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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머리 소년, 뭘 해도 뽀대가 안나요. 하하

흰머리 소년 생신입니다.

by 글터지기

오늘 흰머리 소년(아버지) 생신입니다.

음력으로 지내는 생신이시라

매년 날짜를 잘 확인해야 합니다. ㅎ


공교롭게 우리 집 저승사자(딸)는

발목 인대 수술 후 입원해 있는 중이고,

데미안 님 북콘서트가 서울에서 있는 날이지요.


주말에는 아이들도 일정이 있고,

일요일에 식사하는 것도 쉽지 않아

사전에 흰머리 소년께 말씀을 드려서

금요일에 저녁식사를 함께 했습니다.


올해 여름이 되기 전에는 여름옷을

한 세트로 맞춰 드렸으니,

겨울 옷도 한 세트로 맞춰 드려야겠다고

다부지게 마음먹고 일을 마치자마자

모시고 아웃렛을 다녀왔습니다.


신발도 겨울용으로 가벼운 걸 하나 사드렸는데,

벗어놓은 운동화를 살펴보니

다리가 불편해서 걸을 때마다 한쪽 발이

바닥에 끌려서 운동화 바닥이 많이 쓸려 있습니다.


"이런 게 뭐 필요하냐. 그냥 시장에 가서

싼 거 하나 사서 신다가 버리면 되지"


"그래도 좋은 거 사서 오래 신으시면 돼요'


KakaoTalk_20251207_044839752_16.jpg 그러면서도 운동화 취향은 확실 하셨습니다. ㅎ


티셔츠는 흰머리 소년의 필수 아이템입니다.

휴대폰을 가슴에 넣을 수 있는 주머니가 달린

따뜻한 티셔츠를 고르고 골랐습니다.


바지를 고르려고 여기저기 함께 다니늗데

자꾸 패딩이 눈에 밟힙니다.


시장에서 3만 원에 샀다는 솜 잠바는

얇기도 해서 따뜻하지 않은 재질인데

이게 따뜻하고 제일 좋다며 그것만 입고 다니시지요.

돈이 아까워서 그러시나 싶었습니다.


"아버지, 잠바 하나 좋은 걸로 합시다."


패션모델 피팅하듯 여러 가지 옷을 입어 보는데

이상하게 '뽀대'가 안 납니다.


"다 좋은 옷인데 왜 입으면 뽀대가 안 나요? 하하"


"내가 작게 태어나서 그런 걸 어쩌냐"


하기야 키 작은 아버지와 어머니 밑에서

반올림하면 170cm라고 우기는 제가 나왔으니

먹고사는 일이 먼저였을 때니까

뽀대 안나도 좋은 옷을 따뜻하게 입으면 그만이지요.


나오면서 겨울에 지팡이 짚으려면

장갑도 있어야 한다며 '마음지기(제 연인)'

따뜻하고 가벼운 장갑까지 하나 샀습니다.


이제 머리끝에서 발 끝까지 풀세트를

겨울용으로 장만하셨습니다. 하하하


이렇게 해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겨울용 풀세트가 완성됐습니다.

쇼핑 내내 “너무 비싼 거 아니냐”를 외셨지만,

정작 고르실 때는 취향을 뚜렷해서 웃음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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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게 딱 좋아요~ 하하


이제 제발 본인 고집만 내세워서

따뜻하지 않은 옷을 겹겹이 입고

불편하게 다니시면서 '이게 최고다'라고

우기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아버지, 그렇게 다니시다가 감기라도 걸리고,

어디 넘어져서 다치면 아버지만 고생하는 게

아니라는 걸 꼭 아셔야 해요. 고집부리지 마세요.


나중에, 제가 '거봐 그럴 줄 알았어'하고

타박하면 아버지나 저나 상처받아요.

그러니까 제발 제 말 좀 들어주세요."


모처럼 천둥벌거숭이(아들)까지 와서,

흰머리 소년이 좋아하시는 불고기 버섯 전골과 삼

겹살을 단골집에서 함께 먹었습니다.

식사 이야기는 다른 글에서 또 쓰겠습니다. 하하하


오늘은 데미안님 북콘서트에 갔다가

복귀하면서 딸아이 병원에 들러야겠습니다.


모두, 따뜻하고 즐거운 일요일 만드세요~


KakaoTalk_20251207_044839752_02.jpg 요~~ 이야기는 따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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