니다.
저는 회사에서 점심 먹기 직전에 아이들과 화상통화를 하고 있고(벤쿠버와는 17시간 시차가 있어, 한국의 점심 시간이 캐나다에서는 어제 저녁 시간이 됨), 매일 매일 그날의 학교 수업과 일상에 대한 대화를 영어로 주고 받고 있습니다.
2달정도 아이들과 대화를 하다 보니, 어느 정도 현지의 생활을 가늠 할 수 있었는데요.
요약하자면, 한국에 비해 공부양은 훨씬 적고, 운동하며 노는 시간은 훨씬 많았습니다. 다행히, 한국에서도 또래 친구들보다는 운동하는 환경이 훨씬 많았었기 때문에, 적응에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한국은 주변 사람들과의 경쟁에서 이겨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인식이 너무 강하게 박혀 있어서인지 모든 면에서 남들보다 뛰어나야 한다는 강박관념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렸을 때부터 선행학습이다 뭐다 하면서 공부에만 매달리게 됩니다. 정작 학창시절에 해야 할 다양한 경험이라든지 취미활동 또는 봉사활동 등은 우선순위가 낮습니다. 심지어 자기소개서조차 학업성적만을 나열하는 수준밖에 안 되니 말입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과연 이게 진정 내 자식을 위한 길인가 하는 의문이 들곤 합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남을 밟고 일어서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20년 넘게 직장 생활을 하면서, 독하고 악하게 높은 위치에 오르는 경우를 수없이 많이 봐 왔습니다. 물론, 남들보다 훨씬 노력해서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사람도 있지만, 사람들을 심하게 몰아붙이고, 남의 성과를 가로 채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면서 성공 하는 경우도 매우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나, 이게 과연 옳은 일일까요? 비록 어린 나이이지만, 스스로 삶의 방향을 결정하고 개척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오히려 올바른 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자유롭게 사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실패하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심어주어야겠습니다. 그래야만 훗날 어른이 되어서도 떳떳하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