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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공원 Oct 22. 2023

밀크티의 순간

추억을 여행하는 기분


밀크티를 좋아한다. 요즘은 영국식 밀크티를 매일 마시고 있다.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뜨거운 물에 홍차를 3분 정도 우리고 우유를 살짝 두르면 된다. 취향에 따라 마지막에 설탕을 조금 추가하기도 한다. 나는 캐러멜 향이 나는 각설탕을 넣는데, 담백하게 먹고 싶을 땐 설탕 없이 마신다(이 간단한 레시피는 유튜브에서 영국의 록 밴드 오아시스의 인터뷰를 보고 알게 되었다).


추운 겨울에는 우유를 팔팔 끓여서 만드는 달고 진한 ‘로열 밀크티’나 이국적인 향신료 향으로 가득한 ‘짜이’를 즐겨마신다. 로열 밀크티는 예전에 홍대에 있던 일본인이 운영하는 ’ 델문도’라고 하는 카페에서 처음 마셔보았고, 짜이는 ‘사직동 그 가게’라는 곳에서 처음 맛본 뒤 좋아하게 되었다. 그리고 여름이면 생각나는 '차이티라떼'는 치앙마이 여행 중에 푹 빠져 여행을 하는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마셨다. 낯선 땅에 혼자 도착해 처음 들어간 식당. 구글 맵에도 나오지 않는 작은 식당에서 동네 사람들이 아침을 먹고 있었다. 식당의 메뉴도 테이블도 다섯 개 정도 됐을까. 단출한 메뉴판에서 가장 무난해 보이는 볶음밥을 시키고 호기심에 주문한 차이티라떼. 수상할 정도로 진한 주황색 음료가 시원한 얼음과 함께 할머니 집에 있을 것 같은 소박한 컵에 담겨 나왔다. 색이 진한 태국식 홍차에 달콤한 연유가 들어간 차이티라떼의 맛과 로컬식당의 분위기에 반해 치앙마이에 있는 동안 매일 같은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차이티라떼를 마셨다.


더운 여름날, 여행의 추억으로 즐기는 차이티라떼. 그리고 가본 적 없는 영국의 한 록 스타를 생각하며 쌀쌀해진 가을날에 마시는 밀크티. 밀크티의 종류만큼 그에 얽힌 추억도 다양하다. 밀크티는 홍차에 우유를 넣는 단순한 음료이지만 나라마다 즐기는 방식이 조금씩 달라서 흥미롭다. 나는 알음알음 알게 된 몇 개의 레시피를 집에서 혼자 즐기면서 낯선 나라를 여행하는 기분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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