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었다고 느낄 때
어느 겨울에 만두가게 앞을 지나다가 하얗게 김이 올라오는 찐빵을 보고 군침을 흘러 가던 걸음을 멈췄다. 하나만 먹고 갈까 하다가 작업실 친구들의 얼굴이 떠올라 같이 나눠먹을 수 있을 만큼의 찐빵과 만두를 샀다. 만원 어치면 여러 명이 나눠먹고도 남을 만큼 충분한 양을 살 수 있었다. 하얀 찐빵과 만두가 하얀 봉투에 한아름 담겨 내 양손에 쥐어졌다. 크고 가벼워서 꼭 솜사탕을 쥐고 걷는 것 같았다. 내가 들 수 있는 적당한 무게의 따뜻한 찐빵이 비닐 속에서 바스락 거리는 소리를 들으면서 작업실로 가던 길. 누군가와 나눠먹을 음식을 사고 흐뭇해하던 순간, 나는 비로소 내가 어른이 된 것 같았다. 하얀 찐빵처럼 내 마음도 기분 좋게 부풀어 오르던 순간을 나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덧. 회사를 다니면서 처음으로 백화점에서 비싼 코트를 사던 날에 나는 내가 어른이 되고 싶은 어린아이처럼 느껴졌다. 어른이 되는 일은 크기와 상관없는 내가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