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이다.
배드민턴을 취미 삼아 20년을 해오고 있습니다.
물론 생활 여건이 좋지 않을 때는
5~6년씩 아예 라켓을 잡지 못한 적도 있었지요.
작년에 다시 운동을 좀 해보자고 동호회에 가입을 했습니다.
서울 마음을 나눈 친구와 대회에 출전해
생전 처음 우승도 했습니다.
물론 50대로 올라와서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다시 운동에 재미를 붙였지만,
올해 들어 자연스럽게 운동과 조금 멀어졌습니다.
글을 쓰고, 책 초고를 다듬고,
일상의 리듬을 유지하다 보니
배드민턴을 향한 열정이 조금씩 뒤로 밀렸습니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이 지칠 때도 있었고,
꼭 배드민턴이 아니어도 어릴 적 탁구 선수였으니
운동을 전향해도 되겠다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조용히 탈회를 했습니다.
그런데 어제, 대회에 함께 참가했던
형님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내년 동호회 회장을 맡게 되었다며,
제게 임원으로 함께해 달라는 청이었습니다.
능력이나 시간 내기가 어렵다고 생각했지만
탈회하기 전에 제가 했던 약속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형님이 회장을 하신다면 도와드리겠다'
잠시 고민했지만 이미 답을 알고 있었습니다.
저녁에 전화를 드려
내년에 함께해 보겠다고 했습니다.
글을 쓰면서, 운동을 하면서, 일을 하면서,
사람을 만나면서도 이런 느낌일 때가 있습니다.
운명이라는 말은 때때로 거창하게 느껴지지만
살다 보면 묘하게 설명되지 않는 흐름이 있습니다.
밀어내려 해도 다시 내 앞으로 밀려오는 관계,
잠시 멀어졌지만 다시 등을 떠미는 일,
가볍게 한 약속이지만 시간이 지나도 마음에 남아
결국 지켜야만 편안해지는 마음.
거창해 보이는 운명이라는 단어는
마음이 끝내 외면하지 못하는 '작은 진심'이 아닐까.
내년의 시간들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누군가와 함께 라켓을 든다는 사실만큼은
왠지 따뜻하고 든든합니다.
"결국, 내가 가야 할 자리는
언제나 마음이 향하는 곳이었다."
모두, 행복하고 소중한 수요일 보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