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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공원 Oct 22. 2023

봄부터 여름까지

옥상 텃밭 일기



첫 번째,  이게 된다고?





두 번째, 모종 나눔을 했습니다




세 번째, 아마도 딸기


작년에 심은 딸기는 싹을 틔우지 못했는데, 올해 같은 자리에 딸기처럼 보이는 작은 잎이 올라오고 있다. 아직은 딸기인지 아닌지 알쏭달쏭하지만 아마도 딸기로 추정 중이다. 2년 만에 싹을 틔운 소중한 딸기를 위해 딸기가 아닌 풀을 뽑아주고 있다. 매일 아침 손으로 잡초를 뽑는 요즘.


나는 사람의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편인데, 풀도 예외는 아니라서 처음에는  잡초와 작물을 구분하지 못했다. 이 풀이 저 풀 같고, 저 풀이 이 풀 같았다. 하지만 매일 관심을 갖고 지켜보니 내가 키우는 작물 정도는 알아보게 되었다. 다른 집 화단에 난 풀이 사실은 깻잎이었다는 걸 알고 ‘사람들은 저게 깻잎인걸 알까’ 오지랖을 부릴 정도가 되었으니 제법 뿌듯하다. 생각해 보면 예전에는 길가의 고양이도 다 같은 고양이로 보였다. 고양이를 키우면서 고양이의 무늬뿐 아니라 고양이의 얼굴과 표정 등을 세세하게 구분하게 되었듯이 텃밭을 돌보면서 식물의 얼굴을 더 잘 구분하게 되었다. 관심을 가지면 식물의 얼굴이 보인다.




네 번째, 여름의 입구



비가 심상치 않게 내린다 했는데 오늘이 ‘입하’란다. 여름의 입구.


비 온 뒤,  깻잎은 깻잎 같아지고 유러피안 샐러드잎은 유러피안 샐러드잎 같아졌다. 그 모든 게 세차게 비가 온 뒤라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마음에 비가 내리는 날엔 나도 내가 되어가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해야겠다. 비가 내릴 땐 흠뻑 비를 맞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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