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모래성 22화

모래성(8)

by 김흑곰

어느 날은 문득, 답답한 방을 벗어나 밖으로 나가고 싶었다.


더 이상 머리가 아파서 잠도 오지 않고, 불안함 속에서 방 안에 누워만 있었다.


그러다 창문 너머로 스며드는 희미한 온기에 괜히 한 번 바라본 풍경은, 벌써 봄이 온 듯 따뜻한 날씨였다.

매일 방 안에 갇혀 지냈지만, 그날의 햇살은 나를 밖으로 끌어내는 힘이 있었다.


정말 모처럼 쉬는 날, 용기를 내어 밖으로 나섰다.

겉옷을 걸치고 집을 나서니 공기는 아직 차가웠지만, 숨을 쉴 때마다 가슴이 조금씩 트이는 느낌이었다.


동네 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괜히 사람들 눈에 띄고 싶지 않아, 되도록이면 인적이 없는 구석진 벤치를 찾아가 앉았다.


저 멀리서 들려오는 사람들 웃음 소리나, 바람이 풀잎을 지나가며 내는 서걱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그냥 멍하니 눈앞의 풍경만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저 시간이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었다.


아직은 추운 날씨 탓인지 잔뜩 움츠려 있던 어깨를 잠시 펴보기도 하고, 뻣뻣하게 굳어 있던 목을 조심스럽게 돌려보기도 했다.


땅에서는 이름을 잘 알지 못하는 작고 힘겨워 보이는 꽃들이 피어나고 있었다.

그 꽃들을 스마트폰으로 가까이 찍어서 검색해 보았다. 작은 생명들이 이 추위를 뚫고 올라왔다는 사실이 왠지 모르게 나를 위로하는 것 같았다.


그러다 사람들이 근처로 오면 습관처럼 눈을 피하곤 했다. 괜히 내가 이 자리에 앉아있는 것이 방해가 될까 싶어서였다. 그렇게 몇 시간, 혼자만의 고요한 시간을 지내고 집으로 가는 길.

참 웃기게도, 마음 한구석이 좀 뿌듯했다.


"그래도 오늘은 어제보다 좀 괜찮았던 것 같다."


혼잣말처럼 그렇게 중얼거리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별 것 아닌 일인데도, 갇혀 있던 일상에서 한 발짝 벗어났다는 사실이 주는 작은 성취였다.


밤이 되면 불안감은 여전히 찾아왔다. 내일에 대한 걱정들,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밀물처럼 몰려와 깊은 잠을 잘 수는 없었다. 하지만 침대에 누워 낮에 산책하면서 찍었던 꽃 사진들을 보거나, 맑은 하늘을 올려다봤던 풍경을 떠올렸다.


아주 조금은 덜 불안한 밤이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불안의 무게가 잠시 가벼워지는 것을 느끼며, 다음에도 잠시나마 밖으로 나갈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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