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멧북 Oct 18. 2024

과거 02.

6화.

“여기 있습니다.” 혜은은 서둘러 마무리한 분석 결과를 담당 선임 연구원에게 전달했다. “..” 하지만 분석 결과를 전달받은 선임 연구원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밝게 빛나는 모니터를 바라봤다. 혜은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이가 기다리고 있어서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잠시만요.” 멍하니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던 선임 연구원이 혜은을 멈춰 세웠다. 그 순간 혜은은 자신에게 어떤 일이 펼쳐질지 예상했지만 연구소에서 근무를 지속하려면 그녀의 부탁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혜은 씨. 제가 정리한 내용도 같이 정리해서 과장님에게 보고 좀 부탁드려요. 그 정도는 괜찮죠?” 선임 연구원은 자신이 정리한 자료를 혜은에게 떠밀었다. “네.. 알겠습니다.” 혜은은 마음속으로 한숨을 쉬며 선임 연구원의 자료와 자신의 자료를 들고 과장실로 향했다.


“후.. 그래. 서현이를 위해서라도 이겨내야지.” 혜은은 과장실 문 앞에서 크게 숨을 들이 마신 뒤 문을 열었다.


“이게 누구야? 조사팀 막내 혜은 씨 아니야?” 뒤룩뒤룩 살이 쪄 입고 있는 셔츠는 당장이라도 터질 것 같았고 바지 단추는 잠기지 않아 반쯤 열려있어 바지 안쪽의 누런 속옷이 보였다. “히히. 왜 왔어? 내가 보고 싶어서 왔어?” 그는 며칠은 감지 않아 떡진 머리와 기름이 줄줄 흐르는 얼굴로 히죽 거리며 말했다.


“연구원님과 제가 조사한 결과물입니다.” 혜은은 조심스럽게 돼지우리보다 더러운 그의 책상 위에 보고서를 올려놨다. “킁킁. 어디 보자.” 그는 코가 간지럽다는 듯이 ‘킁킁’ 거리며 한 손으로는 코를 파기 시작했다. 그가 몸을 움직일수록 썩은 시궁창 냄새가 풍겼다.


“정신 차려야 돼. 조금만 버티자.” 혜은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그의 책상 앞에 서있었다. “음.. 어디 보자.. 조금 쓰면서 읽어야겠어.” “삐걱.. 삑.” 소리와 함께 의자에서 일어난 그는 힘이 드는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칠판으로 이동했다. “후우. 후우. 혜은 씨 도와줘요.” 그는 거칠게 숨을 쉬며 칠판 앞에서 혜은을 불렀다.


“네..” 혜은은 조금이라도 이곳에서 머물고 싶지 않았지만 그녀의 승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그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 과장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음흉하게 혜은을 훑어봤다. “어디 보자..” 그는 혜은이 다가오자 은근슬쩍 자리를 바꾸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자신의 몸을 혜은의 몸에 비볐다.


혜은은 당장이라도 그의 뺨을 때린 뒤 치안대에 신고하고 싶었지만 월세와 서현과 지내기 위한 생활비 그리고 자신의 경력 때문에 이를 꽉 물고 참았다.


“과장님. 저쪽에서부터 작성할까요?” 혜은이 부리나케 그를 피해 다른 곳으로 가려는 순간 끈적하고 축축한 손이 그녀의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에이. 이제 한 번쯤 해줄 때도 되지 않았어?” 그는 아무렇게나 해동된 간편식처럼 흘러내린 얼굴을 꿈틀 거리며 말했다.


혜은은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참기 힘든 수치심과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승진 추천이 얼마 남지 않았어. 알고 있지? 후우. 후우.” 그는 거칠게 숨을 쉬며 썩은 시궁창 냄새를 풍기며 혜은의 가슴을 주물렀다. 조사팀 과장은 자신보다 약한 부하들에게 심한 욕설과 폭력을 일삼았고 젊은 여성 지구인들에게는 성희롱과 성추행을 일삼았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그는 여전히 과장이라는 직책을 유지했고 승진 얘기까지 들려왔다. 그에게 당한 피해 여성들은 자신이 당한 고통과 부당함에 대해 말하며 저항했지만, 그녀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부당한 인사 조치와 승진 누락 그리고 해고뿐이었다.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해 팀을 이동하는 방법도 있지만, 각 팀마다 필요한 전문 지식이 다르기 때문에 거의 불가능했다. 이러한 사정으로 조사팀의 악습은 유지되었다.


