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이에는, 말보다 먼저 도착하는 공기가 있다》
혼자라서 외롭진 않지만,
혼자라서 머뭇거리는 순간들이 있어
혼밥은 익숙하지만,
1인 손님을 반기지 않는 곳도 많으니
문을 열고 들어가는 이 순간은 늘 조심스러워.
“Excuse me, are you open for dinner now?
(저기... 식사가능한가요?)”
움츠린 어깨로 문을 열고 고개만 빼꼼히 내민 채 물어봤어.
오픈 준비 중이던 네 사람의 눈동자가 동시에 나를 향하더라. 이른 시간 첫 손님이, 하필이면 일본어 1도 못하는 외국인이라니. 그순간 정적이 흘렀어.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오쓰는 내국인이 주로 찾는 곳 이래. 사원과 사찰이 많아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말보다 먼저 도착하는 공기가 있다.”
― 요시모토 바나나, 『키친』
때론 말보다 눈동자가 먼저 반응한다는 사실 알아?
어리둥절함 뒤에 따라오는 옅은 미소가 눈에 닿는 순간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어.
오픈 키친의 구석 바에 자리를 잡고
오므라이스 하나, 맥주 한잔을 주문했지.
노랗고 따뜻한 오므라이스 위에 빨간 케첩이 그려진 밥을 한입 먹는 순간. 왜 눈물이 났을까?
아빠를 허망하게 떠나보낸 뒤 나는 내 자신이 지독하게 미웠어. 낮에는 하루 종일 굶고 새벽이 되면 도망자처럼 허겁지겁 삼각김밥을 쑤셔 넣었으니까.
'누군가는 밥숟가락을 놓았는데,
너는 밥뜰힘이 남아있구나.'
지독한 내면의 목소리에 쫓기듯
씹지 않고 삼키던 내게
따뜻한 온기가 그날따라 눈시울을 붉히게 하더라
갱년기라도 오려나...
모자 아래 표정을 숨기고 있던 순간.
오픈 키친 너머에서 영어가 들렸어.
“Are you here for sightseeing? (관광 오셨나요?)”
번역기를 잘못 눌러 음성이 나오자 당황한 그들의 표정이 귀엽더라. 아마 그때부터였던 거 같아.
수다가 시작된 것이.
여자 혼자, 소도시이자 내국인 관광지에 온 것이
그들에게 꽤 신선했던 모양이야. 밥은 입맛에 맞는지? 더필요 한건 없는지? 가고 싶은 곳은 어디인지?
우리는 서로의 언어를 전혀 모르는데 밥 먹는 내내
종알 종알 까르르거렸어.
이번 여행에서 바라는 게 하나 있다면,
그저 제대로 된 밥 한 끼와 딱 5번만 웃고 오면 좋겠다고 적어 놓은 위시리스트를
여행 첫날, 이곳에서 모두 클리어해 버렸네.
일본도착 1일 차도 아니고 1시간 차에 말이야
그들은 내가 슬플 틈을 주지 않더라
밥먹는 내내 웃어 주던 미소
어화둥둥 함께 사진을 찍자던 생그러움.
근처 맛집과, 관광 스팟도 찾아주며
나대신 여행 계획 세워주던 그 마음들
그들 덕분에 올해 처음으로 웃으면서 밥을 먹었단걸 알았어.
허름하고 누추한 몰골이었을 텐데
그들은 왜 이토록 따스했던 걸까
숙소의 픽업 차량이 올 시간이 다가와서 아쉽지만
내일 또 올게요! 라며 양손을 흔들며 나왔어.
오늘의 밥값 3만 원.
돌아보니 이곳을 4번이나 갔는데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 밥값이 될 줄 미리 알았다면 더 많이 낼껄....
아빠가 그랬거든.
좋은 사람들에게 쓰는 돈은 아끼는 게 아니라고
“언어가 달라도 괜찮아.
다정함은 번역이 필요 없으니까.”
이 연재는 여행정보 보다 ‘마음의 결‘을 따라갑니다.
한조각씩 읽어도 좋지만, 처음부터 함께 걸어주신다면
슬픔이 희미해지고 다정함이 스며드는 흐름을 더 선명히 느끼실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