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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공원 Oct 22. 2023

입가의 주름

웃음을 따라 생긴 길


코로나 이후로 화상회의를 하는 것이 일상적인 일이 되었다. 때문에 화면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는 일도 많아졌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부스스한 상태로 카메라를 켜면 나의 깊게 파인 팔자주름을 보고 깜짝깜짝 놀란다. 서른이 되고 입가에 주름이 희미하게 생기기 시작했을 무렵 거울을 보고 입안으로 바람을 넣어보기도 하면서 신경 쓰여했던 것이 기억난다. 서른의 끄트머리에 있는 지금은 희미하던 팔자주름이 깊게 파여 깜짝 놀랄 때도 있지만 지금은 이 주름에 대한 감정이 그때와는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얼마 전 운전면허 시험을 보기 위해 증명사진을 찍으러 갔을 때였다. 회사를 다니지 않아서 그런지 증명사진을 찍을 일이 좀처럼 없었다. 마지막으로 찍은 증명사진은 이십 대 중반 무렵에 첫 여권을 발급하면서였으니 말이다. 또 언제 찍을지 모르는 증명사진이라는 생각에 예쁘게 보정을 해준다는 사진관을 찾아갔다. 조명이 켜진 스튜디오 안에서 어색하게 웃으며 찰칵찰칵. 푸석한 머리도 매끈하게 비대칭이던 얼굴도 빠른 손놀림으로 교정되었다. 만족스러운 사진을 받아 들고 한참 들여다보니 포토샵으로 팔자 주름을 지운 나는 지금보다 훨씬 어려 보이긴 했지만 어쩐지 나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팔자주름이 있는 내가 훨씬 나 같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니, 이 팔자주름이 마치 지금의 나를 대변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 주름은 내가 웃는 표정을 따라서 생긴 길이니까. 많이 웃어서 생긴 주름이라고 생각하면 그만큼 잘 살았구나 하는 생각에 뿌듯한 생각마저 든다. 이제 얼굴을 만들어가는 나이에 진입한 걸까. 얼굴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어쩐지 공평하고 조금은 희망적으로 느껴진다.


덧. 최근에는 미간에 주름을 잡는 버릇이 생겼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집중해서 들을 때 인상을 쓰게 되는데 전에는 없던 습관이다. 미간의 주름도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귀 기울이며 생긴 주름이라 생각하면 좋을까? 아직은 자신이 없어서 미간의 주름을 예방하기 위해 손으로 미간을 지그시 눌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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