혜은은 자신의 엉덩이와 가슴을 주무르는 그의 손을 뿌리치며 칠판에 보고서 내용을 큰 글씨로 작성했다. 하지만 그는 칠판의 내용에는 관심이 없었고 다시 혜은에게 찝쩍거렸다. “흐흐. 튕기는 것 봐라.” 그는 다시 그녀의 엉덩이를 움켜쥐며 말했다.


“어차피 여성 지구인은 다 거쳐야 하는 과정이야. 유난 떨지 마!” 그는 더욱 세게 혜은을 자신의 품으로 잡아당겼고 혜은은 어떻게든 그에게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썼다. 생각보다 거칠게 저항하는 그녀에게 짜증이 난 그는 소리를 질렀다.


“넌 이제 끝이야! 평생 밑바닥에서 일하다가 잘려라!" 그 순간 혜은은 멈칫거렸지만 그의 성희롱과 성추행에 굴복하느니 죽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온 힘을 다해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혜은은 매무새를 가다듬고 인사를 하며 과장실을 나가려는 순간 그는 헐떡이며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소리쳤다.


“어차피 네 딸년도 이런 경험을 하게 될 거야. 가진 게 없으면 몸이라도..” “짝!” 그의 말이 끝나기 전에 혜은은 그의 뺨을 때렸고 한동안 과장실에서는 그의 비명소리가 가득했다.


“자신의 폭행 사실을 인정합니까?” 큰 회의실 중앙에 앉아있는 위원장이 혜은에게 물었다. “저는 성추행에 저항한 것뿐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을 지구인이 있을까요?” 혜은은 떨리는 목소리로 얘기했다.


“그리고 과정은 어린 제 딸도 희롱했습니다.” 위원장은 자신 앞에 놓여있는 서류와 떨고 있는 혜은을 번갈아보며 말을 했다. “어찌 되었든 혜은 씨가 과장의 뺨을 때리고 사무실에 있던 의자를 들어 그를 내려찍은 것이 사실입니까?” “아니.. 그러니까..”


억울한 혜은이 그의 질문을 반박하려는 순간 위원장이 짜증을 내며 말했다. “아니. 우리는 혜은 씨의 행동에 대한 질문을 하는 것입니다.” 혜은은 억울하고 어이가 없었지만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그랬습니다.” 그녀가 자신의 폭력 행위를 인정하자 주위에 앉아 있던 지구인들은 숙덕거리며 그녀를 손가락질했다.


혜은은 억울하고 수치스러웠다. 그럼에도 다시 한번 자신이 당한 성추행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 말했지만 그녀의 노력은 소용이 없었고 점점 커지는 숙덕거림과 손가락질에 파묻혀버렸다.


“어머. 저기 왔다.” 사무실에서도 그녀의 귀에 숙덕거림이 들려왔다. “애도 있는 아줌마인데 그냥 조용히 넘어가지. 괜히 팀을 망신시키고 있어. 쯧쯧.” 평소에도 팀원들과 깊은 친분은 없었지만 위원회에서 느낀 숙덕거림보다 그들의 숙덕거림이 혜은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그녀는 금방이라도 흐를 것 같은 눈물을 참으며 조용히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휴.. 어차피 남편도 없으신데.. 괜찮지 않나요?” 어제 자신에게 보고를 떠민 선임 연구원이 모니터를 바라보며 무심하게 말했다.


그녀의 무심한듯싶으면서도 사실은 악랄한 말. 그 한마디가 부당한 현실을 간신히 참고 있던 혜은을 무너뜨렸다. 그날 혜은은 통곡을 하며 연구소를 뛰쳐나왔고 그녀의 연구원 인생은 끝나버렸다.


“엄마. 엄마! 오늘은 뭐 하면서 놀까?” 식탁에 앉아 일자리를 찾고 있는 혜은을 바라보며 서현은 말했다. “휴.. 글쎄. 오늘은 뭐 하며 지낼까?” 혜은은 늘어진 자신의 옷을 잡아당기는 서현을 보며 말했다.


연구소에서 뛰쳐나온 지 몇 개월이 지났고 모아 두었던 돈도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음.. 음..” 그런 현실을 알지 못하는 어린 서현은 엄마와 함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기분이 좋아 자신도 모르게 노래를 부르며 크게 웃었다. “서현아. 엄마 잠시 일 좀 할게. 저기에서 놀고 있어.” 급하게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혜은은 사랑스러운 딸에게 웃으며 말했다.


