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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티처 Mar 26. 2024

태어나기도 전에 손자의 얼굴을 보다

입체 초음파 사진이라는 신세계

어느 날 딸이 '마미톡'이라는 앱을 깔고 가입하라고 했다. 

임산부가 초음파 사진을 찍으면 가족들이 앱을 통해서 그 사진을 볼 수 있는 앱이었다. 

이렇게 고마운 앱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그런데 앱을 계속 사용하다 보니 임산부에게 필요한 물품들이 광고처럼 떴다. 

아직 배도 불러오지 않은 딸은 벌써 앱을 통해서 임부복을 구입한 후였다. 


어느 날 딸이 보내 준 초음파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다. 

 사진에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손자의 얼굴이 있었다. 

24~27주 사이에는 3D 입체 초음파 사진을 찍고 그 사진을 바탕으로 태어날 아이의 가상 얼굴 사진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30년 사이에 기술이 이렇게나 발전했단 말인가.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 중에 임산부가 없다면 이런 신세계가 있는지 모르고 사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처음에는 이런 신기술이 있다는 데 놀라서 만나는 사람마다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러던 와중에 딸보다 1년 먼저 아이를 낳아 키우고 있는 사람의 말에 한 번 더 놀랐다. 

"아가가 태어났을 때 그 사진과 똑같아서 또 놀라실걸요."


상상만 하고 있던 손자의 모습이 태어나기도 전에 만들어질 수 있다는 사실에 문화충격을 받았다. 

이렇게 예쁜 아이가 태어난다고 생각하니 한편으로 기쁘면서도

굳이 이렇게까지 해서 미리 아이의 얼굴을 알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입체 초음파는 태아의 발달을 자세히 보고 문제가 있는지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 찍는다고 한다.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술이 진보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기술 개발자의 순수한 의도와 달리 수익성을 노리는 부수적인 사업들이 순식간에 시장을 잠식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딸이 임신한 10개월 동안 내가 알게 되고 마주한 세계는 태어날 아기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물질로 채워지는 세계였다. 

한마디로 우리 나라 출산율이 왜 세계 최하위인지 이해가 되었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마을이 필요하다는 옛말이 있다. 

내가 느끼기에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재력이 있어야 하는 것 같다. 

'금수저'라는 말이 왜 생겨났는지 새삼 실감이 났다. 


손주가 태어나는 시간이 다가올수록 손주를 만나는 기쁨과 더불어 

손주가 살아가야 하는 세상에 대한 걱정이 덩달아 많아졌다. 


"포포야~ 

세상 걱정은 이 할미가 할 테니 너는 아무 걱정 말고 

건강하게 잘 자라서 무사히 지구별에 도착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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