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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범한지혜 Apr 28. 2023

“그거 불법이야!” - 불법행위와 범죄

운전 중에 신호대기를 하다 맞은편 도로에서 벌어진 흥미진진한 장면을 보았습니다. 차가 막혀 느리게 가고 있는 상황이라 구경 좀 했습니다.

싸움구경, 놓치지 않을 거예요.


어릴 때 세로로 가야 될 영양이 가로로 몰린 듯한 남자분이 뭐라고 고함을 치면서 하얀색 엑센트 차량 운전석 창문을 주먹으로 두드리고 있습니다.

슬쩍 보니 엑센트 차량 차주는 여성분이더군요. 핸드폰으로 어딘가 전화를 하며 거의 울 것 같은 얼굴이었어요. 어디선가 경찰들이 오시더군요.

저였다면 차에서 내려서 한 대 맞는 할리우드 액션을 했을 텐데… (변호사가 그래도 되냐고요? 네. 그래도 됩니다. 이런 사람은 민형사상 크게 혼이 나 봐야 됩니다. 어차피 버릇은 못 고치겠지만요)

사람을 친 게 아니라 차만 두드렸기 때문에 협박 정도는 성립할 수 있지만, 처벌을 크게 받지는 않을 것 같고, 손해배상액수도 미미할 것 같아서 말이지요.



이 상황에서 영양이 가로로 몰린 남자분은 운전자 여성분에게
민법상 불법행위와 형사법상 범죄를 동시에 저지른 겁니다.


민법상 불법행위 -> 손해배상
형사법상 범죄 -> 처벌


이렇게 둘은 거의 항상 세트처럼 다닙니다.

창문을 주먹으로 두드린 행위는 엑센트 운전자에게 위해를 가할 듯한 행동이고 상대방이 공포심을 느낄만한 행동이기 때문에 협박죄가 성립할 겁니다.

그리고 고의로 위법행위를 해서 엑센트 운전자에게 공포심을 일으키는 손해를 주었으니 불법행위로 손해배상책임도 인정될 겁니다.


민법 제750조 규정을 보면,
불법행위는 고의 또는 과실, 위법행위, 손해.
이 세 가지 요소가 있어야 성립하고, 그 경우에 손해를 배상해야 될 책임이 발생합니다.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형사법상 범죄 = 민법 제750조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라고 보면 됩니다. 그러니 범죄가 성립하면 손해배상은 거의 당연히 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범죄가 성립하지 않아도 불법행위는 인정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폭행 시비 같은 걸로 경찰서에 가보신 분들은 잘 아실 것 같은데,
이때 거의 모든 경찰은 “합의”했냐고 물을 겁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합의할 의사가 있고 합의금에 대해 의견이 일치하면, 소정의 합의금을 주고 합의서를 씁니다. 이 합의서에는 형사법상 피해자가 가해자에 대해 ”처벌을 원하지 않습니다. “라는 의미와 민사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더 이상 묻지 않겠습니다.”라는 의미가 함께 담겨 있는 겁니다. 이 합의금이 바로 손해배상금입니다. 수사기관에 이 합의서를 제출하면 처벌을 받지 않거나 처벌을 가볍게 받을 수 있고, 피해자는 더 이상 민사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없게 됩니다.


그런데 이때의 “불법행위”는 많은 분들이 흔하게 사용하는
 “그거 불법이야.”할 때의 불법과는 조금 다른 개념입니다.


이 말의 불법은 범죄를 저지른 경우는 물론이고, 과태료만 부과받을 수도 있는 경우를 모두 포함해서 모든 법을 위반한 어떤 행위에 관해 하는 말이거든요.

예를 들면, 친구가 “소방시설 주정차금지” 표시가 되어 있는 붉은 라인이 있는 연석 옆에 잠시 정차할 때도 할 수 있는 것도 말이지요. 하지만 이런 위반을 했다고 해서 누군가에게 손해배상을 해줘야 할 일은 없을 겁니다. 이 때는 그래서 “그거 위법이야”라고 말하는 게 제일 적절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런 말은 구분 안 하셔도 됩니다. 붉은 연석이 있는 곳에 주정차만 안 하시면 됩니다. (기억하세요. 편의점에 물 사러 갔다 오는 아주 잠깐의 정차도 안 됩니다.)


한 가지 의문이 듭니다.(안 들어도 든다고 좀 해주세요)


범죄로 인해서 처벌을 받는데, 불법행위로 인해서 손해배상은 왜 하나요?


범죄로 인한 처벌의 본질은 “응보”이고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제도의 본질은 “균형과 책임”이라 생각합니다.

범죄가 발생했다는 사실은 돌이킬 수 없지요. 그래서 그 범죄행위에 상응하는 대가를 갚아주는 것이 응보입니다. 물론 사적으로 할 수 없으니 국가가 대신해 줍니다.

손해배상은 그 행위가 일어난 직후부터 피해자에게 발생하는 손해를 메꾸어주는 겁니다.


불법행위를 저지르는 그 순간, 영양이 옆으로 몰린 그분은 자신의 분노와 스트레스를 엑센트 운전자에게 풀어 놓치요. 이 사람에게는 플러스가 생깁니다. 엑센트 운전자는 어떤가요? 공포와 두려움으로 마이너스가 생깁니다.

손해배상은 불법행위를 저지름으로써 플러스가 발생한 쪽에게서 플러스를 떼어내어 그 불법행위로 인해 마이너스가 발생한 쪽에게 마이너스를 채워주는 것입니다.


살짝 기울어진 시소의 균형을 맞추어주는 겁니다. 그리고 자신이 저지른 불법행위, 그만큼의 책임을 불법행위를 저지른 사람에게 지우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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