“응! 서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머리가 꼬불거리는 작은 지구인 인형을 손에 들고 거실로 향했다. 혜은은 작은 발로 뛰어가는 딸의 뒷모습을 보며 아주 잠시 동안 현실의 고통을 잊고 딸과 살아가기 위해 하루라도 빨리 일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정신을 차리고 다시 찾아보자. 지금 내가 전공과 관련된 일만 찾으며 기다릴 때가 아니야.” 혜은은 자신의 양쪽 볼을 주물 거리며 생각했다.



[지구인을 기다립니다! 구직 공고]


1. 손과 발만 멀쩡하다면 당신도 가능합니다!

- 식당 그릇 정리, 식자재 운반.

- 월급은 면접 후 통보.


2. 말만 들어주세요. 당신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큰 힘이 됩니다.

- 면접 시 외모를 평가함. 여우 지구인 대환영!

- 성과에 따른 차등 지금.



직업 알림판에는 하나같이 힘이 많이 필요한 막노동과 술집의 접대부 공고만 가득했다. ‘최후의 전쟁’ 이후 대부분의 인류 시스템은 붕괴했고 그나마 남아있는 일자리들은 단순 반복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계속해서 알림판을 살펴보던 도중 몇 차례 서현이 다가와 “언제 놀러 가?”라며 그녀의 옷자락을 잡아당겼지만 그녀는 일부러 반응하지 않고 흐릿한 모니터 화면에 집중했다.


“하아. 진짜 미치겠다. 일을 할 곳이 없어.” 그녀는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말했다. 뻐근한 몸을 풀기 위해 기지개를 켜며 바라본 거실에는 인형을 끌어안고 잠든 서현이 보였다. 사랑스러운 딸의 모습에 남편이 죽기 전에 했던 말들이 떠올라 딸이 잠에서 깨어나지 않도록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엄마. 나와서 좋아!” 서현이 잠에서 깨어난 후 모녀는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동네를 산책했다. 기쁜 마음에 정신없이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는 서현을 보면서도 근처의 베이커리, 음료 전문점의 게시판을 살펴봤다. 전공 지식을 활용할 수 없다면 공사장과 술집보다는 베이커리 및 음료 전문점에서 일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한 혜은은 딸과 집 근처를 산책하며 유심히 주변의 상점들을 살펴봤다.


하지만 베이커리는 직원들이 부족하지 않았고 자리가 있더라도 아이가 있는 여성 지구인은 취업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혜은은 포기할 수 없었고 빈자리가 생기는 곳마다 지원했다.


서현과 동네를 걷던 그녀의 시야에 강렬한 빛을 내며 시끌시끌한 소리를 뿜어내는 카페가 보였다. “마셔! 아하하! 꿀꿀.” “이번에 성과가 너무 좋아! 꿀꿀.” “자. 자. 얘기는 그만하고 마시자! 꿀꿀.”


네발 지구인 전용 로스터리에서 큰 소리로 얘기하는 네발 지구인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엄마. 저 아저씨들이 뭐라고 하는 거야?” 서현은 겁을 먹은 듯 혜은의 손을 꽉 잡으며 말했다. “아저씨들이 신나는 일이 있으신가 봐. 목소리가 크네. 자. 어서 지나가자.” 그녀는 서현을 안심 시키며 이동하려는 순간 로스터리 입구에 붙어있는 큼지막한 종이가 보였다.



[네발 로스터리. 구직 공고]


1. 누구든 괜찮습니다! 우리와 함께할 가족을 모집합니다!

- 담당 업무 : 서빙, 손님 접대.

- 두발 여성 지구인이라면 면접 후 즉시 업무 가능!

- 급여 : 면접 진행 후 결정.



찬찬히 공고문을 읽은 혜은은 잠시 동안 생각에 빠져 로스터리 입구에 서 있었다. “두발 여성 지구인이라면 면접 후 바로 일이 가능하다고? 음.. 하지만..” 혜은은 잠시 동안 주춤했다. “네발 지구인 전용이라면 분위기가 굉장히 거칠 것 같은데..”


“아이씨!.. 그러니까!..” 로스터리 안에서는 심한 욕설과 음담패설이 들려왔다. 하지만 혜은은 급하게 생활비가 필요했고 이런저런 조건을 따져가며 일을 할 처지가 아니었다. “정신을 차리자. 지금 내가 이럴 때가 아니지. 지원하자.” 마음을 굳히고 로스터리에 들어가려는 순간 작은 훌쩍임이 들려왔다.


