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댕이 소갈딱지
아빠를 닮은 '우리 집 저승사자(딸)'는
운동을 하는 것도 별반 다르지 않은가 봅니다.
교원 배드민턴 대회에 '초심자'로 참가해
준결승에 올라 거의 이겨가던 경기에서
발목 인대가 끊어졌다고 합니다.
어제 병원에서 인대 수술을 받았고
일주일 정도는 회복, 한 달 정도는
재활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고등학교 때도 비슷한 운동을 하다
같은 발목을 수술한 적이 있어
소식을 듣는 마음이 더 무거웠습니다.
일요일 입원을 해서
어제 수술을 잘 마쳤다고 합니다.
어제 일을 일찍 마치고 병원에 가보려 했지만,
애들 엄마(전처)가 병원에 있다고 해서
나중에 시간을 내서 조용히 들러보기로 했습니다.
이런 상황이 올 때마다 참 어색합니다.
애들 엄마를 떠올리면 불쑥 화가 치밀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기도 엄마니까 아이 걱정은 당연하지'
그렇게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엄마를 보는 건 아이들의 권리이기도 하니까
언제 만나든 그건 오로지 아이들의 몫입니다.
하지만 마음이라는 게
늘 그렇게 너그러울 수만은 없지요.
필요할 때는 ‘자기 인생’을 살겠다며 멀어져 있다가
문득 생각날 때 찾아와 엄마 노릇을 하는 듯한 모습이
가끔은 마땅치가 않습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아빠는 매일 잔소리하는 사람으로,
엄마는 가끔 와서 뭐든 들어주는 사람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하는 서운함이 오래 남아 있습니다.
이젠 아이들도 다 컸고
애들 엄마나 저나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지만
그래도 이런 상황이 닥치면
마음 깊은 곳에서 비슷한 감정이 올라오는 건
아무래도 어쩔 수가 없나 봅니다.
분명한 것이야 내 마음이 어떠하건,
아이의 회복과 평안이 가장 중요할 겁니다.
어제 수술을 마치고 회복 중이라 통화를 못했는데
오늘은 회복을 조용히 바라며 하루를 보내겠습니다.
어른의 마음이 된다는 게 참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아이 곁에 애들 엄마라도 챙겨주고 있으니
한편으로는 걱정을 덜 하게 되는 마음도 있습니다.
이런저런 복잡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내가 하는 일에 집중하는 하루를 만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