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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성실 Oct 22. 2020

어쩌면 아무도 관심 없을 우리 엄마 이야기

그림자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걷다 보면

그저 그림자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한 걸음 두 걸음 멈추지 않고 발을 내딛는다. 얼마나 한참을 묵묵히 걸었던가.


슬며시 고개를 들어보니 길목 어귀에 선 엄마가 보인다. 변함없이 나를 기다렸을 엄마는, 오늘도 어김없이 두 팔을 벌려 나를 환대한다.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데도 나를 보며 웃는다.


딸아, 밥은 먹었니.

힘들어서 어쩌니.

어서 들어가 한 숨 좀 자렴.

그렇게 두 팔 벌려 나 대신 아이들을 품에 안고 선,

그는 나의 그림자.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좀처럼 계산 안 되는 사랑의 외길에 선 한 사람.


나는 멈칫 고개를 돌려 엄마를 외면한다.

엄마, 미안. 그치만 내 잘못은 아니었어.


그렇게 읊조리며 엄마를 따라 걷는 또 다른 그림자.


엄마로부터의 자유를 꿈꾸며 엄마가 된 아이, 여전히 그 아이 뒤켠을 우두커니 지켜선 그림자 하나.


자신의 이름 석자보다 누군가의 엄마란 이름으로 불려온 세월이 훨씬 더 오랬을,  성우가 되기를 꿈꿨고 문학을 사랑했던  이.


온갖 풍파와 수치에 맞서 기필코 자신의 둥지와 아이를 지켜낸 강인한 사람,

그의 이름은 다름 아닌 59년생 이영자.  


나는 엄마의 젊음이었다.

그 사실이 나를 절망하게 했다.


부던히 애를 써도 계속해 제자리를 맴도는 기분이었다. 잊으려해도, 지우려해도 벗어날 수 없었다. 그 어떤 재간을 부려도 제 아무리 열심히 발버둥을 쳐봐도, 그의 세월을 되갚는다는 건 도저히 내 힘으론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나는, 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해 온 엄마의 존재에 스스로 구속되었다.


그 구속이 버거워 힘껏 도망을 치던 어느 날, 깨닫게 되었다. 엄마의 꿈이었던 내가 결국엔 다시 엄마의 자리로 회귀했다는 사실을.


그리고 다짐했다. 나는 절대로 엄마처럼 살지는 않을거야.

렇게 엄마로서의 자유를 향해 달려가던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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