“엄마.. 무서워.. 어서 가자..” 그제야 자신의 손을 꽉 쥐고 울먹이는 서현이 보였다. 혜은은 울먹이는 딸을 바라보며 가슴 깊은 곳에서 미안함이 밀려와 눈물을 흘렸다. “미안해. 엄마가 미안해. 정말.” 혜은은 하나뿐인 딸을 꼬옥 안고 울며 말했다. “어서. 집에 가자. 여기는 너무 무섭지?” 혜은은 눈물을 닦으며 딸의 손을 더욱 세게 잡고 집으로 향했다.


“혜은 씨. 어서 오세요. 저는 네발 로스터리의 사장 윤식입니다.” 결국 혜은은 네발 로스터리에 이력서를 제출했고 면접의 기회를 얻었다. “네. 안녕하세요. 혜은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구 인류 지구인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그는 둥그런 얼굴에 눈, 코, 입 역시 둥글둥글했다. 전체적으로 둥근 그의 외모는 다른 지구인으로 하여금 안정감과 따뜻함을 느끼게 했다.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자..” 윤식은 자신의 앞에 놓인 이력서를 살펴보며 말을 이어갔다.


“와. 공부를 많이 하셨네요. 연구소의 근무 경험이 있으시네요?” 그는 흡족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네.. 몇 달 전까지 연구원으로 근무를 했습니다.” 그녀는 연구소에서 일을 할 만큼 열심히 그리고 성실히 살아왔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 로스터리와 관련된 경험은 없지만 성실함을 바탕으로 어떠한 일도 해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


윤식은 만족스럽다는 듯이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연구원으로 일을 하실 만큼 능력이 있으시니까 충분히 저희 로스터리에서 일을 하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는 웃음을 머금고 앞에 앉아있는 혜은의 얼굴을 바라봤다. “좋게 생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혜은은 옅은 웃음을 지으며 답변을 했다.


윤식은 웃음을 유지하며 말했다. “그러면 내일부터 출근이 가능하신가요?” 그의 질문에 혜은은 곤란하다는 듯이 얘기를 했다. “아.. 혹시 며칠 뒤부터 출근을 할 수 있을까요?” 그녀의 답변을 들은 윤식은 얼굴을 조금 찡그리며 말했다. “아. 혹시 무슨 일이 있으신가요?” 혜은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자신의 상황에 대해 솔직하게 얘기했다. “아니요. 제가 딸과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 딸에게 일을 한다는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아무래도 딸아이 혼자 지내는 시간이 길 것 같아서 며칠 동안이라도 함께 지내면서 천천히 얘기해 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녀의 말을 경청한 윤식은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그러면 다음 주부터 출근을 부탁드립니다.” 혜은은 자신의 처지를 이해해 준 윤식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마음속으로 로스터리에서 열심히 일을 하겠다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아. 혹시 출근을 할 때 미리 준비해야 할 것이 있을까요?” 혜은의 질문에 윤식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없습니다. 지금처럼 그냥 오시면 됩니다.” 혜은은 다시 한번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네. 알겠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진짜? 오늘은 하루 종일 나하고 노는 거야?” 서현은 동그란 두 눈을 더욱 크게 뜨며 신나서 춤을 추며 말했다. “응. 주말 동안 우리 딸하고 지낼 거야!” 혜은은 신나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딸에게 웃으며 큰 소리로 말했다. “우와! 좋아! 엄마 어디 갈까?” 서현은 방긋방긋 웃으며 큰 소리로 말을 했다.


“글쎄.. 어디가 좋을까?” 앞으로 딸과 함께 지낼 시간이 많이 줄어들 것이 예상되는 만큼 평소에 가지 못하는 곳에 방문하고 싶었다. “엄마. 엄마. 집 앞 공원에 가자.” 당장이라도 엄마와 놀고 싶은 서현이 말했다. “그래. 우선 놀이터에 가서 놀자.” 혜은은 웃음을 띠며 서현에게 말했다.


“응! 엄마는 분명히 준비한다고 말할 테니까 먼저 가 있을게!” 서현은 엄마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현관문을 박차고 공원으로 뛰어갔다. 뛰어가는 딸의 뒷모습을 보니 웃음이 흘러나왔다. 혜은은 지금의 어려움을 이겨내겠다고 다짐했다.

이전 05화 과거 0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